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다연 ㈔소비자와함께 대표(왼쪽 넷째)가 2021년 5월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소비자와함께 회 원들과 함께 ‘펀드매니저 명의를 도용한 투자상담 채널’을 방치한 카카오를 형사고소 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주식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고 지금 ‘경제학부’를 개원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으니 무료로 참여하라는 유명 연예인의 광고가 올라왔다. 당연히 처음에는 가짜 계정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다른 기사를 한참 찾아본 뒤에야 이 계정이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년 전 ㈔소비자와함께를 비롯한 소비자단체들은 유명 펀드매니저를 사칭한 계정에 속은 피해자가 투자금을 송금한 사건을 공론화했다. 피해자 ㄱ씨는 유명 증권사 펀드매니저 ㄴ씨와 식사와 상담을 했다. 그다음 날 ㄱ씨는 카카오톡으로 ㄴ씨와 상담을 이어갔고, 펀드매니저가 알려준 계좌로 투자금을 송금했다. 그러나 ㄱ씨가 대화한 사람은 전날 만났던 펀드매니저가 아니었다. ㄴ씨를 사칭한 가짜 계정이었다. ㄱ씨로부터 이 사실을 알게 된 ㄴ씨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ㄴ씨가 이 사건이 발생하기 한 달 전 플랫폼 기업에 자신을 사칭한 투자상담 채널을 폐쇄해달라고 신고했으나 아무런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은 사이에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온라인상에서 손쉽게 타인을 사칭하는 계정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면서 소비자 신고에 대해서는 아무런 응대를 하지 않으며 책임은 외면한 것이었다.
이미 당시에도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전기통신사업자는 전기통신역무에 관하여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이용자로부터 제기되는 정당한 의견이나 불만을 즉시 처리해야 한다’는 사업자의 이용자 보호의무가 명시돼 있었으나, 업체는 ‘신고 건수가 하루 3만 건 이상이므로 모든 신고 내용을 즉시 확인하여 조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용자 보호의무를 외면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지만 나아진 것은 없었다.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에서 더 나아가 티브이(TV)만 틀면 나오는 유명 연예인들을 사칭해 투자정보를 알려준다며 사람들을 속여 돈을 가로채는 사칭 계정이 SNS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넘어 유튜브와 뉴스 사이트에도 우후죽순 생겨났고, 상담채널을 넘어 피싱을 유도하는 광고까지 퍼지고 있다.
사기범죄에 이용되는 유명인 사칭 계정 광고를 내주며 돈을 벌고 있던 플랫폼 사업자들은 뒤늦게 유명인 사칭 계정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막기 위해 신고 창구 운영, 계정 제한 조치 등을 강화하고 있다. 사칭 광고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메타는 ‘사칭 광고에 대한 메타의 대응 및 노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유명인을 사칭한 광고에 메타가 추가 탐지 장치를 구축하고 사용자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구글은 ‘공인, 브랜드, 조직과의 제휴 또는 이들의 지위를 사칭하거나 허위로 암시해 사용자가 금전이나 개인 정보를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몇 년 전부터 피해를 주장한 것에 비하면 뒤늦은 감이 있지만 플랫폼 소비자 권리 차원에서는 한 발 나아간 모양새다.
앞으로 이러한 사칭 범죄는 더 다양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인공지능(AI) 기술은 안면과 목소리를 모방하여 딥페이크 동영상을 만들어내고, 영상통화까지 가능한 상황이 됐다. 불법 사칭 광고나 계정에 대한 신고가 있는 경우 신속하게 처리하고, 딥페이크 영상 등은 기술적으로 우선 걸러내 검토하는 방법 등 플랫폼 소비자의 권익 보호 방법 역시 기술발전과 발맞추어 발전해가야 할 것이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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