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우의 서울&

사회적 금융은 자본주의 약점을 보완하는 명약

한국사회투자 이종익 대표 “일반 복지서비스보다 사회적 효율 높아, 사회적 가치 추구하는 젊은 인재 기다려 ”

등록 : 2017-02-09 13:00
한국사회투자 이종익 대표가 1일 낮 중구 수표로 사무실에서 사회투자기금 위탁 운영에서 나아가 사회적 은행 설립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회적 금융’이란 공공성이 높은 사회적 경제 영역에 돈을 투자하거나 빌려줘 그 사업을 목적에 맞게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사회복지 향상을 꾀하는 비영리 경제활동이다. 북유럽 등 사회복지제도가 발전된 나라일수록 사회적 금융이 활발하다.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는 2012년 설립 이후 4년간 600억원의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을 위탁 운영해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회적 금융기관이다. 지난 1월 3년간의 임기를 시작한 이종익(52) 신임 대표는 “시험대에 선 기분”이라 한다. 한국사회투자가 아직은 영세한 사회적 금융 분야의 맏형이라는 점, 개인적으로 영리기업 출신으로 처음 엔지오(비정부기구) 대표를 맡았다는 점, 한국사회투자가 올해부터는 서울시 수탁 사업이 종료돼 독자적인 생존 활동도 겸해야 한다는 점 등이 그에게는 도전이자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 영리기업 임원 출신으로 비영리 목적의 사회적 금융 조직의 대표가 되었다.

“지난 26년 동안 일반 회사에서 감사와 컨설팅 업무를 주로 했다. 10여 년 전 당시 사회연대은행 대표이던 이종수 이사장님의 인도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비영리사업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면서 이 분야와 인연을 맺게 됐다. 주중엔 회사일 하고 주말에 재능기부 형식으로 도와주곤 했는데, 이 일이 나에게도 의미가 있었는지 아예 이쪽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 재능기부로 한 일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을 도와 사회 공헌도가 높은 기관이나 기업을 발굴하고 평가한 일, 동그라미재단의 지역경제 활성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 초창기 미소금융(서민 대상 소액 대출 사업) 틀을 잡는 역할에 참여한 일 등이 보람 있었다.”

- 사회적 금융의 역할과 의의를 설명한다면.

“국가의 복지서비스가 자원을 복지 수혜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이라면, 사회적 금융은 돈을 굴려 사회적 가치 확대를 도모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사회적 금융은 일반 복지서비스보다 부가가치가 높다. 물고기를 주는 것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의 비교 우위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사회적 금융은 자본주의의 약점을 메우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 어떤 사업 분야들이 사회적 금융과 매치를 이루면 효과적일까?

“자금 지원의 우선순위 문제인데, 아무래도 효과의 파급력이 큰 쪽이 되지 않을까. 사회적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공유경제(자원을 공유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 활동,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 단위 사업 등이 우선 대상이 될 것이다. 인구절벽, 청년실업 해소에 도움이 되는 사업, 저소득자와 청년 계층의 주거복지 향상, 지역 개발 사업 등도 사회적 효과가 큰 분야이다.”

- 우리나라 사회적 금융의 수준은?

“사회적 금융은 선진국 복지 시스템으로 가는 데 꼭 필요한 사회적 경제 조직이다. 전반적인 인식 수준은 높아졌으나, 실무 영역에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금융 분야 역량을 키우고 싶은 우수한 젊은 인재들을 기다린다.”

- 정부나 기업의 역할은?

“자원을 배분하는 국가, 사회공헌에도 신경 써야 하는 재벌, 대기업이 기꺼이 재원 공급자가 되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간섭은 최소화해야 한다. 또 하나의 농협이나 기업은행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대안을 찾는다면 사회적 은행의 설립을 꼽고 싶다.”

- 사회적 은행이란?

“우리 같은 사회적 금융 조직에도 수신과 여신 기능을 모두 주는 것이다. 자금을 직접 모을 수 있어야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성공 사례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기존 저축은행을 사회적 목적에 맞게 다시 프로그래밍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다.”

- 한국사회투자가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을 위탁 운영했는데, 성과를 소개해달라.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업 지원, 어린이전문병원 시설 지원, 신재생에너지 사업 지원에 각각 수십억원의 자금이 투여됐다. 지역 기반의 공동육아 어린이집 운영에 보증금을 지원하거나,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기관에 자금을 지원하는 일도 했다. 모두 사회적 가치가 높은 기관이나 사업들이다.”

- 서울시 위탁 사업이 지난해로 끝났다. 앞으로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수탁 만료로 당장 운영비 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비영리 조직이 아무 사업이나 할 수 없다. 목적에 맞는 사업군을 발굴하는 중이다. 사회적 금융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을 해내려면 많은 부분에서 자기 역량을 발전시켜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분야에 몸을 던진 만큼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이 분야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 사회적 금융기관의 하나로서 한국사회투자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싶은가?

“ ‘따듯한 금융’이라는 사회적 금융의 가치 실현을 통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 조직을 잘 정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손꼽히는 사회적 금융서비스기관으로, 사회적 경제 분야의 ‘맥킨지’(세계적인 다국적 컨설팅 전문회사)로 도약시켜보고 싶다.”

글 이인우 <서울&> 콘텐츠디렉터 iwlee21@hani.co.kr

사진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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