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찾아온 ‘나 닮은 책’과 커피 향, 북카페 9선
우리 동네 북카페를 사용하는 세 가지 방법
등록 : 2016-04-04 18:23 수정 : 2016-04-04 18:47
서울의 큰길이 정맥과 동맥이라면, 우리가 가볼 곳은 모세혈관 같은 서울의 안쪽 길이다. ‘동네에 잘 달라붙은’ 북카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다섯평 남짓한 동네 북카페에서 시작해 공원과 랜드마크로, 도심 한복판으로 튕겨 나오면 다시 골목으로, 그곳을 찾아 지그재그 걸었다. 봄날의 북카페는 정취가 좋다. 당신의 꿍꿍이를 시작하고 실현하기에도 적당하다. 사색하기 좋은 곳, 휴식하기 좋은 곳, 작업하기 좋은 곳 등 골목 안 그 공간의 사용법을 정리해본다.
3월, 새로운 일을 꾸리고 있는가? 동네 북카페로 가서 영감을 받자.
서울. 물길과 책길이 만나는 곳에 ‘북카페’가 있다. 지난 십 년 한국의 카페시장을 주도했던 프랜차이즈 열기가 주춤하고, 골목마다 작은 카페가 속속 자리 잡았다. 그중 커피 한 잔에 읽을거리를 더하는 ‘책이 있는 카페’는 책방과 카페, 집과 사무실, 그 경계에 은근한 영역을 두어 도심 속 방랑자들의 오감을 활짝 열어 준다.
북카페에서는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펜을 쥔 이는 작가가 되고, 노트북을 든 이는 작업실을 갖는다. 엄마들은 모처럼 나만의 아침을 소유하고, 아이들은 일찌감치 자신의 책을 고르고, 귀가 중인 어른들은 아늑한 테이블에 앉아 침울함을 털고선 아이디어를 모은다. 생성중인 모든 인간들은 나를 닮은 책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지식과 상식, 홀로된 시간과 둘이 있는 공간. 추억과 기억이 하루하루 퇴적하는 동안, 어느덧 일상의 폭은 단단하고 두터워질 터이니. 글•사진 전현주/ 문화 창작자
‘동네+북카페’: 혼자서 끄적거리고 싶은 하루 준비물은 수첩과 연필. 혹은 노트북 하나. 수면바지를 입고 나서도 뭐라 할 사람 없다. 독특한 공간은 물론, 주인 닮은 커피 맛은 덤이다. ‘나만의 이야기’가 있는 동네 북카페 세 곳. 클럽 원디원엠
서초동 모험을 탐구하는 글쟁이들의 아지트
서초동 아침을 깨우는 ‘클럽 원디원엠’(사진2)의 김태우 대표. 손으로 내리는 커피 맛으로 동네의 신뢰를 얻었고, 취향 담백한 책장의 멋으로 단골을 늘렸다. 근방 사거리에 남부터미널이 있어 부산할 법한데, 골목 깊숙하게 후진한 덕에 늘 평화롭다.
카페는 그의 소설 집필실이자 커피 연구실, 또한 팟캐스트 ‘태우의 글상자’를 녹음하는 방송실이다. 영업을 마감하면 공간에 홀로 앉아 커피를 마시고, 새벽 1~2시까지 글을 쓰는 일상을 산다. 그중 한 편을 투고하여 몇 년 전에는 소설가로 등단했다.
대도시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드는 건 ‘골목에 자리 잡은 소규모 카페’라는 확신이 있다. 본인의 가게처럼 공포와 불확실성의 터널을 지나 살아남은 사람들, ‘실패담’과 ‘자기존재’를 가진 모험가들을 애정한다. 두 자녀 역시 그렇게 키우고자 요즘은 교육에 관한 글도 집필 중이다.
주소: 서초구 서초중앙로6길 29 전화: 070-4521-1101 운영 시간: 매일 9:30~23:00 / 일 휴무 주차: 협소. 대중교통이나 근처 공용주차장 이용 추천. http://blog.naver.com/woo21
콩밭 커피로스터
용산동 아낙네들이 마음을 정돈하는 공간
해방촌 언덕을 따라서 성실하게 올라가면, 남산 아래 밭일하듯 웅크린 작은 집이 있다. ‘콩밭 커피로스터’(사진1)다. 카페가 있기 전에 집은 부동산, 보습학원, 푸줏간의 간판을 달고 내렸다. 미싱공방이 많았던 마을 풍경을 간직하고자, 카페는 재봉틀을 들여놨다.
