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예능
대시 못잖게 중요한 거절
등록 : 2017-03-02 14:59
최근 <라디오 스타>(문화방송)에 나온 한 모델이 아이돌한테 ‘대시’받은 경험을 얘기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다이렉트 메시지’(디엠, 둘만 볼 수 있는 쪽지의 일종)로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남자는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상대(모델)가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삭제하더란다. 이를 듣던 진행자이자 아이돌 그룹 멤버인 규현은 “요즘은 그렇게도 하는구나”라며 놀라워했다.
대한민국에서 예쁘고 잘생긴 사람은 모두 방송사에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선남선녀 중에서도 특히 ‘끼 많은’ 이들이 몰려 있는 연예계에서 대시는 흔한 일이다. 시대에 따라 방식이 달라진다. 사랑 고백에 서툴렀던 1980~90년대에는 사람이 메신저가 됐다. 주로 코디네이터한테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전달하게 했다. 매니저는 피했다. 열애 사실이 곧 인기 하락으로 이어지던 때여서 불호령 내려질 게 뻔했다. 당시 활동했던 여자 가수는 “소속사 사장님의 단속이 심해 남자 연예인과 얘기도 못 했다. 남자 연예인의 생일파티에 가도 사장님한테 바로 불려갔다”고 했다.
감정 표현에 적극적인 신세대가 늘어난 2000년대 이후에는 좀 대범해졌다. 직접 묻는 경우가 많았다. 가요 프로그램 녹화나 생방송 중에도 벌어졌다. 노래가 끝나고 내려가던 남자 가수가 차례를 기다리던 여자 가수한테 지나가며 전화번호를 묻는 일도 있었다. 자신의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도 건넸다. 한 남자 배우는 “직접 대시는 둘만 입 다물면 알려질 일이 없다는 점에서, 지인 대동보다는 오히려 안전하다”고 했다. 2000년대 중반 들어서는 휴대폰 문자가 메신저가 됐다. 문자로 안부 인사를 하다가 마음이 통하면 전화를 하면서 서서히 정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전화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 디엠으로 옮아오고 있다.
마음에 들면 전화하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던 과거와 달리, 디엠은 증거가 남는다는 점에서 대시 방식도 달라졌다. “○○ 나온 거 잘 봤습니다” 등 대시인지 아닌지 모호한 얘기로 시작한다. 상대가 마음이 있다고 느끼면 진전시키고, 반응이 석연찮으면 안부인 것처럼 태도를 바꾸면 된다.
대시가 흔한 동네인 만큼 거절도 중요하다. 사적인 얘기를 많이 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난 요즘에는 대시받은 것도 토크쇼 소재로 활용된다. 어떤 남자 가수처럼 “아예 답장을 안 한다”거나 어떤 여자 가수처럼 “난 너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가는 ‘꼬리 친’ 사람으로 소문나기 십상이다. 한 남자 가수는 혹시 모를 일들을 막으려면 “‘에이, 장난치지 마’라며 넘기는 게 좋다”고 했다. 뭐, 어찌 됐든 사랑 넘치는 연예계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