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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한복판서 배우는 케이팝 댄스 “주민도 관광객도 신났다”

중구, 지난해 11월 말 복합문화 공간 명동아트브리즈 개관
명동 한복판 금싸라기 땅에 300억 규모 건물 기부채납받아

등록 : 2024-02-22 14:25 수정 : 2024-02-22 14:30
주민에겐 ‘질 높은 문화 공간’, 외국인에겐 ‘케이문화 체험 공간’

스튜디오, 공연장, 갤러리 등 갖추고

케이팝 댄스 등 11개 프로그램 운영

관광객 1일 케이문화 체험 교실 계획

중구는 지난해 11월 말 명동에 복합문화 공간 명동아트브리즈를 개관했다. 주민과 관광객이 케이(K)팝 댄스를 비롯해 다양한 케이문화를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13일 오후 5층 댄스 스튜디오에서 케이팝 댄스를 배우고 있다.

설 연휴가 끝난 다음날인 13일 오후 중구 명동아트브리즈를 찾았다. 5층 댄스 스튜디오에서 어린아이들이 열심히 케이(K)팝 댄스를 배우고 있었다. 함지은 강사가 기본 동작을 보여주면 아이들이 따라 했다. 함 강사가 알려주는 대로 제대로 따라 하는 아이는 드물었다. 무언가 조금 부족한 느낌의 춤사위가 어색하기보다 오히려 귀여웠다.

“다른 프로그램보다 키즈 댄스 강좌가 있어 이곳에 오게 됐어요. 중구민은 수강료 할인 혜택도 있어 저도 시간 될 때 뭔가를 배우고 싶어요.” 인현동1가에 사는 박고운(37)씨는 딸 이주은(6)양과 함께 명동아트브리즈에 왔다. 이양은 1월부터 이곳에서 케이팝 댄스를 배우고 있다. 주은이에게 오늘 재밌었냐고 묻자 쑥스러운지 대답 대신 딴짓만 했다. 대신, 옆에 있는 다른 아이가 “네”라고 큰 소리로 대답해 웃음이 나왔다. 박씨는 “아이가 춤을 좋아해서 오게 됐는데, 이런 공간이 생겨서 너무 만족스럽다”며 “이곳에서 많은 것을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저녁 6시부터 어린이반에 이어 청소년반 케이팝 댄스 강좌가 이어졌다. 명동아트브리즈 근처에 있는 한성화교소학교에 다니는 이연이(11살·5학년), 연리 쌍둥이 자매는 지난달부터 이곳에서 케이팝 댄스를 배우고 있다. “엄마가 학교 가까운 곳에 케이팝 댄스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생겼다며 배우라고 했어요. 케이팝 댄스를 1년 정도 배웠는데, 재밌어서 더 배우려고 해요. 댄서가 되겠다는 꿈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취미로 하는 거예요.” 언니 연이가 수줍어서 말을 못하는 사이 동생 연리가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연리는 춤 동작이 어렵지 않다고 했지만, 연이는 어떤 동작은 쉽고 어떤 동작은 어려운데, 특히 빠른 박자에 맞추기가 어렵다고 했다. 함지은 강사는 “스텝과 팔 동작이 많고, 정박자와 엇박자가 섞여 있어 난이도가 평균 이상”이라며 “오늘은 동작이 조금 어렵지만, 잘 배워서 이제 제대로 따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근처에는 댄스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 불편했을 텐데, 앞으로 주민과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말 개관한 중구 충무로1가 명동아트브리즈는 서울의 한가운데인 명동에서 케이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연면적 1629㎡로 지하 3층~지상 6층으로 된 건물에 스튜디오, 공연장, 갤러리 등을 갖췄다. 지하 2층은 유튜브 촬영과 편집을 할 수 있는 영상 스튜디오, 지하 1층은 소규모 공연장, 1~2층은 로비 및 카페, 3층은 그림 등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 5층은 댄스 스튜디오, 6층은 프로그램실로 이뤄졌다. 5층과 6층에서는 케이팝 댄스 강의와 다양한 한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1년 내내 다채로운 전시와 소규모 문화 공연을 개최하고 공간도 빌려준다.

명동아트브리즈 모습.

