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9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사 내부통제시스템 혁신방안 세미나. ㈔소비자와함께 제공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21조3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대출이자 수익도 60조원을 넘어서 역시 역대 최대치다.
맡긴 돈과 대출이자의 차이, 즉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발생한 이익이 대부분인데, 소비자가 믿고 맡긴 돈을 소홀히 관리해서 일어난 금융사고와 소비자들에게 특정 파생상품을 부당하게 권유해 불완전 판매로 생긴 수수료는 챙기고 손실은 떠넘기는 행위는, 금융환경의 신뢰를 무너트리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이다.
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말 기준 홍콩이엘에스(ELS) 파생상품을 39만6천 계좌, 19조원어치를 판매해 소비자들에게 끼친 손실 금액은 4조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금융감독원 보도자료, 3월11일치). 금감원은 판매정책과 소비자보호 관리실태 부실, 판매시스템 미흡으로 인한 불완전 판매 등으로 금융회사의 불법적 과실행위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 속성에 따른 과실가감요인을 적용해 10~60% 정도의 배상액을 제시하고 있다.
시중 은행들은 4월 초부터 자율배상을 일제히 시작할 계획이나 금융소비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런 불완전 판매로 인한 대형 금융사고는 2008년 키코(KIKO) 사태로 3조4천억원 규모, 2011년 저축은행 후순위채 사태로 8만여 명, 약 3조원 규모, 2020년 사모펀드 사태로 1만3천 명 규모 7조1100억원에 달한다.
또한 금융회사 내부의 금전사고도 여기저기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금액도 1억~2억원이 아니라 수십억~수백억인 횡령배임사건이다.
제조업체에서는 직원이 다치거나 죽게 되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을 지게 돼 있지만, 금융회사는 고객이 맡긴 생명과도 같은 돈을 임직원이 수백억~수천억원을 횡령해도 책임지는 CEO가 없었다. 이것은 불공정하고 부당한 것이다. 금융회사 CEO에게도 동일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행히 2024년 2월13일 입법 예고를 통해 7월3일부터 시행되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개정돼 내부통제 관리의무 부여 및 책무구조도를 작성, 각 경영진의 책임범위를 명확히 하고 그 범위 내에서 각 개인이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작동되도록 관리조치 의무를 부과하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 제도만 있지 운영은 형식에 그치지 않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2000년대 이래 금융회사 내부통제의 중요성은 점차 강조됐고, 금융산업이 시장의 신뢰를 얻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 스스로가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금융사고는 한 기업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 피해는 물론 사회의 근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법, 보험업법 등 개별 금융업법에 내부통제 제도가 도입됐고 이후 2016년에는 지배구조법이 제정됐으며, 2020년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상품 판매행위와 관련된 내부통제 제도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그 밖에도 다양한 법률이 서로 다른 규율사항에 대해 내부통제 관련 의무를 부과하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내부통제 규제는 실로 광범위하다 하겠으나 운영의 실효성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그동안 금융소비자 실태평가를 한다고 했지만 금감원이 형식에 치우치고 자율평가라는 미명하에 대충 한 결과를 공표해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가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내부통제시스템, 제대로 된 소비자보호 실태 평가에는 반드시 소비자가 참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형식에 그치는 것이다. 소비자(단체)가 참여해 객관적이고 투명하며 공정하게 시스템이 잘 만들어졌는지, 제대로 운영하는지, 교육이 잘 진행되는지, 전 임직원이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를 관리하고 점검해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
그래야만 금융사고가 빈발하지 않고 소비자보호 실태 평가를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효과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의 운영 문화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예외 없이 적용해야 제2의 홍콩ELS사태와 같이 소비자가 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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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