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는 올해 1월부터 살림의원과 함께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2차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1월24일 은평구 구산동 살림의원에서 강효주 살림의원 방문진료전담팀 사회복지사(왼쪽부터), 이나래 은평구 복지정책과 돌봄지원팀 주무관(간호사), 남순희 돌봄지원팀장, 김민정 방문진료전담팀 간호사가 웃으며 회의하고 있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은평구 살림의원 1차 이어 2차 선정
탄탄한 지역 의료 커뮤니티 구축해
건강한 지역 공동체 만드는 데 노력
“조금만 노력하면 건강을 회복해 다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분도 있어요. 다만 자신의 어려움에 빠져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누구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지 막막해하죠.” 강효주 살림의원 방문진료전담팀 사회복지사는 지난 24일 “재택의료센터로 다양한 환자들이 방문진료를 신청하지만, 대부분 고령이라서 어디서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은평구는 구산동에 있는 살림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원과 업무 협약을 맺고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2차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은 보건복지부가 2022년 12월부터 추진한 주요 사업이다. 거동이 불편해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운 장기요양 환자(장기요양보험 수급자)들 집으로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함께 방문해 진료와 돌봄 등 사회자원을 연계한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재가 서비스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원하지 않는데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에 가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시작했다. 올해는 전국 61개 시·군·구에서 83개 의료기관을 선정했다. 서울시에는 자치구 12곳에서 19개 의료기관이 선정됐는데, 은평구에서는 살림의원이 2년 연속 선정됐다.
“간단하게 말하면 옛날 의사가 집으로 찾아가 진료하는 왕진 개념에 복지가 더해진 겁니다. 의료와 돌봄이 통합된 거죠.”
강 사회복지사는 “이왕이면 시설이나 요양병원이 아닌 집에서 편안하게 삶을 살다가 가셨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며 “이 과정에서 당사자나 가족들에게 필요한 지역자원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2012년 설립된 살림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은 공익을 위해 지역 주민과 조합원, 의료인이 협동해 의료기관을 운영한다. 돌봄에 건강을 더한 통합돌봄, 건강증진 활동 등으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살림의원, 살림치과, 살림한의원, 재택의료센터를 운영한다. 돌봄 분야에서는 살림데이케어센터를 두고, 주간보호와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방문해 돌보는 방문요양을 함께 한다. 또한 치매환자와 돌봄자, 이웃 주민들이 함께 만나는 공간 ‘서로돌봄카페’와 다양한 건강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건강거점 다짐’도 운영한다.
은평구가 살림의원과 협약을 맺은 데는 이처럼 살림의원이 지역에서 탄탄한 기반을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순희 은평구 복지정책과 돌봄지원팀장은 “살림의원은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의료와 돌봄 커뮤니티를 잘 갖추고 있다”며 “진료에 더해 다양한 기관과 복지 제도를 연결해 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하우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살림의원 방문진료전담팀은 전담의사 1명, 겸임의사 4명, 전담간호사 1명, 전담사회복지사 1명 등으로 이뤄졌다. 앞으로 전담 간호사를 2명 더 충원할 계획이다. 방문진료전담팀은 방문 진료 요청이 있으면 1차 방문해 환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의료, 간호, 복지 등 필요한 사회자원을 통합해 파악한다. 그리고 회의를 거쳐 통합 돌봄 계획을 세워 실행한다. 은평구에서 살림의원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혜택을 받는 주민은 2023년 말 기준으로 98명이다.
살림의원 방문진료전담팀 김민정 간호사(왼쪽)와 강효주 사회복지사가 재택의료 가방을 챙겨 재택의료센터를 나서고 있다.
강 사회복지사는 “매월 환자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건강을 살핀다”며 “방문 진료를 가면 여러 가족 형태가 있는데, 특히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가 많다. 돌보는 사람의 건강이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강 사회복지사는 최아무개씨 부부의 사례를 소개했다. 최씨 부부는 자녀가 있지만 멀리 떨어져 살아 자주 찾지 못한다. 최씨가 요양보호사가 방문하는 것을 거부해 가족 요양만 받는 상태였다. 정기 방문을 다닌 지 1년 정도 지났을 무렵 배우자한테도 평소와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기력이 없어 보이고, 살이 빠지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다행히 며느리와 통화해 의료진의 의견을 전달하고 가족들이 관찰하고 돌볼 수 있도록 했다.
강 사회복지사는 “노노케어의 경우 대부분 두 사람만 살고 있어 돌봄자의 건강을 쉽게 관찰하고 확인하기 어렵다”며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으로 정기 방문을 할 수 있어 환자뿐만 아니라 돌봄자의 건강도 함께 챙길 수 있었다”고 했다.
“가정에서 임종을 맞기로 했거나 마지막 순간에 응급실을 이용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이 있죠. 하지만 임종시 모습을 제대로 알지 못해 어느 때 응급실을 가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강 사회복지사는 “의료진과 보호자 모두 환자 상태를 관찰하며 임종이 가까워진 시기에 보호자가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운 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살림의원은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뿐만 아니라 돌봄에스오에스(SOS)센터와 의료서비스 협약을 맺고 의료 개입이 필요한 가정을 찾아 지원한다.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인데, 건강보험 적용대상으로 역시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방문해 진료한다. 또한 살림의원은 지난해 노인 일자리사업으로 ‘건강이웃’도 운영했다. 거동이 불편한 주민을 찾아가 건강검진, 말벗지원, 관절가동운동 등으로 몸과 마음건강을 관리하는 지역 돌봄활동이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을 ‘(천 조각을 이어 붙이는) 퀼트 같다’고 합니다. 여러 조각천을 이어서 온전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일,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에 대한 미래상도 있어야 하고 천이 부족할 때 다른 곳에 가서 빌려 오거나 다른 퀼트 작품과도 연결할 관계망도 있어야 하죠. 그 천들이 터지지 않게 이어 붙일 바느질 실력도 있어야 하니까요.” 재택의료센터의 역할을 퀼트에 빗대어 설명한 강 사회복지사는 “의료와 돌봄 통합 지원이라는 퀼트를 바느질하는 코디네이터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남순희 팀장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가지 않고 자신이 살던 지역 사회에서 계속 살도록 하려면 의료와 돌봄을 반드시 통합 제공해야 한다”며 “앞으로 분절된 서비스가 아닌 의료와 돌봄 통합 지원 혜택을 더 많은 주민이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계속해가겠다”고 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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