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브릭스에서 경사로 설치 확대 방안 모색을 위한 ‘모두의 1층’ 프로젝트의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단차로 접근이 어려운 매장에 경사로를 설치했던 경험과 장애인 접근성 향상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경험을 나눴다. 사진은 발표자들과 정원오 성동구청장(뒷줄 왼쪽 셋째). 성동구 제공
“한 뼘 남짓한 문턱, 휠체어가 그 문턱을 넘지 못해 그 흔한 식당, 편의점에 들어가지 못할 때 사회로부터 차단당하는 기분이 들어요.”
지난해 4월 장애인의 날에 만난 휠체어를 탄 노부부의 하소연을 들으며 평범한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뼈아픈 현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식당을 고르는 기준이 음식의 맛이 아니라 식당 내부로 ‘이동이 가능한가’이고, 휠체어 좌석이 없는 영화관 입구에서는 아쉬움에 발길을 돌려야 하며, 여행지에서는 관광명소가 아닌 보행통로가 갖추어진 곳을 찾아다녀야만 하는 현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장애인 정책은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며, ‘시혜’가 아닌 ‘인권’의 관점으로 전환됐다. 법률 제정 이후 일상생활 속 모든 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에 대한 정책은 여전히 시혜적 관점에서 설계하는 경우가 많고 사회 제도와 시설은 일상생활을 하는 데 제약이 없는 다수의 비장애인에게 맞춰져 있다.
이제는 나와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해준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을 누리는 당연한 권리에서 소외되는 이가 없는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문턱, 고작 몇 개의 계단이 이동 약자에게는 사회로부터의 차별과 배제일 수 있음에 공감하고, 작은 정책부터 하나씩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
성동구는 지난해 장애인 친화 미용실을 지정했다. 친화 미용실에는 경사로 설치를 지원하고 장애인 인식 개선 자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장애인 종합서비스 안내책자를 비치해 장애인 등 이동 약자가 미용실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특히, 장애인 전용이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성동구에는 현재, 마장, 왕십리, 금호, 송정, 성수 등 5개 권역에서 6곳의 미용실이 동참해 운영 중이다.
이와 더불어 사단법인 두루, 협동조합 무의 등과 함께 ‘모두의 1층’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식당, 카페, 편의점과 같은 공중이용시설에 휠체어 이용자, 유아차 동반자와 같은 이동 약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뜻을 모았다. 이동 약자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꾸기 위해 진행한 ‘모두의 1층’ 지지 서명 운동에는 약 한 달 만에 목표인원 3600명을 훌쩍 넘은 5500여 명이 동참해줬다.
지난 1월에는 전국 최초로 ‘서울특별시 성동구 장애인 등을 위한 경사로 설치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장애인 등 이동 약자의 접근권 향상을 위해 경사로 설치 지원 등을 구청장의 책무로 규정하고, 시설주에게 공중이용시설에 경사로를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를 기반으로 올해 성동구는 식당, 카페, 편의점과 같은 공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모두의 1층’ 맞춤형 경사로 설치 지원사업을 중점 추진한다. 사회단체, 청년단체, 상인회 등 여러 협업체를 통한 사회 인식 개선 캠페인을 통해 시설주의 경사로 설치를 독려할 계획이다. 경사로 설치 활성화 거리를 지정하는 것은 물론, 사후 점검도 빈틈없이 할 예정이다.
누구나 이해와 존중을 받으며 권리 앞에 차별과 배제 없는 세상, 모두 그러한 세상을 꿈꾼다. ‘모두의 1층’은 이동 약자가 실제로 넘어야 하는 ‘건물 앞의 문턱’을 없애는 것만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우리 사회의 ‘차별의 문턱’을 없애는 것이며, 세상을 평등하게 만들어가는 당찬 첫걸음이다. 약자라는 이름 앞에 더 이상 소외됨은 없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1층은 평등하게 누려야 할 권리이며, 누구라도 그 권리를 당당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동 약자는 더는 도움의 대상이 아닌 ‘우리’라는 범주에 속한 사회의 평범한 구성원이다. 그것이 ‘모두의 1층’을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