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체육관에서 다산팔각정까지 이어지는 한양도성 남산구간 성곽길 끝자락에 자연친화적인 도서관이 있다. 2021년 5월 개관 이후 입소문을 타 최근 ‘핫플’(인기 명소)로 부상하고 있는 다산성곽도서관이 바로 그곳.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도서관을 발견하고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방문객이 부쩍 늘었다. 단순히 책을 읽기 위해서라면 가까운 도서관 아무 데나 가도 되는데 굳이 언덕길을 올라 이곳까지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본 사람은 알 수 있다. 이곳은 그냥 도서관이 아님을. 도서관을 찾아가는 그 여정이 특별하다는 사실을.
다산성곽도서관은 일단 ‘뷰 맛집’(전망이 좋은 집) 같다. 아래쪽으로는 중구 다산동과 건너편 약수동의 시가지가 내려다보여 조망을 감상하기 그만이고 위쪽으로는 남산을 둘러싼 성곽길을 마주하고 있어 걸으며 사색하기에 딱 좋다. 숲을 둘러싼 한양도성 성곽길은 그 호젓함과 옛 정취가 일품이다.
머리를 비우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이들에게 ‘나만 알고 싶은’ 명당을 소개한다. 액자를 연상케 하는 통창으로 성곽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3층 문학자료실이다. 창에서 본 성곽은 마치 병풍처럼 이어져 있다. 마루 형태의 좌식 열람석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기도 좋고 바깥을 보며 생각을 정리하기도 좋다. 계절의 정취에도 마음을 뺏길 수 있으니 주의 바란다. 봄날 벚꽃이 성곽을 훑고 가면 곧 싱그러운 녹음이 돌담을 두르고, 곱게 물든 단풍과 낙엽이 내려앉는 가을엔 운치가 최고조에 달한다. 눈이 오면 성곽을 이루는 돌 틈 사이로 솜사탕 같은 눈이 쌓인다. 이곳 외에도 1층 테라스와 야외 독서 쉼터, 공연장 등 도서관 어디를 가도 자연을 벗 삼아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도서관 건물도 한양도성과 썩 잘 어울린다. 한옥의 전통적인 외관을 그대로 살려 자연 친화적인 멋을 살렸고 내부는 둥근 곡선으로 완만한 길을 내었다. 천장까지 맞닿은 철제 서가 사이 빈틈으로 도서관을 가로지르는 실내 정원이 보이고 시원한 개방감을 주는 높은 천장과 전면 창에 가득 들어차는 자연 채광은 실내에 있어도 야외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올해부터는 한양도성길과 다산동 골목길, 인근의 명소를 구석구석 함께 돌아보는 주말 견학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북 큐레이션 구독 서비스를 신청하면 다산성곽도서관의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다. 올가을에는 다산성곽길에서 예술문화축제가 열린다. 도서관에서는 한양도성과 관련한 역사 강좌를 비롯해 중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등 풍성한 문화예술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다산성곽도서관은 지하철 6호선 버티고개역과 약수역,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중구 구립도서관 누리집을 참고하거나 다산성곽도서관(02-2230-2965)으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마음을 가다듬으며 독서 삼매경에 빠지고 싶을 때, 성곽길이 주는 옛 정취에 흠뻑 빠지고 싶을 때 서울 도심 한가운데 ‘숲세권’을 자랑하는 다산성곽도서관을 강추한다.
김소영 중구 홍보담당관 언론팀 주무관
사진 중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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