오래전 치킨은 아버지의 월급날이나 가족끼리 모이는 날에나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치킨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친근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전국 기준으로 치킨집은 2만2529개로, 편의점(2만5039개) 다음으로 많다고 한다. 어떻게 치킨은 특별한 음식에서 쉽게 즐겨 찾는 음식이 되었을까?
치킨과 행복 그사이
치킨에 대한 꾸준한 관심은 실생활에서도 치킨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만들었다. 치킨은 음식으로서뿐만 아니라 당시 사회의 변화와 이슈까지도 보여주는 지표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웰빙 흐름이 퍼지며 ‘굽는 치킨’ 열풍이 불자, 기존 ‘프라이드치킨’ 쪽에서는 튀김기름 고급화로 대응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2월 초 일요일에 열리는 프로 미식축구 결승전 ‘슈퍼 볼’ 경기를 두고, 닭 날개가 많이 팔리는 도시의 팀이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왜, 언제 치킨을 떠올리는지, 치킨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나타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치킨에 대한 감성 연관어로는 ‘먹고 싶다’ ‘맛있다’ ‘좋아하다’ ‘행복하다’ ‘신나다’ 등을 뽑을 수 있다. 치킨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 중에서 ‘행복’이라는 열쇳말을 통해 치킨이 주는 행복, 또는 치킨으로 설명할 수 있는 행복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치킨에 대한 언급량과 행복에 대한 언급량의 추세를 그려보면 전반적으로 치킨과 행복의 추세가 같은 흐름으로 나타난다. 결국 치킨과 행복이라는 단어가 서로 연관성이 높다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치킨’이라는 데이터가 ‘행복’이라는 대중의 심리를 나타내는 하나의 시그널이 되는 것이다.
빅데이터로 찾아낸 이런 ‘시그널’들은 우리가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포착하는 데 아주 중요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패턴 분석과 미래 전망은 물론 빠른 의사 결정과 실시간 대응 지원, 트렌드 변화 분석을 통한 제품 경쟁력 확보, 다른 분야와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치킨지수’라 쓰고 소소한 행복이라 읽는다
치킨에서 발견한 행복은 날씨가 좋은 날, 경제적인 여유로움과 재밌는 것을 공유할 때를 나타내는 소소한 행복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따라, 앞서 살펴본 치킨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구성된 치킨지수를 만들어볼 수 있다. 치킨지수는 기상 변수, 경제 변수와 치킨의 에스엔에스 언급량으로 구성된다. 이를 바탕으로 산출된 치킨지수의 공식은 다음과 같다.
분석 결과, 기온의 경우는 양의 상관, 풍속의 경우는 음의 상관을 보였다. 즉, 기온이 높아질수록 치킨에 대한 욕구는 높아지지만, 바람이 많이 불 때는 치킨에 대한 욕구가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치킨이 먹고 싶지 않은 날은 춥고 바람이 많이 부는 등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일 때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치킨과 ‘시가총액’의 연관성도 있다. 경제시장이 활발하게 열리는 날에는 치킨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다. 2016년 평균 치킨지수는 2015년에 비해 약 3% 정도인 43포인트가 상승했다. 시가총액의 증가와 치킨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행복감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된다. 또, 행복과 관련된 다양한 각자의 방법으로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 다소 늘어났을 것으로 분석된다. 2016년에는 특히, 2분기에 아시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행복감이 조금 주춤했지만, 3분기에 들어 무더위의 괴롭힘에도 리우 올림픽 그리고 긴 추석 연휴로 2015년보다 행복감이 크게 올라간 것으로 확인된다.
글 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빅데이터 전문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