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경창달빛시장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운영하는 방 탈출 카페에는 게임을 즐기러 오는 청소년과 가족 단위 손님의 발길이 꾸준하다. 양천구청 제공
11일 오후, 양천구 신월2동 경창달빛시장 고객지원센터에는 주말을 맞아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지난달 이곳에 문을 연 ‘방 탈출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다.
“어린이들! 할아버지 설명을 잘 들어봐. 방에 들어가면 문제들이 숨겨져 있는데 그걸 풀어서 열쇠를 찾아 나오는 거야.” 한상규(67) 경창달빛시장 상인회장의 설명을 듣는 아이들의 눈빛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친구들과 함께 온 권예은(11) 양은 “친구가 알려줘서 왔는데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며 상기된 얼굴로 답한다.
정해진 시간 안에 주어진 힌트를 이용해 방을 탈출하는 게임은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경창달빛시장은 골목형 시장 육성 사업의 하나로 시장 상인 강의실로 쓰던 고객지원센터 공간을 ‘방 탈출 카페’로 리모델링했다. 전통시장보다 대형마트를 선호하는 젊은 손님들을 붙잡기 위해서다. 운영 프로그램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히말라야’(30분)와 성인을 위한 공포형 ‘악령’(1시간) 두 가지다. 이용 시간은 평일·토요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이며, 시장에서 3만원어치 이상 산 손님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온 함선웅(39)씨는 “집 가까운 곳에 아이들과 같이 올 수 있는 이색 놀거리 장소가 생겨 반갑다. 생각했던 것보다 문제가 어려워 반밖에 못 풀었는데, 다음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며 재방문을 약속했다.
한 회장은 “개장 초기지만 주말이면 탈출 게임을 즐기러 오는 청소년과 가족 단위 발길이 꾸준하다.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주차장이나 아케이드 같은 시설의 현대화뿐 아니라, 방 탈출 카페처럼 경영의 현대화로 서비스 질을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목사랑시장 상인회 소속 회원들이 캠핑 시설을 이용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의논하고 있다. 양천구청 제공
경창달빛시장에서 약 3㎞가량 떨어진 목4동 목사랑시장도 고객 만족을 위한 색다른 공간을 마련했다. 멀리 나가지 않고 전통시장에서 캠핑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시장 고객지원센터 안에 캠핑 시설을 설치해 이번 달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1층과 지하에는 식기류는 물론이고 주방, 환기시설에 해먹까지 갖췄다. 1인당 1000원의 사용료만 내면 전기 그릴과 냉장고 등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김동선(52) 목사랑시장 상인회장은 “골목형 시장 육성사업을 추진하며 다른 시장에 없는 독특한 서비스를 고심했다. 목4동에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사는데, 시간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야외로 나가는 데 부담을 느끼더라. 그래서 주민들이 쉽게 시장에서 고기, 채소 등을 사와 바로 먹을 수 있고 잠시나마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캠핑 시설을 갖춘 이유를 설명했다.
캠핑 시설을 이용한 김종례(69)씨는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면 여기저기 기름 튀고 냄새도 배는데, 이곳에서 먹으면 더 깔끔하고 가격도 식당보다 저렴하다. 아들네가 오면 여기서 함께 먹고 싶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목사랑시장에서 기름집을 운영하는 황희섭(49)씨는 “캠핑 시설을 즐기러 시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자연히 가게 매출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며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