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송파구청 정보통신과 김진석 팀장이 송파구청의 정보통신실에서 서버 컴퓨터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직접 개발한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전국 43개 공공기관에 판 공무원이 있다. 2012년 ‘간부 청렴도 평가시스템’을 만든 송파구청 정보통신과 김진석(42) 팀장이다. 민간 경력직으로 2011년에 공무원을 시작한 이후 김 팀장이 외부업체에 맡기지 않고 혼자 만든 소프트웨어만 40개가 넘는다.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하고 백신 회사, 시스템통합 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김 팀장은 프로그램 개발 베테랑이다.
처음 시스템을 만들게 된 계기는 송파구 감사담당관의 요청 때문이었다. 청렴도 평가는 보안에 최우선을 두다 보니 많은 지자체가 해킹 위험이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이 아니라 수기로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보통 각 부서에서 이 자료를 모으는 데만 3주가 넘게 걸렸다. “한번 만들어보자 시작했는데 최초 버전 개발부터 솔루션까지 1년이 꼬박 걸렸어요. 프로그램을 만들며 온갖 통계, 수학 공부 다 했습니다.” 공정성을 구현할 청렴도 평가항목은 국민권익위원회 매뉴얼을 따랐다. 여기에 항목별로 가중치, 극단치, 표준편차 등 수식을 넣고, 암호화 키 방식으로 보안을 확보했다. 이렇게 시스템 개발자인 김 팀장 본인도 열람이 불가할 만큼 보안이 철저한 시스템이 완성됐다.
약 1400명의 송파구 조직원을 대상으로 개별 평가자들이 3주간 처리하던 업무를 단 몇 분 안에 할 수 있도록 했으니 호평이 자자했다. 행정자치부 우수 정보시스템으로도 선정되어 다른 기관에서도 시스템을 사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졌다. “처음부터 판매를 목적으로 개발한 게 아니라 조직 효율성을 높이고자 만든 것이니, 비싸게 팔아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지역정보개발원의 금액 책정에 따라 200만원에 팔고 있습니다.” 작년에만 9개 기관이 사갈 정도로 꾸준히 팔리고 있는데,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판매한 프로그램 활용 방법에 대한 강의를 열고 추가비용 없이 프로그램 업데이트도 계속하고 있다.
이 정도 실력이면 사기업에서도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을 텐데, 30대 중반에 굳이 공직에 들어선 이유가 궁금했다. “고객 요청에 따라 기한에 맞춰 기계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던 때와 달리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 판매, 영업까지 하고 있는 지금이 훨씬 즐겁습니다.”
김 팀장은 송파구청에 발령받자마자, 사내에 단체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필요한 시스템이 있다면 무엇이든 요청해 주세요’ 지금은 직무 고하를 막론하고 이런저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며 각 부서에서 요청이 끊이질 않는다. 이미 김 팀장은 온라인 다면평가, 인사정보 관리시스템 등 6개의 다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꽉 찬 다이어리 일정이 김 팀장의 업무량을 짐작게 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활용 기술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기관이 소유한 빅데이터를 어떻게 시각화하고 연동해서 풀어나갈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
“원래 꿈은 개그맨이었어요. 무대에서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데서 희열이 오더라고요.” 개그맨 학원이 비싸 등록을 포기하고 개발자의 길로 들어섰다는 그는 지금이 꼭 무대에 서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제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조직이 성장하는 모습을 날마다 봅니다. 저에게 고맙다고도 해요. 개그맨처럼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는 셈이니 이보다 큰 희열이 또 있을까요?” 판매되는 시스템 비용 가운데 단 1원도 본인이 가져가지 않지만, 김 팀장은 그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데서 일의 보람을 찾고 있었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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