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실날실

1인 가구에 딱, 자연주의 도시락

망원동 도시락 ‘남자가 한밥’

등록 : 2017-03-09 14:20
지난해 12월 청소년위기지원센터 ‘띵동’ 후원의 밤 행사에 참여한 ‘남자가 한밥’의 공동대표 김현(왼쪽), 박종렬 씨. 남자가 한밥 제공
“야근하다가 10시 넘어 집에 와서 지쳐 있었는데, 도시락 보고 너무 감동받았어요. 자취하면서 엄마가 가끔 보내는 택배만큼 감동적인 도시락이었어요.”

‘남자가 한밥’(02-333-9400)의 도시락에 감동한 직장인이 카톡으로 보낸 소감이다. 망원동에 있는 ‘남자가 한밥’은 자연주의 밥상을 추구하는 도시락 업체다.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 설탕도 최소화해서 보기만 좋은 게 아니라 몸에도 좋은 건강한 밥상을 추구한다.

1인 가구 증가와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편의점 도시락 소비가 늘고 있다. 혼자 식당에서 밥 먹기 어려울 때 편의점 도시락은 편리한 선택지다. 경제적으로나 시간상으로 부담 없이, 다양한 밥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씨유(CU)의 지난해 도시락 매출은 전년보다 168%나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3000여 개의 품목(담배 제외) 가운데 단일 품목으로 매출 1위를 기록한 것 역시 도시락 제품이다. 도시락 매출 신장률은 2012년부터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해마다 두 자리 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지만 편리함만큼 건강함까지 갖추고 있지는 않다. 작년 소비자시민모임과 서울특별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 1개당 평균 나트륨 함량은 1366.2㎎으로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나트륨 권장 섭취량(2000㎎)의 68.3%를 차지했다.

‘남자가 한밥’은 도시락의 편리함은 살리되 건강함을 넣고 싶었다. ‘한밥’은 순우리말로 마음껏 배부르게 먹는 밥이나 음식을 뜻한다. 김현 대표는 “내가 먹어도 맛있는 밥, 몸에 좋은 밥을 내 주변 분들과 즐겁게 먹고 싶은 마음에서 창업했다”고 한다. 1일 1메뉴로 좋은 재료와 정성스런 음식을 마련한다.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부대낌 없도록 한다. 필요한 만큼의 재료만 사서 낭비 없이 최대한의 품질을 갖춘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하루 전에 주문받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건강함만큼이나 이들이 중요시하는 것은 지역 안에서의 관계성이다. ‘남자가 한밥’이 있는 곳은 함께주택협동조합이다. 1인 가구가 함께 모여 땅을 사고 공동의 집을 지었다. 임대료가 다른 곳보다 저렴한데다 지역 상권 활성화로 임대료가 올라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걱정이 없다. 덕분에 망원동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마진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날마다 공급하고 있다.

또한 망원동 일대를 기준으로 혼자 식사하셔야 하는 분들을 위해 주 단위로 신청할 경우 1인분부터 모두 배달하고 있다. 마포 안의 공동체 경제 활성화를 모색하는 ‘마포공동체 경제네트워크 모아’의 일원이기도 하다. 망원시장과 함께 1인 가구를 위한 요리 재료가 담긴 키트를 개발해 지역경제 상생을 도모하기도 했다. 또한 망원동 시민단체와 공익모임에는 20~30% 할인된 가격으로도 단체 배달을 하고 있다.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이 ‘식구’잖아요. 날마다 같은 메뉴를 따로 같이 먹는 우리들도 망원동 식구예요.” 김현 대표가 얘기하는 새로운 식구 개념이다.

주수원 한겨레 사회적경제센터 정책위원


jusuwon@daum.net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