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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시선으로 새 ‘한옥’ 박물관 구상”
개관 10년 맞는 은평구 ‘은평역사한옥박물관’ 표문송 관장
등록 : 2024-04-11 14:49
표문송 은평역사한옥박물관 관장이 3일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옥상에서 한옥박물관과 한옥마을에 대한 중장기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표 관장 뒤로 보이는 마을이 은평 한옥마을이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박물관이야말로 창의성이 절실하게 필요한 곳이거든요. 이곳에서 하는 전시, 교육, 학술 연구가 그렇습니다. 모두 ‘창조적인 것’이죠. 기존에 없던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내는 것은 모두 창의적인 것입니다.” 표 관장은 “광고와 박물관이 아무런 접점이 없을 것 같지만 박물관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 창의성”이라며 “이종 간 결합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게 박물관에도 필요하다”고 했다. 표 관장이 취임 이후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의 미래를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정체성 확립과 청사진을 만드는 일이다. 먼저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서 ‘은평한옥박물관’으로 명칭 변경을 준비하고 있다. ‘역사’를 빼고 ‘한옥’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역사’와 ‘한옥’으로 힘과 자원을 분산하기보다 ‘한옥’에 힘을 모으자는 게 가장 중요한 핵심입니다. 돋보기로 불을 붙이려면 햇빛을 한 점에 모아야 합니다. 점이 두 개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죠.” 표 관장은 “유물, 전시, 교육, 체험 모두 ‘한옥’에 집중하겠다”며 “한옥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시실에서 은평의 ‘역사’가 빠지더라도 학술연구 분야에서 은평 지역과 한옥을 결합한 마을 연구는 계속할 계획이다. 표 관장은 “한국 마을의 역사를 연구해 ‘케이(K)빌리지’를 정립하는 역할을 학술적으로 이어가겠다”고 했다. 표 관장은 한옥마을과 함께 쌓아온 경험칙을 모두 집약시킨 라키비움 형태의 ‘은평한옥박물관’ 청사진을 구상하고 있다. 라키비움은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 기능을 가진 복합문화공간이다. 표 관장은 “그렇게 하려면 재정적 뒷받침이 돼야 하는데, 요즘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고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한옥 등 집을 둘러싼 교육 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다. 표 관장은 “요즘 박물관은 전시 기능을 넘어 교육 등 시민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2층 로비 공간을 중대형 강연 교육을 위한 다목적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은 또 국외 유명 박물관과 교류해 국제적 위상을 높여갈 계획이다. 표 관장은 “스위스에서 목제 건물 거주지가 가장 잘 보존된 베르덴베르크 지역 박물관과 업무협약을 맺어 한옥의 아름다움을 외국에 알리고 ‘자매 박물관’을 통해 전통문화 교류를 확대해가겠다”고 했다. 개관 1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10월에는 자매결연식과 함께 자매 박물관에서 여는 축하 행사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시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박물관 캐릭터와 굿즈를 만들었습니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은 5월1일 너나들이센터 내에 관광객을 위해 관광안내소와 박물관 문화상품점을 개관할 예정이다. 표 관장은 “시민들의 감수성이나 취향을 읽어내 유대감을 높이고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장치”라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소상공인 상품도 판매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고 했다. 표 관장은 지난해 2월 서울시가 발표한 한옥 정책 장기 종합계획 ‘서울 한옥 4.0 재창조’에 맞춰 은평한옥마을이 한옥마을 10곳의 ‘모델타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 한옥 4.0’은 앞으로 10년 동안 서울에 한옥마을 10곳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표 관장은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 한옥마을 네트워크의 구심점이 돼 한옥 대표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해가겠다”고 했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은 은평 한옥마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박물관의 10년은 한옥마을의 10년이기도 하죠. 박물관을 만드는 데 한옥마을의 힘이 필요했고, 한옥마을을 만드는 데 박물관의 도움이 필요했죠. 앞으로 10년은 은평만의 박물관이 아닌 서울, 나아가 국제적인 박물관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표 관장은 “박물관이 충실하게 역할을 수행해온 세월 동안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졌다”며 “한옥의 고유성을 좀 더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사람이 찾을 수 있는 박물관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