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투명경영(ESG)은 우리 사회의 사회운영원리가 될 수 있을까?’
안지훈 한양여대 ESG연구소장 등이 지은 <현재와 미래를 잇는 ESG와 지속가능발전>(한빛아카데미 펴냄)에서 다루는 주요 주제 중 하나다. 지금까지 ESG는 주로 기업과 관련해서 논의돼왔다. 기업 활동이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고 투명경영을 할 때 기후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지구를 구하는 책임이 과연 기업에만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ESG는 이미 정부와 시민사회가 외면하지 말아야 할 주제가 됐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사회운영원리를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거나 내면화된 내용”이라고 정의한다. 헌법이 담고 있는 국가 운영의 기준과 원칙인 ‘법치주의, 민주주의, 문화국가, 평화국가’ 등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ESG가 사회운영원리가 된다는 것은 “ESG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을 조절하며 사회의 목표와 가치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원칙과 절차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ESG원리가 기업을 넘어 행정과 사민사회 전체를 규율하는 원리가 된다는 것이다.
사회운영원리로서 ESG를 고려할 때 E와 S, G 각각의 의미는 기본적으로 그대로 유지되지만 다소 의미의 변용이나 확장이 필요하다. G는 기업의 ESG에서는 투명경영·지배구조였다. 하지만 사회운영원리로서 ESG원리에서 G는 ‘협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변용할 필요가 있다. 협치는 거버넌스를 번역한 말로 외래어 그대로 ‘거버넌스’라고 쓰기도 한다. 정부의 주요 의사결정에 시민을 더욱 많이 참여시키는 게 핵심이다. 한편 시민 입장에서 G는 ‘참여’가 된다.
시민 각자의 입장에서 볼 때 ESG가 사회운영원리가 된다는 것은 기업과 정부에 대한 참여일 뿐만 아니라 생활상의 원리로까지 의미가 확장됨을 뜻한다. 가정에서도 환경을 생각해야 하고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야 하며 가족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동아리 같은 모임이나 마을 같은 큰 범위의 사회조직 단위도 마찬가지다.
물론 아직은 ESG를 사회운영원리로 받아들인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지구의 환경위기가 더욱 심해진다면 ESG를 사회운영원리로 받아들이자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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