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엄마의 베를린살이

벨뷔 성 주인, 국민 화합의 주인공

등록 : 2017-03-16 14:48
독일 대통령의 집무실인 벨뷔 성. 이재인 제공
베를린 시내에는 꽤 많은 성이 있다. 그중에서도 샬로텐부르크 성, 쾨페니크 성, 치타델레 등은 아름답기로 유명한 성들이다. 이런 성들은 건축물 자체의 위풍만으로도 도시의 품격을 높이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이들의 대부분이 박물관이나 공연장 등으로 일반에게 개방되어 시민들의 삶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벨뷔 성의 성문만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성문 앞은 항상 경호원들로 둘러싸여 있다. 이 성의 성주가 조금 특별한 분인 탓이다.

지난달 12일에는 벨뷔의 새로운 성주가 당선되었다. 독일연방공화국 제12대 대통령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다. 벨뷔 성은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의 청와대와 같은 곳이다. 실제로 독일의 제7대 대통령 로만 헤어초크는 부인과 함께 벨뷔 성에서 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집무실과 외빈 접견용으로만 쓰인다.

가끔 메르켈 총리를 독일의 대통령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독일에는 엄연히 대통령이 따로 있다. 독일의 대통령은 한 나라의 수장이자 서열 1위라는 점에서는 한국의 대통령과 같지만 맡은 일에는 차이가 있다. 참고로 독일의 총리는 대통령과 연방의회 의장 다음으로 서열 3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실제로 국정 운영은 총리가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통치 체계가 다른 여러 나라가 모인 국제무대에서는 상징적인 개념의 ‘대통령’처럼 보일 뿐이다.

독일 학생들을 위한 정치교재를 보면 대통령과 총리의 차이를 아주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독일연방 대통령은 40세 이상의 독일인으로, 5년간 독일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독일연방 총리는 18세 이상의 독일인으로, 4년간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독일을 대표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독일의 대통령은 국빈을 맞이하고 개헌이나 국가 간 협정과 조약 체결 시에 최종 승인하며 총리를 추천하고 임명 또는 해임하며 총리가 추천한 장관들을 임명 또는 해임한다. 이처럼 독일에서 대통령의 역할은 실제로 매우 한정되어 있고, 자연히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도 총리보다 낮은 것이 사실이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서는 연방제하에서 대통령의 역할을 비하하며 그 값비싼 직위를 없애고 대신 서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주장이 일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독일 대통령의 가장 큰 임무를 망각한 데서 나오는 주장이다. 그 임무는 다음과 같다.

“대통령은 국민들과 소통하며 국민적 화합을 꾀한다.”

당근과 채찍이 말을 달리게 하듯 통치를 한다는 것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사회의 갖가지 개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 또한 통치자의 큰 임무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의 총리가 채찍을 가졌다면 독일의 대통령은 당근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을 분열시키는 일이야말로 대통령의 존재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다.


이재인 재독 프리랜서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