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웹툰들은 개성과 소통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 소비해오던 Z세대가
2024년엔 ‘당당한 나 자신의 해’ 지향
같은 관심 가진 타인과 연결 경향 커져
“나다움, 자기표현으로 먹고사는 시대”
웹툰 포털서 거부당한 ‘며느라기’ 작가
인스타그램 연재 뒤 드라마 제작 성공
소셜미디어는 ‘놀며 자기표현하는 장’
작가들, 작품 통해 세계관·협업 넓혀
소셜미디어들은 해마다 이맘때 지난 한 해의 트렌드를 되돌아보고 2024년의 트렌드를 전망한다. 소셜미디어는 새로운 유행이 시작되고 확산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조사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2023년 12월 국내 제트(Z)세대(16~24살) 인스타그램 이용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들이 좋아하는 콘텐츠 유형은 유머(22.5%), 일상(16.8%), 반려동물(12.1%), 크리에이터 및 셀럽(11.2%), 패션(9.5%) 순이다.
이는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각자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용자들은 자신만의 개성과 관심사에 집중하며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타인과 더욱 강하게 연결되는 양상을 보였다. 남들을 따라가는 커다란 트렌드보다 나다움과 자기표현으로 먹고사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관심사에 집중하는 경향은 세계적 추세다. 인스타그램이 미국, 영국, 브라질, 인도, 한국의 Z세대 이용자 5천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25%가 2024년은 ‘당당한 나 자신(Unapologetically myself)의 해’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44% 넘는 이용자가 이 단어를 선택했다. 다른 국가에 비해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2017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연재를 시작한 <며느라기>는 “며느리의 삶이라는 주제는 독자가 구독료를 내기 힘들다”라는 이유로 웹툰 연재 포털에서 거절당한 작품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카카오TV에서 웹드라마로도 제작됐다.
사람들은 어떻게 당당한 나 자신, 나다움을 표현할까? 소셜미디어는 그런 판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만화가들은 유료 연재 플랫폼을 선호하지만 신인이 처음부터 돈을 받으면서 작품을 연재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소셜미디어는 진입장벽이 낮다. 누구나 다 자기가 원하는 주제로 자유롭게 작품을 연재할 수 있다. 일상의 소소한 삶, 이혼 사연, 야구팬의 덕질 이야기, 데이트 폭력 극복기 등 자전적인 이야기를 웹툰으로 올리는 작가가 많다.
‘인스타툰’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소셜미디어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출판사 편집자들도 새로운 작가를 발굴할 때 엑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하는 작가들을 찾는다고 한다.
<며느라기>의 수신지 작가는 2017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주인공 이름 민사린(@min4rin)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처음에 그는 웹툰 연재 포털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며느리의 삶이라는 주제는 독자가 구독료를 내기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자유롭게 작품을 올릴 수 있는 에스엔에스(SNS)를 택한 그. 작품 속 며느리의 애환에 공감한 독자들 덕에 <며느라기>의 인기는 출간으로 이어졌고, 카카오티브이(TV)에서 웹드라마로도 제작돼 회차당 100만 뷰가 넘게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창의와 개성이라는 키워드가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곳이 소셜미디어다. ‘해도 될까’라는 고민은 소셜미디어에서는 ‘일단 해보자’가 된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 더 중요한 건 소통하는 열린 마당을 만드는 것이다.
팔로어 110만 명으로 현재 국내 인스타그램 일러스트레이터 중 팔로어가 가장 많은 키크니(@keykney) 작가는 사람들의 사연을 재미와 감동을 담아 그려줘 인기를 끌고 있다.
키크니(@keykney) 작가는 팔로어 110만 명으로 현재 국내 인스타그램 일러스트레이터 중에 팔로어가 가장 많다. 그의 그림은 아름답거나 화려하지 않고 담백하고 단순하다. 그는 사람들의 사연을 재미와 감동을 담아서 그려준다.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실패한 삶을 사는 것 같아요”라는 사람에게는 “가로 막히면…세로 시작하면 돼”라고, “군대에 복귀한 군인 그려주세요”라는 요청에는 진짜 ‘귀가 복귀’인 군인의 모습을 그린다. 사람들은 그의 만화로 힘을 얻고 웃음을 되찾는다.
작가가 인기를 이끈 비결은 ‘소통’이다. 최근 그는 팔로어에게 ‘여러분의 실패를 당당하게 자랑해달라’라고 했다. 3500개 넘는 댓글이 달리고 2만5천 명 넘는 사람이 ‘좋아요’를 눌렀다. 전시회 관람에 실패한 이야기에서부터 소망하던 아기를 유산한 이야기, 사업이 망하고 몸까지 아픈 이야기 등 사람들은 어디에서도 하지 못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용기 내서 댓글에 남긴다. 다른 사람의 댓글에 공감하고 같이 마음 아파하면서 힘내라고 응원을 보낸다.
유튜브에서 말과 그림을 섞어 인기를 끄는 ‘진돌’ 작가도 개성 만점이다. 그는 부부 웹툰작가다. 덕후 아내와의 연애 이야기, 결혼 이야기, 웹툰의 설정 이야기 등을 재미있게 말하면서 동시에 그림으로 그리고 이를 영상으로 만든다. 31만 명 넘는 구독자가 작가의 색다른 콘텐츠를 고대한다.
카카오에서 이모티콘으로 인기를 끈 유랑 작가의 ‘망그러진곰’(@yurang_official)은 일상의 소소한 재미와 귀여운 캐릭터로 힐링을 주면서 인기를 얻었다.
카카오에서 이모티콘으로 인기를 끈 유랑 작가의 ‘망그러진곰’(@yurang_official)은 일상의 소소한 재미와 귀여운 캐릭터로 힐링을 주면서 인기를 끈다. 망그러진곰은 엑스,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다 아우르면서 각종 채널에 맞는 자신을 선보인다. 특히 엑스 활용을 가장 잘한다. 팬들이 작가 계정에 태그 걸고 작품을 애정하는 피드를 올리면 작가가 본인 계정에 리트위트해준다. 한 예로, 수의사 팬이 네이버 블로그에 캐릭터 분석한 것을 다른 팬이 엑스에 올렸고, ‘망곰’이 리트위트하면서 자기 의견을 달아 공감을 샀다. 정기적으로 팬들의 질문을 모아서 한꺼번에 공지한다. 그러면 다시 팬들이 작가의 포스팅을 자기 계정에서 리트위트하면서 널리 퍼뜨린다.
이들은 무엇보다 대화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는 비단 소셜미디어뿐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미래 트렌드와도 겹친다. 핵개인화가 되면서 개인이 점점 중요해지는 세상이다. 이럴수록 소통하고 이해하며 협력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이는 작가들이 집단지성을 활용해서 혁신을 가속화하는 ‘오픈소스 협동조합’과 비슷하다. 협력해서 소재를 얻고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내서 작품을 만든다. 함께하는 힘을 아는 사람들이다.
개성 만점의 작가들은 각 소셜미디어에서 뛰어논다. 작가들은 작품을 연재하고 세계관을 확장하면서 다양하게 협업한다. 온라인 작품과 캐릭터는 전시와 팝업스토어를 통해 오프라인으로 경계를 넓힌다. 결국 소셜미디어는 누구나 놀 수 있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판이다. 자신만의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도 같이 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소통하는 사람들이 인기를 끌고 팬을 만들고 있다. 판이 깔렸고, 그 판에서 놀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당신은 어떻게 놀고 싶은가?
정다정 메타코리아 인스타그램 홍보총괄
사진 인스타그램·엑스 화면 갈무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