‘콩밭 커피로스터’라는 현판은 주인인 김석 대표의 별명에서 유래한다. 영화를 공부했지만 정작 커피에 몰두하는 등 자신의 삶을 본 주변인들이 ‘넌 마음이 콩밭에 가 있어’라며 타박할 때 참 옳다구나 싶었던 것. 마침 주병선의 노래 ‘칠갑산’을 좋아하여 책장 모티브도 삼았다.
살다 보니 시집살이하는 노랫말 속 아낙네들과 한국의 자영업자들 정서가 비슷하더라고, 주인은 곰곰이 회상한다. 본인 명패에 ‘노동자 아낙네’라 음각한 이유. 집에 있는 책을 가져와 책장을 채웠다. 만화, 예술, 커피 등 취향 분명한 100여권의 책과 디브이디가 있다. 근처 공방에서 직접 로스팅과 블렌딩을 한다.
주소: 용산구 소월로20길 67 전화: 070-7793-5841 운영 시간: 화~목 11:00~21:00 / 금~일 11:00~23:00 / 월 휴무 주차: 협소. 대중교통이나 근처 공용주차장 이용 추천.
꿈꾸는 타자기
미아동 저녁 마을 풍경이 아름다운 책쟁이집
미아사거리역 8번 출구로 올라와 직진하다가 왼쪽 샛길로 휘어지면, 골목 귀퉁이에 ‘꿈꾸는 타자기’(사진3)가 보인다. 전신주에 걸린 전선 사이로 음표 같은 간판이 먼저 손짓한다. 평범한 2층짜리 주택용 건물을 1층에 입주한 중화요리 집과 사이좋게 나누어 쓴다.
‘동네 책다방’ 운영 6년차인 강두석 대표는 한 달에 책값으로만 50만원에서 60만원가량 소비하는 책쟁이다. 산 책을 차곡차곡 카페에 저장하니 대략 5500여권의 장서를 갖추었다. 전에는 월간지에서 기자 생활을 했는데 습관 때문일까. 쉬는 날 없이 ‘독하게’ 일을 하면서 돌연 ‘동네의 자랑’이 되었다.
2층 창밖으로 해가 저물면, 발그레 물드는 사거리 마을 풍경이 사색적이다. 널브러진 고양이들은 미아동 뒷골목을 수년간 지배해온 길고양이들로, 대표가 거두어 살을 찌웠는데, 시끄럽게 굴면 앙 문다. 3월 중 인테리어 작업을 짧게 예정 중이니 방문 전 전화로 문의할 것.
주소: 강북구 솔샘로68길 16 전화: (02)988-4862 운영 시간: 매일 13:00~23:00 / 명절 휴무는 따로 공지 주차: 협소. 대중교통 이용 추천. http://blog.naver.com/coffeesoul
‘휴식+ 북카페’: 친구랑 여행하고 싶은 하루
모처럼의 휴일인데, 집에 있기도 멀리 가기도 애매한 하루. 친구나 가족과 서울 여행길에 나서면 어떨까. 걷다가 지치면 잠시 들르자. 쾌적하게 쉴 수 있는 도심 속 북카페 세 곳.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북카페
능동 참을 수 없는 오후 햇살의 유혹!
능동 어린이대공원 정문에서 음악분수까지 걸어가면 묵직한 회색 콘크리트 건물 ‘꿈마루’(사진4)가 시야를 채운다. 노는 것도 휴식이 필요한 법. 경사진 나무비탈길을 따라 2층 ‘꿈마루 북카페’로 입장한다. 다양한 책을 골고루 배치해서 멋스러운데, 사방 통유리로 보이는 공원의 경관과 바닥을 담요처럼 덮어주는 오후의 햇살이 건물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북카페를 품은 건물 ‘꿈마루’에도 오래된 이야기가 있다. 어쩐지 잘 알려지지 않은 1세대 건축가 나상진의 설계로 1970년에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골프클럽하우스였던 건물이다. 1973년 골프장이 어린이대공원으로 재개장하며 사무실 겸 교양관이 된 것. 역사를 보존하고 싶은 사람들의 노력 덕인지 정해진 시간에 찾아오는 동네 단골이 꽤 많을 정도로 독특한 공간이다.
