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간 주민들을 불안하게 했던 봉화산 화약고가 지난 15일 ‘옹기테마공원’으로 새 단장하고 문을 열었다.
초목에 싹이 움트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도 땅 위로 올라올 채비를 마친다는 경칩을 뒤로하고, 지난 15일 중랑구 신내동에 ‘옹기테마공원’이 문을 열었다. 옹기테마공원이 들어선 자리는 지난 20년간 마을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화약고가 있던 자리라 더 의미가 있다.
지난 18일 주말을 맞아 공원을 찾은 가족과 연인, 운동 나온 주민 모두가 공원을 거닐며 봄볕을 만끽했다. 봉화산까지 산책을 자주 나온다는 권영은(43)씨는 “산책로를 통해 정상까지 걷기도 좋고, 옹기 정원에 전망대, 북카페까지 휴식할 수 있는 공원이 생겨 좋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공원 곳곳에 있는 다양한 체험장에는 옹기와 목공, 한지 등의 공예를 배우기 위해 공원을 찾은 가족들로 북적였다.
구는 오는 5월까지 화·목·토 일주일에 3일간 오전과 오후로 나눠 하루 2회에 걸쳐 옹기공예와 목공예, 한지공예 등 체험 프로그램을 무료로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토요일에는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옹기테마공원이 들어선 신내동 9000㎡(2722평) 부지는 서울 지역에 마지막 남은 봉화산 화약고가 있던 자리다. 1971년부터 2014년까지 40여 년간 산업용 폭약과 도화선, 불꽃류 화약 등 6개 동 건물에 10톤가량의 화약류를 보관해 마을 주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옹기테마공원 안에 있는 옹기 체험장에서 옹기 공예를 배우고 있는 아이들.
2014년 화약제조 업체의 자진 폐업으로 이전이 결정된 봉화산 화약고 터는 2015년 공원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6월 공사를 시작했다. 공원 조성에 들어간 예산 17억원은 전액 서울시에서 부담했다.
중랑구 신내동과 망우동 일대는 1990년대 초까지 옹기점이 남아 있던 지역으로, 한때는 8곳에 옹기를 구웠던 가마가 있었다. 구는 옹기 문화가 번성했던 과거 이 지역의 전통문화를 살리기 위해 옹기테마공원으로 꾸미기로 했다.
이를 위해 화약고가 있던 자리에 서울시에서 무형문화재 제30호로 지정한 배요섭 옹기장의 도움을 받아 길이 15m, 폭 3m의 대형 옹기가마를 복원했다. 배 옹기장은 옹기 전통문화 확산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옹기를 빚는 시연회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 공원에는 한지와 옹기, 목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 3개를 비롯해 옹기 정원, 화약저장소 1동을 남긴 흔적의 정원, 쉬어갈 수 있는 데크광장과 전망대, 산책로까지 마련했다. 구는 공원 홍보를 위해 지하철 6호선 봉화산역부터 공원 입구까지를 ‘옹기 테마길’로 지정했다.
중랑구청 문화체육과 최원태(58) 과장은 “옹기테마공원이 있는 봉화산 주변에는 봉수대 공원, 봉화산 도당 등 많은 역사문화유산이 있다”며 “공원 주변에 있는 관광지구와 연계하는 등 양질의 프로그램과 다양한 행사를 관광 상품화하고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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