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저녁, 성매매 집결지인 ‘청량리 588’. 골목마다 쉽게 볼 수 있는 뜯긴 문틀과 바닥에 널브러진 집기, 주인 잃은 의자, 빨간색 글자로 쓰인 ‘철거’ 등에서 이곳이 한창 재개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둠이 내려앉자 빨간 불빛이 비추는 유리방에 몸매가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은 홍아무개(31)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홍씨는 얼마 남지 않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이다.
“제가 집안의 가장인데 앞으로 생활비는 어떻게 벌고,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요.” 이곳에서 일한 지 10년쯤 됐다는 홍씨가 ‘청량리 588’을 아직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홍씨는 이곳에서 번 돈으로 요양원에 모신 아버지와 몸이 불편한 어머니, 정신 미약의 남동생을 돌보고 있다고 했다.
‘전국철거민연합 청량리4구역 비상대책위’에는 홍씨와 비슷한 처지의 성매매 업소 여성 40명가량이 모여 있다. 박희현 비상대책위 총무는 “성매매 업소 여성의 경우 아직 정확하게 알려진 대책이 없다. 이대로라면 길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비상대책위는 성매매특별법에 명시된 대로 자치단체가 성매매 여성 보호 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성매매 피해자와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의 보호와 자립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2004년부터 시행됐다.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의 보호, 피해 회복 및 자립·자활을 지원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보호와 자립을 지원하는 시설 설치와 운영, 주거 지원, 직업훈련, 보호 비용 지원 등의 내용도 법률에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동대문구 관계자는 “현재 일반 지원시설 1곳과 공동생활시설 1곳에서 최대 15명의 주거와 생계비(24만원)를 지원할 수 있다. 확대가 필요한 경우 여성가족부 등과 협의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글 김정엽 기자,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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