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구의역 4번 출구로 나오면 자양사거리가 나온다. 횡단보도를 건너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자양전통시장을 알리는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아직 시장에 다다른 것은 아니다. 300m 더 들어가면 본격적인 시장 풍경이 펼쳐진다. 시장 안 길을 걸으며 들리는 물건 값을 묻는 소리, 상인과 흥정하는 소리가 정겹다.
1972년 초 개설된 자양전통시장에 등록된 점포는 128개이다. 길이는 380m로 광진구에서 중곡제일시장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싸고 질 좋은 음식과 물건 종류가 많아 요즘은 유명 연예인과 유튜버들이 자주 찾는 핫플레이스다.
입구에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자양전통시장 동문 간판이 위용을 드러낸다. 시장에 들어서자 구수한 수육 냄새와 달짝지근한 떡갈비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철판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곱창 냄새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조금만 더 들어가면 냄새만 맡아도 입에 침이 고이는 닭강정 가게가 있다. 프라이드, 매운맛, 간장맛, 겨자맛의 바삭한 닭강정을 부담 없는 값에 먹을 수 있다. 주문과 동시에 철판에 튀긴 닭고기를 양념과 버무려 내준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절로 생각나는 집이다.
제철인 꼬막이 먹음직스러웠다. 대야에 담긴 꼬막이 새꼬막인지 참꼬막인지 모르지만 싱싱해 보였다. 삶은 꼬막에 간장과 마늘, 고춧가루를 섞어 넣어 양념장을 만들어 흰 쌀밥과 함께 입에 넣으면 그 맛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그 옆 반찬가게도 보인다. 전국에 있는 모든 도둑이 모여 진을 치고 있었다. 밥도둑 말이다. 산적, 동태전, 김치전이 선두에 앞장섰고 파래, 깻잎, 콩나물, 버섯, 달걀말이가 부드럽게 중간에 있었다. 후미에는 장조림과 잡채, 더덕무침이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듯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도넛 파는 가게도 눈에 띈다. 꽈배기와 찹쌀도넛은 설탕을 묻힌 채 부끄러운 표정으로 4개에 천원이라고 말한다. 팥앙금과 크로켓도 인자한 표정으로 2개에 천원이라고 외친다. 손님들은 가격이 착하고 맛있다며 도넛을 봉지에 가득 담았다.
그 옆 가게에서는 오와 열을 맞춘 알록달록한 신발들이 저마다 자기가 예쁘다고 뽐낸다. 신으면 북극에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따뜻한 털 실내화를 보니 금세 사고 싶어졌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새마을구판장에 들르기를 권한다. 구판장 한쪽에 마련된 와인코너에는 700여 종의 와인이 붉은 빛을 뿜고 있다. ‘한 번도 못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말을 증명하듯,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와인을 마실 수 있어 평일에도 손님이 꽤 있었다. 게다가 온누리상품권도 사용할 수 있다.
시장 한편에는 쉼터가 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힘든 두 다리가 잠시 쉴 수 있는 장소로는 충분하다. 상인에게 물어보니 배달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한다.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한 경우 집까지 무료로 배송해준다. 전통시장 이용이 예전보다 편리해졌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예쁜 물건을 보면 소중한 사람이 생각난다.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든 요즘, 맛있는 먹거리와 볼거리가 있는 자양전통시장에 들러 스트레스를 날려보자. 사람 냄새 가득한 정겨운 이곳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진정한 힐링을 누리자.
왕정수 광진구 홍보담당관 언론팀 주무관
사진 광진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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