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센터가 고향 집 같다는 말 들으면 뿌듯”
취임 10년 맞은 캐서린 코르테자 이태원글로벌빌리지센터장
등록 : 2024-04-25 14:51
캐서린 코르테자 이태원글로벌빌리지센터장이 19일 지난해 글로벌 키미즈엔젤 인형 만들기 활동으로 만든 인형을 들어 보이고 있다. 내외국인 자원봉사자들은 인형을 만들어 국내외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보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이태원글로벌빌리지센터는 서울에 사는 외국인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지원하고, 내국인과 외국인의 문화적 이해를 돕기 위해 2008년 7월1일 설립됐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이태원 지역에서 내국인과 외국인이 의미 있는 문화 소통을 하고, 서로에 대해 잘 알아갈 수 있도록 커뮤니티 형성을 적극 지원한다. 이태원글로벌빌리지센터는 지난 1월22일 현재 장소인 이태원동 세계문화음식거리로 이전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한국어 강좌, 문화체험, 봉사활동 등 세 가지 프로그램이 전부였죠. 조금 더 폭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외국인이나 각 나라 커뮤니티, 대사관과 연결해 시작한 커뮤니티 활동이 많이 늘었습니다.” 이태원글로벌빌리지센터는 지난 한 해 동안 커뮤니티 지원, 문화체험, 교육, 생활지원, 내외국인 교류, 봉사활동, 상담 등 40여 개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2만6812명이 참여했다. 이 중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이 20여 개에 이른다.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에는 새롭게 무료 나눔장터를 운영했다. 10월에는 무료 나눔장터와 진료소를 함께 운영했는데, 의료봉사단은 건강보험 자격이 없거나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한 진료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10월23일부터 11월20일까지 글로벌 키미즈엔젤 인형 만들기 활동도 펼쳤다. 내외국인 자원봉사자들이 매주 월요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이태원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국내외 한부모가정, 어린이집, 치매 노인, 수용인 자녀, 국외 빈곤 가정 아동들에게 인형을 만들어 보냈다. 내국인과 총 20개국 외국인 163명이 참여했다. 지난 3월16일에는 아가페의료봉사단 소속 전문의와 약학대학 봉사단이 이태원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외국인 여성 12명에게 무료로 부인과 검진, 산모 상담과 약 처방까지 진행했다. 이태원글로벌빌리지센터는 올해 무료 나눔장터, 무료 진료소, 외국인 봉사활동, 외국인 커뮤니티 지원, 문화체험 프로그램, 교육·생활 지원 프로그램 등을 개선하거나 확대 운영한다. 특히 외국인 커뮤니티 지원 활동인 미국, 타이, 필리핀 등 주한 외국대사관과 연계한 행사를 늘릴 계획이다. 또한 서울국제여성협회, 미국여성협회, 필리핀유학생연합회를 비롯해 서울외국인학교, 서울용산국제학교 등 외국인 관련 단체나 외국인 학교와 연계한 행사도 늘린다. 내국인을 위한 활동도 더 활발하게 펼친다. “내국인 커뮤니티나 단체, 기관과 함께하는 활동도 많죠. 외국에서 태어난 손주들과 대화하고 싶어 영어 등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도 있고, 그저 사람 만나는 게 좋아서 배우는 홀몸노인도 있어요. 외국인과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잖아요.” 이태원글로벌빌리지센터는 용산노인종합복지관에서 하는 노인을 위한 영어회화 봉사와 급식 봉사활동을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까지 확대한다. 코르테자 센터장은 “커뮤니티나 단체, 대사관과 함께 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올해는 좀 더 늘려서 하고 싶다”며 “내국인 노인, 어린이, 청소년들과도 의미 있는 활동을 많이 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 오는 사람들이 일자리부터 알아봐요. 그보다는 한국말을 먼저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코르테자 센터장은 “한국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면 그때 한국어를 배워야지 생각하는데 한국어를 먼저 배워야 문화를 이해하고 더 쉽게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인들은 외국인을 만나면 나이나 결혼 여부 등 개인적인 질문을 많이 해요. 처음에는 왜 그런지 이해가 안 됐지만, 한국어를 배우면서 이해하게 됐어요. 상대방의 나이에 따라 존댓말을 해야 할지 등이 정해지니까요.” 코르테자 센터장은 “내국인과 외국인의 문화 차이를 극복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라며 “일상생활을 하면서 작은 문제들을 물어보고 자연스럽게 문화를 알아가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은 저출산 사회입니다. 어쩔 수 없이 외국인이 많이 늘어나는데, 조금만 배려하고 오픈 마인드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코르테자 센터장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제일 좋아하는데, 결국 노력한 만큼 좋은 일이 생긴다”며 “앞으로도 계속 외국인들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