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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반장으로 불러주세요” 20대 인디밴드의 지역 밀착 1년

인디밴드 ‘트위드’ 멤버 겸 강북청년자립협동조합 김은수 이사장

등록 : 2017-03-16 14:30
강북청년자립협동조합 이사장 김은수(26)씨가 기타를 치고 있다. 조진섭 기자 bromide.js@gmail.com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는 김은수 이사장의 얼굴을 보고 놀랐다. 강북청년자립협동조합의 이사장이자 조합원이니 청년일 거라 짐작은 했지만, 너무 앳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조심스레 나이를 물으니 스물다섯이란다. 그 나이여도 동안이었다.

“협동조합에 이사장이 필요하니 그 직함을 쓸 때가 있지만 많이 어색해요. 조합이 만든 ‘수유리콜라보’의 책임프로듀서라는 호칭이 훨씬 편하죠.”

그는 협동조합이 강북구청 앞 건물 4층에 마련한 수유리콜라보의 책임자다. 지난해 2월 협동조합 인가가 났고, 9월에 수유리콜라보 간판을 걸었다. 50평 크기의 수유리콜라보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주민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학원이 기본 콘셉트이지만, 커피를 파는 카페이고, 다양한 모임에 장소를 빌려주는 대여 공간이기도 하다. 음악 수업을 위해 기타, 건반, 드럼 등의 악기를 갖춘 연습실이 2개 있고, 음악 작업실도 따로 있다.

협동조합이 1돌이 됐다. 조합을 만들게 된 동기는?

“음악을 좋아하는 청년들이 음악을 하며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을까 늘 고민했다. 다른 곳이 아닌 우리 동네에서. 그 토대를 협동조합으로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았다.”

김 피디는 2013년 결성된 4인조 밴드 ‘트위드'(tweed)의 리드 보컬을 맡고 있다. 손주은(25)씨가 베이스기타, 박찬영(23)씨는 건반, 박은규(23)씨가 드럼을 각각 맡는다. 트위드는 코트나 정장에 주로 쓰이는 스코틀랜드산 직물을 가르키는 말로, 김 피디 등이 영국 음악을 지향하는 까닭에 붙인 이름이다. 트위드의 네 사람은 모두 협동조합의 조합원이다. 여기에 드럼과 미술을 하는 손성은(23)씨, 영상 작업을 하는 정유경(23)씨를 더해 모두 6명이 현재 수유리콜라보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 동네'인가?

“멤버들이 모두 수유동과 인근에 산다. 수유동 일대는 피시방이나 노래방, 술집 등은 많지만, 음악을 취미로 배울 수 있는 공간은 없다. 관심이 있으면 이태원이나 홍대 쪽으로 간다. 게다가 기존 음악학원은 학원비가 비싸고 기술 위주 교육을 한다. 청년들이 자신이 사는 곳에서 쉽게 음악을 배우고, 생산적인 취미 문화를 통해 소통을 넓히면 좋은 것 아닌가.”


‘자립'은 어떤 방식으로 도모하나?

“주된 수입원은 아무래도 음악 교습이다. 수강료로 월 10만원을 받고 건반, 기타, 베이스기타, 드럼, 보컬 가운데 수강생이 원하는 한 가지를 가르친다. 조합원들이 장기를 살려 강사가 된다. 동시에 이곳은 우리에게 연습과 녹음의 공간이기도 하다.”

생활이 가능한가?

“지금은 수강생이 40명 수준이다. 커피 판매와 공간 대여 등이 있지만 경비를 빼고 나면 조합원 6명이 월 40만원가량 가져간다. 서울에서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수준이다. 그래도 실험과 도전을 계속할 작정이다.”

공간이 아기자기하고 그럴싸하게 꾸며졌다.

“협동조합 설립 뒤 6월에 서울시가 선정한 지역일자리 창출과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는 마을기업 10곳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것이 큰 힘이 됐다. 서울시에서 4000만원을 지원받았다. 공간 임대와 인테리어, 악기 대여, 조합원 초기 인건비 등으로 요긴하게 썼다.”

지역 활동도 활발하게 한다는데?

“강북구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에 단골로 등장한다. 가을마다 열리는 청소년 문화축제인 ‘추락'(秋樂), 길고양이 행사, 열린장터 등이 대표적이다. 청소년문화공동체인 ‘품', 강북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과도 협력 사업을 한다. 얼마 전 포켓몬고 바람이 불자 청년들과 함께하기 위해 ‘포켓몬 수유'라는 카톡방을 열었다. 서로 알지 못하는 청년들이 금세 모이더라.”

올해 가장 주력할 일은?

“당장의 목표는 수강생 규모를 80명 정도로 늘려 수유리콜라보의 안정적인 운영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그리고 6월의 라이브 콘서트를 잘 치렀으면 좋겠다.”

김 피디가 속한 트위드는 지난해 ‘뮤지스땅스'가 주최한 경연대회에서 톱10에 들었다. 뮤지스땅스는 독립음악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사)한국음악발전소가 운영하는 곳이다. 톱10의 보상으로 오는 6월 마포구 아현동 뮤지스땅스 공연장에서 단독공연을 한다. 공연에서 부를 10곡가량의 노래는 라이브 앨범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면?

“음악인들이 이름을 아는 뮤지션, 국내 유명 록페스티벌에 2년에 1번 정도 나가는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다. 물론 협동조합의 지속, 발전과 함께 이뤄야 할 꿈이라 생각한다.”

협동조합을 만들고 나서 김 피디는 지역 주민들에게 ‘우리 동네 김반장'이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한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의 주인공 홍반장에서 따온 별칭이다. 오지랖 넓게 편하게 지역과 호흡하고 싶어서다. 그는 “동네 사람들이 김반장이라고 불러주면 좋겠는데, 아직은 잘 안 불러주네요”라며 웃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