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금천구청 대강당에서 청소년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공연을 준비하느라 청소년 연기자들이 몇 번씩 연습하고 있다.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And rain will make the flowers… grow♬”(그러면 이 비가 꽃을 피게 할 거예요.)
10일 오후 4시, 금천구청 대강당에 청소년 30여 명이 모여 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가슴에 총상을 입은 에포닌이 혁명군 마리우스의 품에 안겨 죽는 슬픈 장면이지만, 연기 초보인 아이들에게 감정이입은 쉽지 않은 듯하다.
“에포닌! 죽을 때는 무릎이 내려가야지. 마리우스! 에포닌을 가슴에 확 안아.” 이재은 음악감독의 지시에 아이들은 다시 자신이 맡은 배역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24일과 25일 이틀 동안 금나래아트홀 무대에 오르는 ‘레미제라블’은 금천구가 만 19살 이하 청소년들이 공연할 수 있도록 국내 최초로 스쿨 에디션 라이선스 계약을 한 청소년 영어 뮤지컬이다. 2013년에 시작해 올해로 4년째를 맞는 청소년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금천구 혁신교육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 사업으로 꼽힌다. 금천구는 뮤지컬을 통해 지역 청소년에게 자신감과 진로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청소년 마을공동체 형성에도 기여하고자 학생 교육과 공연 예산 등을 지원해왔다.
김창언 제작감독은 “지난해 11월 250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지원해 실기 면접 등을 거쳐 무대에 오를 50명을 선발했다. 연기나 공연 경험이 전무한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기나 뮤지컬 분야로 꿈을 키우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아이들 한명 한명이 주인공인 무대가 될 것”이라며 공연 제작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해 말 선발된 50명의 청소년 단원들은 약 3개월 동안 영어, 발성, 연기 등의 기초과정과 종합연기 워크숍 등 종합 연습에 몰두해왔다. 자베르 역의 고유진(19) 학생은 “지난해 공연을 보고 감동해 친구와 함께 지원했는데, 이번에 둘이 장발장과 자베르 역으로 무대에 서게 되었다. 무엇보다 영어 대사를 발음하고 외우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이 2주 앞으로 다가오자 연습에 임하는 아이들 표정에도 긴장감이 역력하다.
코제트 역에 더블 캐스팅된 백혜인(17) 학생에게는 올해가 세 번째 무대다. “코제트는 3년 만에 처음으로 맡은 배역이다. 앙상블만 할 때는 그 역이 맡고 싶었는데 막상 맡고 나니 부담이 커져 공연만 생각하면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며 떨리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날마다 학교 마치고 밤 9시까지 연습하고, 공식 연습이 없는 일요일에도 우리끼리 모여 마음을 맞추며 연습해왔다. ‘우리는 하나다. 사기충전 완료’라는 팀 구호처럼, 하나가 되어 멋진 공연을 보여줄 것”이라는 포부도 함께 밝혔다.
이번 작품의 음악감독인 이재은씨는 “‘레미제라블’이 워낙 좋은 작품이라 아이들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짧은 기간에 많이 노력했지만, 발성과 연기를 전문으로 배운 아이들이 아니기 때문에 프로들의 공연에 비해 부족한 점도 있다. 관객들이 무대의 완성도보다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느껴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청소년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24일 오후 3시와 7시, 25일 오후 2시와 6시 모두 4회에 공연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금천구청 통합예약시스템(reserve.geumcheon.go.kr)에서 예매할 수 있다.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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