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다홍치마, 아트 상품과의 만남

등록 : 2017-02-16 22:23
대림미술관 아트숍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 둘을 둔 주부 이희성(45)씨는 아이들 필기류를 마트나 문구점이 아니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산다. 이번에는 조선 왕실의 의궤를 모티브로 한 옅은 갈색 공책을 여러 권 샀다. “애들 교육차 나왔다가 전시장에서 본 그림이 찍힌 공책과 연필을 사줬더니 오래 기억하더라고요. 값도 저렴한데다 물건 하나하나 참 예쁘게 잘 만들었어요.”

미술관이나 박물관 아트숍 상품들이 해마다 진화하고 있다. 대량생산한 열쇠고리나 엽서, 로고가 크게 박힌 머그잔은 옛말. 전문 디자인팀이 기획하고 좋은 재료로 만든 상품들이 잇따라 나온다. 박물관, 미술관 성격에 맞춰 상품의 색깔이 명확한 덕에 아트숍 산책만 해도 눈이 즐겁다. 서울 도심에서 가까운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의 아트숍과 3만원 안팎의 인기 아트 상품을 추려봤다.

국립중앙박물관 아트숍의 ‘청자향합’
국립한글박물관 아트숍의 ‘별헤는밤 유리컵과 물병'
한글부터 색동까지 전통 정취 한가득

국립중앙박물관의 아트숍에서는 패션생활용품부터 사무용품, 어린이용품, 공예품, 복제품, 서적을 폭넓게 다룬다. 정갈한 색채와 디자인, 세련된 감각이 어우러져 ‘박물관 상품은 고루할 것 같다’는 편견을 완전히 깼다. 첨단 3D 프린터로 실제 유물과 같은 비율로 제작한 ‘반가사유상’과 ‘금동대향로’의 미니어처, 치즈 접시와 앞치마, 주머니(파우치) 등 국립중앙박물관의 주요 유물을 응용한 생활용품이 골고루 인기다. 아이들 학습용 장난감인 ‘발굴체험 키트’(1만5000원)는 나오자마자 입소문을 탄 대표 상품이다. 문구류가 대체로 질이 좋고 저렴하다.(노트·수첩 1000원, 잠자리 손수건 8000원, 화조도 천가방 1만8000원, 왕과 왕비 수저세트 2만5000원, 청자향합 2만6000원)

국립한글박물관 2층에 있는 아트숍 ‘아름누리’에서는 안상수, 강병인 외 한국 대표 디자이너들이 문구부터 생활용품까지 디자인해 우리 한글의 아름다움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음료를 채우면 윤동주의 시구가 서정적으로 오르는 ‘별 헤는 밤 유리컵’(8000원)과 물병(8500원)은 에스엔에스(SNS)에서 화제가 되는 스테디셀러다. 2만~3만원대의 한글 가방과 티셔츠 등도 선물용으로 무난하다.


서울역사박물관 뮤지엄숍에서는 ‘서울’을 소재로 한 상품들을 전시하고 판다. 옛 서울지도와 여행지도를 담은 손수건(1만원), 서울 엽서(1000원), 오르골(4만1000원) 등 볼거리가 많으니 지나는 길에 잠시 들러보아도 좋겠다.

한가람미술관 아트숍의 ‘뉴 아트램프
천가방 하나에도 현대적 감각이 물씬

‘집 좀 꾸민다’는 엄마들은 어디로 갈까. 2013년 경복궁 옆에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아트존’을 빼놓을 수 없다. 현대예술을 기본으로 순수미술과 디자인, 팬시, 공예, 장신구 등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만한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판다. 섹션별로 총 3개 구역, 5개 공간이 널찍해 꼼꼼히 둘러보면 한 시간 남짓 걸린다. 제1구역은 다기와 그릇 등 공예 분야의 유망 작가들 작품을, 제2구역은 미술관 문화상품과 도록, 디자인 아이디어 제품을, 제3구역은 섬유·패션 상품과 국내외 미술 전문서적 등을 선별해 마련했다. 뒤뜰까지 걸어다니며 조용히 시간 보내기도 좋다. (달력 ‘해브 어 나이스 이어 1981-2100’ 1만2000원 / 드로잉북 1만8000원 / 멸종위기동물 천가방 2만6000원)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 있던 아트숍도 새로 정비해 문을 열었다. 예술의전당이 자체 제작한 담요와 필기구 등의 상품과 국내외 아트 포스터, 판화, 액자, 명화와 클래식 연주자들을 모티브로 한 상품들을 주로 판다. 명화 마우스패드(5000원), 그림작가 에바 알머슨 작품을 모티브로 한 휴대폰 케이스(1만4000원), 뉴 아트램프(2만9000원), 그 외 5000원 안팎의 명화 디자인 문구가 인기다.

한남동의 삼성 리움미술관 아트숍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별전이나 기획전을 살펴보면 국내외 주목받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언제나 파는 떡살문 비누 세트 (1만6000원), 가죽 명함지갑(2만~3만원대), 한성도 무릎담요(3만원)도 선물용으로 제격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아트존
한남동 삼성 리움미술관 아트숍

최신 트렌드로 경험하는 청춘의 열기

통의동 주택가 사이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대림미술관은 에스엔에스를 타고 젊은이들의 ‘힙’한 장소로 떠오르다가, 아트숍까지 덩달아 유명해졌다. 라이언 맥긴리, 스텔라 매카트니 등 스타 사진작가들의 기획 전시마다 작품을 모티브로 한 아트상품을 선보이는 덕에 마니아들이 많다. 현재는 <닉 나이트 사진전-거침없이, 아름답게>와 함께 관련 아트상품(위 사진)들을 선보여, 작가의 주요 사진작품을 생활 속에서도 늘 볼 수 있게 됐다. (볼펜 1000원, 북마크 2000원, 휴대폰 케이스 1만2000원, 천가방 1만2000원)

대림미술관에 들렀다면 지척에 있는 ‘미술관 옆집’도 방문해보자. 가정집을 고쳐 카페 겸 콘셉트스토어로 문을 열었는데, 공간 특유의 아름다움도 볼거리지만 1층 아트숍에서 외국 유명 문구 브랜드를 중심으로 1만~3만원대의 다양한 고전 필기구들을 팔고 있다.

한남동 디뮤지엄에서도 기획전을 열 때마다 갓 나온 아트상품들이 젊은이들에게 인기다. M2층 뮤지엄숍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YOUTH-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 전시에 맞춰 관련 상품들을 한자리에 내놨다. 청춘의 다양한 감성을 모티브로 한 노트(3400원), 필통 (5000원), 포스터(7000원), 천가방(1만2000원) 등 젊은이들의 ‘취향 저격’ 상품이 즐비하다.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