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지 아파트가 숲을 이룬 노원구에는 관광지나 명소라고 할 만한 곳이 없었다. 외지에서 찾아오는 사람은 수락산과 불암산을 오르는 등산객 정도였던 노원구가 변했다. 자연에 문화의 감성을 더한 힐링타운이 곳곳에 생겨 주민들이 여가를 즐기고, 인근 지역에서 찾아오는 재밌는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감성 노원’을 대표하는 명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 문화 매력 100선에 선정된 ‘화랑대 철도공원’이다. 과거의 경춘선이 폐선되고 폐역사는 문화유산으로 남았고, 이 일대의 철도공원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문화자산으로 가치가 더해졌다. 폐역사는 그 시절 철도 문화를 보여주는 전시관이 됐고 무궁화호, 체코와 일본 히로시마에서 온 노면전차, 미카 증기기관차 등 다양한 기차들은 멈춰 선 채로 사람들의 마음을 뛰게 한다.
옛 경춘선 길을 따라 화랑대 철도공원을 거쳐 서울의 끝까지 총 6㎞ 길이로 조성된 숲길은 이곳에 더 많은 발걸음을 배달해줬다. 카페에서는 미니어처 기차가 음료를 배달해주고, 스위스의 명소가 생생하게 재현된 ‘노원기차마을’은 이제 이탈리아관 개관을 앞두고 있다. 숲길 한편에서는 뚝딱거리는 목공예 소리가 들려오고, 산책 중 만나게 되는 작은 갤러리는 여유와 사색의 품격을 더한다. 밤이면 감성적인 경관조명으로 새 옷을 갈아입는 불빛정원은 눈을 즐겁게 한다.
철도공원에서 1년 중 가장 역동적이며 청량한 주말이 곧 다가온다. 5월25~26일 양일간 펼쳐지는 ‘노원 수제맥주축제’다. 공릉동을 기반으로 20년 이상 국내 1세대 수제맥주로 입지를 다진 ‘바네하임’, 짧은 역사에도 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대표 맥주를 만들어내고 있는 ‘노원수제맥주협동조합’이 중심이 된다. 수제맥주라는 아이템을 중심으로 지역의 상인, 청년이 머리를 맞대고 준비해온 축제다. 지난해 첫 행사였음에도 전국의 유명한 수제맥주 축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올해를 기다리는 목소리가 높았다. 올해는 전국 각지에서 30여 개 브루어리가 모여 200종의 수제맥주를 출품한다. 철도공원의 구석구석마다 다른 매력들이 모인 것처럼 200종류의 수제맥주는 저마다의 맛과 향과 목넘김으로 ‘맥주의 끝’을 보여줄 작정이다.
200종의 수제맥주를 모두 맛보려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 맥주 외에도 즐길 거리는 가득하다. 넘치는 마실 거리와 함께 ‘먹을 거리’로 지역 전통시장과 청년 및 전국에서 모인 27대의 전문 푸드트럭이 준비돼 있다. 맥주의 흥에 빠질 수 없는 무대 공연은 크라잉넛, 노브레인, 데이브레이크와 이디엠(EDM) 디제이(DJ)쇼를 포함해 15개 공연팀이 메인 무대에서 ‘들을 거리’를 계속 제공한다.
맥주와 관련한 시민 참여 이벤트, 아트워크, 브랜드페어 등 ‘할 거리’ ‘살 거리’도 있다. 그저 내려놓고 느긋한 피크닉을 원하는 사람은 육군사관학교 화랑회관 앞 수변공원에 새로 추가된 제3광장으로 모이면 된다. 이곳은 감성적인 ‘쉴 거리’ 공간으로 구성돼 아이들도 반려견도 뛰노는 동안 그늘막에서 수제맥주에 집중할 수 있다.
최근 지역의 맘카페나 에스엔에스(SNS)에서는 ‘꿀잼 노원’이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노원을 재밌게 만드는 화랑대 철도공원에서 노원을 맛있게 만드는 수제맥주 한잔 마시는 이번 주말, 그 진가를 확인해보면 어떨까?
문성수 노원구 미디어홍보담당관 주무관 사진 노원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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