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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등 ‘성북 문인들’을 마주하는 곳

성북구 성북동 ‘성북근현대문학관’

등록 : 2024-05-02 15:20
성북근현대문학관 외관

한용운, 정지용, 이태준, 이육사, 염상섭, 김내성, 김동리, 조지훈, 김광섭, 박경리, 신동엽, 박완서의 공통점은? 바로 성북 지역에 거주하며 활동했던 문인이다.

성북 지역은 일찍이 조선 시대에도 아름다운 풍광으로 한양도성 주민의 휴양지이자 유람지로 부상했다. 한문학의 주요 배경지였던 성북의 문학적 기반은 근현대작품에도 이어졌다. 1930년대에는 김억, 이태준, 홍효민 등 작가가 많이 살아 ‘문인촌’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만큼 성북은 다양한 작가들이 거주하며 창작 활동을 한 장소였다. 이러한 문학적 공간 특성을 바탕으로 지난달 성북동에 들어선 성북근현대문학관에서는 ‘문화예술의 도시’ 성북의 모습을 지역 문인들과 그들의 작품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성북근현대문학관은 성북 문학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해 시민과 공유하고 관람객에게 다양하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한다. 지하 1층 자료열람실과 교육실, 1층 기획전시실, 2층 상설전시실까지 총 3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자료열람실과 교육실에서는 다양한 문학 작품을 자유롭게 읽어볼 수 있다. 추후 지역의 문학과 문화에 관련된 강의와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기획전시실 전경

1층 기획전시실은 성북의 문인과 문학을 다루는 기획전시 공간이다. 개관 기념 특별전으로 한용운(1879~1944) 서거 80주기를 맞이해 ‘긔룬 것은 다 님이다’를 열고 있다. 한용운은 독립운동가이자 불교개혁을 추구한 승려였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성북근현대문학관 개관을 기념해 문학적·사료적 가치가 큰 <님의 침묵> 초판본을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또 한용운이 입적하던 순간까지 거주하던 심우장과 심우장 시기의 집필 활동, 일상생활, 교류한 사람들과의 일화도 살펴볼 수 있다.

2층 상설전시실에서는 성북의 주요 문인과 문학 작품 속에 형상화된 성북의 모습을 소개한다. 관람객이 지역의 문학을 더욱 가까이 느껴볼 수 있도록 체험 요소를 더해 전시를 구성했다. 문학 작품에서 성북은 도심 속 휴식처, 한국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지역, 도시화와 개발의 이면을 간직한 곳,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통합과 화합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었던 연대의 공간으로 묘사됐다.

상설전시실 체험코너


아울러 ‘문인 아카이브 및 문학지도’를 통해 지역에서 거주하며 활동한 문인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예술 커뮤니티의 장, 성북’에서는 성북 문인과 예술가가 함께 엮어낸 문예지와 회화작품, 음악 등을 보여준다.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즐거운 관람을 위해 작품 속 성북이 등장하는 내용의 일러스트, 성북 문학과 관련한 소설과 시·수필·한문학 등을 들어보는 연출 등 시각·청각적 체험도 할 수 있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소설을 찾아보고 작품을 필사해보는 등 텍스트 읽기를 넘어선 참여도 할 수 있게 구성했다.

앞으로도 성북근현대문학관은 지역의 풍부한 문학적 자원과 성과를 바탕으로 안팎으로 역할을 해나가려 한다. 밖으로는 새로운 상상력의 기반이자 연구와 소통의 거점이 되고, 안으로는 지역주민이 문학을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의 장이 되고자 한다. 다양한 체험과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이 성북 문학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나윤지 성북근현대문학관 학예사

사진 성북근현대문학관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