주소: 광진구 능동로 216 어린이대공원 전화: (02)454-7891 (어린이대공원 문의: 02-450-9311) 운영 시간: 동절기 10:00~18:00 / 하절기 10:00~19:00 / (공원이용시간 5:00~22:00) 주차: 대공원 내 주차공간 이용 www.childrenpark.or.kr
인터파크 북파크
명동 책도 신앙이 되는 백여년 숨결을 간직한 공간
명동대성당이 지하 리노베이션을 끝내고 일반인에게 좀 더 열린 공간으로 다가왔다. 가톨릭회관 지하 1층에는 온라인북숍 인터파크가 ‘북파크’(사진5)를 주제로 책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 중이다. 작가와의 만남은 물론 새책을 대여하거나 헌책을 교환할 수 있고, 온라인으로 구매한 책을 현장에서 바로 받을 수 있다. 커피와 수제초콜릿을 전문으로 취급한다.
바로 옆 상점 ‘리코드’(RE;CODE)의 시도도 주목할 만하다. 확고한 큐레이션으로 ‘환경과 관련된 열가지 분류’의 서적 및 논문 자료를 무료 개방한다. 주변 상점들도 아기자기하다. 책과 커피를 손에 들고 성당 내부를 한가로이 거닐어보자. 붉은색 벽돌 마감에 손을 얹고 나선형 계단을 올라 천장에 닿을수록, 공간을 흐르는 지난 백여 년의 숨결과 말들이 고요하다.
주소: 중구 명동길 66 가톨릭회관 신관 지하1층 전화: (02)-6004-7390~1 운영 시간: 매일 10:00~21:30/연중무휴 주차: 명동성당 내 유료주차장 이용 http://bookpark.com/myongDong/bp_bookPark.html
달달한 작당
연남동 그림책으로 쌓은 어른들의 언덕
때로는 어른들에게도 ‘비빌 언덕’이 필요하다. 만화책 전문 북카페 ‘즐거운 작당’으로 홍대 일대에 만화방 감수성을 폭발시킨 김민정 대표가 이번엔 그림책 전문 북카페 ‘달달한 작당’(사진6)을 모의했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 사시사철 사람들로 부산한 동네를 능청스럽게 피해 낙낙한 골목에 들어섰으니 이만한 입지 대작전도 없었을 터, 오래된 양옥 2층에 꾸려 어른들의 안식처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안에 들어서면 사각 창 너머에 오래된 나무가, 옥상에 오르면 연남동 일대가 마치 유년시절 내가 살던 집 같다. 사방 책장으로 국내외 유명 그림책, 그래픽, 라이프스타일 잡지 등 2500여권의 도서를 구비했다. 계단 및 한 평 공간에 숨은 지하 다락방마저 달달한 그림책 같다.
주소: 마포구 양화로23길 22-7 전화: (02)-322-1933 운영 시간: 매일 11:00~24:00 / 연중무휴 주차: 협소함. 대중교통 이용 추천 www.facebook.com/sweetjakdang
‘작업+ 북카페’: 햇살 드는 작업실이 필요한 하루
하루치 햇볕이 모자란다. 사무실 형광등도, 독서실 칸막이도 질렸다면, 나의 작업실을 찾아 봄볕 따라 북카페로 가자. 서로의 시선도 여유롭다. 널찍한 공간이 특징인 북카페 세 곳.
미디어카페 후
동교동 가구처럼 머물러도 환영받는 공간
지난해 8월 젊은이들의 거리 홍대 인근 동교동에 새롭게 문을 연 미디어카페 ‘후’(사진7)는 한겨레신문사에서 기획한 카페공간이다. 홍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5분 정도 걷다가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기 직전에 오피스텔 2층 입구로 향하는 가정식 콘크리트 계단이 보인다. 역시나 가정집처럼 수줍게 닫혀 있는 작은 파란색 문에 겁먹지 말고, 힘차게 밀고 들어서야 한다. 외관과 달리 들어서면 넓은 공간이 이어진다.
