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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구의회’ 안건 공개부터 시작합시다

구의회 개방 으뜸은 관악구, 안건 공개는 25개 구의회 전체가 '0'

등록 : 2017-03-09 16:37 수정 : 2017-03-09 16:38
올해 1월20일 관악구의회 임시회의 모습. 주민들에게 회의를 공개하기 위해 2층 방송실에서 생중계를 하고 있다. 관악구의회 제공
서울의 25개 기초의회(구의회)는 주민들에게 주요 안건의 심의, 의결, 표결 과정을 얼마나 공개할까? <서울&>의 기초의회 의정활동 현황 조사팀이 세계전자의회 개방성 지표를 활용해 구의회의 개방성을 조사했더니 서울 기초의회(구의회)의 개방성은 평균 5.96(10점 기준)으로 중간 수준이었다.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 7점이 나온 서울 시의회의 개방성보다 낮다. 시의회에는 언론사 출입기자가 상주하고, 시민들의 모니터링과 방청단이 있어 견제와 감시가 늘상 이뤄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개방성 정도를 상중하로 나눠보면 관악, 송파, 용산, 영등포 구의회가 상위로 나타났다. 관악구의회(9)가 가장 높았고, 구로와 서초(4) 구의회가 가장 낮았다. 조사는 심의(의사일정, 안건 내용 공개, 의원발의 조례의 입법예고), 의결(본회의·위원회 생중계와 사후 동영상 제공), 표결(회의 의사록 공개, 본회의·위원회 표결 결과 공개) 각 과정 지표를 합쳐 10개 항목으로 이뤄졌다.

관악구의회가 개방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5대, 6대 의회 일부 의원들의 활약이 컸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민과의 소통을 공약으로 내걸고 적극적으로 의회를 개방했다. 그리고 5대 때 본회의 표결 공개, 6대 때 상임위 표결 공개를 위한 조례 개정을 발의해 제도화했다.

서울 25개 기초의회 모두 의사일정 공개, 본회의 사후 동영상 제공, 회의 의사록 공개는 하고 있었지만 안건 내용을 공개하는 구의회는 한 곳도 없었다. 그 까닭을 보수적인 관행 탓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동영 골목정책연구소장은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안건의 내용까지 공개하는 것에 대해 의원 간 갑론을박이 있고, 안건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을 부담스러워하는 의회의 보수성 때문으로 보인다”며 “회의규칙을 개정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례의 입법예고처럼 주요 안건의 내용을 공개하고, 주민들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구의회의 회의규칙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구의회는 개방성을 높이려면 설비 투자와 운용비 부담은 큰데 효과는 낮다고 말한다. 큰돈을 써 인프라를 갖춰도 주민들의 이용도가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곽충근 관악주민연대 사무국장은 “2010년 관악구의회가 상임위 회의실 3곳의 인터넷 중계를 위해 쓴 설비비가 9800만원가량이었고, 생중계 비용은 본회의와 연계하면 크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었다”며 비용은 핑계라고 한다. 그는 “기초의회 무용론, 폐지론이 여전히 나오는 상황에서 구의회가 하는 일을 적극 알리는 것이 의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의회 개방성은 주민 요구에 대해 구의원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즉 반응성과도 연관이 있다. 김일웅 강북구 지역미디어 활동가는 “구의회에 대한 주민의 관심과 요구의 부족은 의원들의 반응성을 약화해 결국 폐쇄적인 의회 운영을 낳을 수 있다”며 “구의회 개방성을 높이기 위한 첫걸음으로 의회 모니터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25개구 구의회 중 의정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이 되는 곳은 10개구(강남, 관악, 광진, 금천, 동작 성북, 송파, 양천, 중, 중랑)로, 전체의 40% 정도다. 의회 모니터링이 의회 활동에 최소한의 견제와 선순환 시스템임을 고려한다면, 나머지 구의회의 개선 노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구의회 의정활동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조례나 규칙 등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모니터링의 객관성을 유지하려면 의회가 진행하는 것보다 비영리단체에 위탁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관악구의회 의정 모니터링을 4년째 이끌어온 곽 사무국장은 “의정 감시 활동에 참여한 100여 명의 주민은 구의회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변했다. 더 많은 지역 주민들이 의정 모니터링을 알아서 실제 투표 때에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