“명동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즐겨 찾는 곳입니다. 케이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해 주민과 관광객이 문화와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죠. 이를 통해 문화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명동아트브리즈가 있는 곳은 원래 케이티(KT) 부지였는데, 이곳에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 호텔이 들어서면서 중구가 기부체납 받았다.

“시가 300억원이 넘는 ‘비싼 건물’입니다. 고심 끝에 일상 속에서 주민이 문화 혜택을 누리고 외국인에게 케이문화를 알리는 장으로 만들기로 했죠.”

양해인 중구청 문화정책과 문화정책팀 주무관은 “결국 명동을 대표하는 것은 문화”라며 “지역 주민과 외국인이 함께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명동아트브리즈는 케이문화가 전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시대 흐름에 맞춰 케이팝 댄스를 비롯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현대인의 지친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케이문화 체험 프로그램은 최고의 강사진이 나서 한국 문화 체험을 돕는다. 명동아트브리즈 운영을 책임지는 송연실 본부장은 “공간뿐만 아니라 강사진 선정에도 세심하게 신경 썼는데, 강의마다 최고의 강사진이 나서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며 “명동아트브리즈를 명동의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했다.

2월에는 세계적인 그룹 블랙핑크의 댄스 선생인 함지은 강사가 케이팝 댄스, 영화 <나랏말싸미>에서 일월오봉도 등 감각적인 작품을 선보인 정재은 작가가 민화 배우기를 가르친다. 또한 김도임 작가가 한글서예와 캘리그래피, 청강 스님이 명상 배우기, 정지윤 작가가 감성 드로잉, 김혜령 강사가 타로 배우기, 김나래 프로가 골프 교육을 한다. 그리고 벨리댄스, 아트무브 테라피, 요가 배우기, 유튜브 배우기 등 모두 11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한 달 수강료는 성인 기준으로 10만~13만원 정도인데, 중구민은 50% 할인된 비용으로 수강할 수 있다. 중구 소상공인과 직장인은 30% 할인해준다.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은 성인 비용의 절반이다. 케이팝 댄스의 경우 성인반은 한 달에 12만원, 어린이와 청소년은 6만원이다. 송 본부장은 “저렴한 비용으로 질 높은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어 수강생들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명동아트브리즈는 3층 갤러리에서 다양한 전시회를 연다. 2월에는 이진영 작가의 ‘오늘의 감각’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3층 갤러리는 순수예술부터 공예, 디자인에 걸쳐 다양한 예술 분야를 소개하고, 수준있는 신진작가의 예술활동을 돕는 다목적 공간이다. 2월에는 이진영 작가의 ‘오늘의 감각’(The Sensibility of Today)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앞서 12월에는 개관 기념으로 ‘렛 더 선샤인 인(Let The Sunshine In)-이경미전’이 열렸다. ‘고양이 작가’로 유명한 이경미 화가가 반려묘 ‘나나'와 여행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전시했다. 송 본부장은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려고 한다”며 “신진작가 외에도 장애인 작가 등의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중구는 앞으로 구 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유튜브 활용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영상 촬영에서부터 제작, 플랫폼 활용까지 교육해 유튜브를 활용한 매출 증대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명동아트브리즈는 앞으로 수요에 맞춰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3월부터는 직장인을 위해 수요자 맞춤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주위 회사에서 점심시간이나 퇴근 뒤에 직원들끼리 취미 활동을 하려고 해도 마땅한 공간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죠. 프로그램을 개설할 정도의 인원을 모아 오면 주제에 맞는 강사를 섭외해 주고 공간도 대여합니다.” 양 주무관은 “얼마든지 수요자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명동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장기 투숙하는 사람도 있지만, 며칠씩 잠깐 놀러오는 사람이 많잖아요. 외국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 올라오는 관광객도 있죠. 이를 잘 연결해 붐업시켜려고 해요.” 명동아트브리즈는 근처에 있는 호텔과 협력해 투숙객을 대상으로 케이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케이팝 댄스, 다도, 서예 등을 배우는 ‘1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송 본부장은 “한국 사람들의 화장이 자연스럽고 예뻐서 외국인들의 관심이 많다”며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케이 메이크업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의 중심이 중구이고, 중구의 중심이 명동입니다. 문화의 중심인 명동에서 문화핵심 기지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양 주무관은 “명동 한복판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며 “문화 중심지 명동에서 주민과 관광객들이 문화로 교류하는 장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