탁자와 탁자 거리가 멀어 개인작업이 자유롭다는 것이 공간의 장점이다. 기본 4인용 탁자를 혼자서 차지해도 눈치 주지 않는 너그러움은 기본이다. 주중 해 있는 시간에 가면 내 집처럼 머물 수 있는 편안함이 있다. 저녁에는 <한겨레티브이> 녹화 현장이나 작가초청 행사에 참여할 수 있고, 종종 한겨레신문사 직원들이 출근해 직접 커피를 내려주곤 한다.
주소: 마포구 양화로 175 2층(동교동 156-2 2층) 전화: (02)323-0717 운영 시간: 매일 9:30~23:30 주차: 지하주차장 이용 가능 (1시간 무료, 30분부터 1000원 추가) http://blog.naver.com/thehankyoreh
서점카페 책과 삶
당산동 간단한 작업도 편안한 직장인의 아지트
독서신문 ‘책과 삶’이 운영하는 같은 이름의 북카페 ‘책과 삶’(사진8) 영등포구 당산동 공원 옆에 조용히 터를 잡았다.
카페로 들어서면 가로형으로 널찍하게 트인 공간이 시원하고 쾌적하다. 문학, 철학, 경제경영 등 다양한 서적을 갖추고 있다. 한편에는 외식, 커피, 요리 등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실용서적도 비치돼 있어 잠깐 독서를 하기에도 좋다. 바리스타가 직접 내리는 커피와 샐러드 등 런치메뉴가 인기다.
실내를 채우는 잔잔한 연주 음악을 배경으로 듬성듬성 앉은 손님들이 한가롭게 노트북을 두드리는 풍경이 자연스럽다. 사무실을 벗어나 한두 시간 머물며 작업과 함께 점심을 해결하는 직장인도 보인다.
마치 ‘오페라의 유령’처럼, 보이지 않는 매니저의 손길이 세심하게 묻어나는 것이 공간의 특징. 머리끈 등 기타 도움이 필요하면 주저 말고 데스크에 문의하자.
주소: 영등포구 당산로27길 16(당산동3가 397) 전화: (02)6276-2687 운영 시간: 매일 8:00~22:00 주차: 대중교통 추천. 주변 공영주차장 이용 가능 http://booknlife.modoo.at
커피랑도서관
신정동 3천권의 장서를 보유한 ‘영국식 도서관’
카페와 도서관 사이, 그 중간 지대에서 작업하고 싶다면 ‘커피랑도서관’(사진9) 목동점에 가본다. 묵직하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가 이채롭다. ‘영국식 도서관’이라는 콘셉트에 맞추어 가구와 조명을 세팅하였고, 3천여권의 도서는 언제든 열람 및 구매가 가능하다. 토익과 토플책보다 인문서나 개인파일, 노트북 등을 늘어놓은 성인들이 자리를 차지한 이유다.
모든 것이 정숙해 보이지만 이곳은 분명 ‘카페’다. 시간 내 무료음료를 무제한 제공하며 커피 외에도 간단한 요기가 가능하다. 열람실, 독서실에 있을 법한 책상과 3~15명이 들어갈 수 있는 세미나실이 있어 목적에 맞는 방문이 가능하다.
자리는 마음에 맞게 여러번 이동해도 눈치 주는 이 없으니 자유롭게 누리자. (1시간 이용: 1800원(기본 2시간) / 8시간: 만원 / 월 회원: 15만원).
주소: 양천구 신월로 344 (신정동 1026-3 청해빌딩 4층) 전화: 070-7766-1140 운영 시간: 평일 8:00~23:00/ 토 8:00~23:00/ 일 9:00~22:00 / 설날, 성탄절 휴무 주차: 건물 내 주차장 이용 http://coffeerangmokdong1.modoo.at
‘동네+북카페’: 혼자서 끄적거리고 싶은 하루 준비물은 수첩과 연필. 혹은 노트북 하나. 수면바지를 입고 나서도 뭐라 할 사람 없다. 독특한 공간은 물론, 주인 닮은 커피 맛은 덤이다. ‘나만의 이야기’가 있는 동네 북카페 세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