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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불편’이 더 나은 지구 환경 만들어”

에너지 전환과 자립 거점 ‘금천에코·에너지센터’ 서은주 센터장

등록 : 2024-06-20 14:32 수정 : 2024-06-20 14:35
2천년대 초반부터 생태 환경 활동

태양광 전력 설비 50㎾ 증설하고

서울 자치구 첫 ‘태양광닥터’ 양성

명실공히 에너지자립 마을 만들 것

서은주 금천에코·에너지센터장이 12일 금천구 독산1동에 있는 금천에코·에너지센터 앞에서 기후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래 세대에 어떤 지구를 물려줘야 할까요. 미래에도 살기 좋은 지구 환경이 될 수 있도록 구민들과 함께 일상생활 속에서 하나하나 실천해가는 게 금천에코·에너지센터의 역할입니다.”

지난 4월26일 금천구 독산1동에 문을 연 금천에코·에너지센터는 에너지 전환과 자립을 위한 정책 실현,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지역 사회 거점 공간이다. 2017년부터 에너지 자립마을을 꿈꾼 독산1동 금하마을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결과물이기도 하다. 12일 금천에코·에너지센터에서 만난 서은주(61) 센터장은 “제가 센터장이 된 것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센터 운영에 반영해가겠다는 금천구의 의지가 담겼다”며 “그런 만큼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미래 세대에 더 나은 지구를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 센터장은 1989년 결혼하면서 금천구에서 살기 시작해, 2000년대 초반부터 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시작했다. “이 지역은 구로구였던 시절부터 비누 만들기, 기름 만들기를 할 정도로 깨어 있는 동네였어요.” 서 센터장은 “금천구는 매력적인 도시”라며 “평생 살고 싶은 쾌적한 도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20여 년 동안 마을 활동을 해왔다”고 했다. 서 센터장은 2012년 출범한 비영리시민단체 금천지시(GC)생태포럼 대표이기도 하다. 2007년 만든 생태포럼 동호회가 모태로 지역 사회에서 생태와 환경 교육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개발이라는 이유로 저층 주거지를 부수고 아파트를 지으면 삶이 풍요로워질까요.” 서 센터장은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고 했다. “독산1동은 도시재생이 성공한 곳이죠. 그동안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의식 변화가 굉장히 크게 일어났어요.” 서 센터장은 “그 결과 만들어 진 게 바로 금천에코·에너지센터”라고 했다.

금천에코·에너지센터는 지상 5층 건물로 연면적 477㎡ 규모다.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건물답게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고 단열성을 높여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로 지어졌다. 정문 입구에 기후위기 시계, 건물 뒤편에 빗물 저금통을 만들어 상징성을 더했다. 기후위기 시계는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오르는 시점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준다. 이날 기후위기 시계는 그 시점이 불과 ‘5년 38일’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상승하면 인류가 감당하기 힘든 환경 변화를 겪게 된다. 빗물 저금통에는 약 10t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데, 빗물을 활용해 텃밭 채소 재배와 마당 청소 등에 사용한다. 이를 통해 수돗물을 아낄 수 있고, 10t당 2.37㎏의 탄소 저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금천에코·에너지센터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인식을 바꿔 도시 속에서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는 데 있죠. 그리고 태양광 에너지 생산 설비를 지금보다 50㎾ 증가시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서 센터장은 “금천구 지역 건물 지붕 위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에너지 자립도 80%를 달성해 명실공히 에너지전환도시로 만드는 게 목표”라며 “이를 위해 한국에너지공단에서 하는 내년도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 신청서를 14일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은 정부가 태양광 설비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전체 비용의 20%만 개인이 부담하면 된다. 대략 3㎾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려면 개인이 120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태양광 설비는 전문가가 아니면 관리할 수 없습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기능사는 태양광 관련 설치도 하고 응급 상황과 전반적인 관리를 총괄할 수 있죠. 그래서 올해 ‘태양광닥터’(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기능사)를 15~20명가량 배출할 계획입니다.” 금천에코·에너지센터는 서울시 자치구 에너지 관련 기관 중 최초로 건물 에너지 효율을 진단하는 태양광닥터·컨설턴트를 양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저탄소 건물 정책지원,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무료로 진단하는 등 지역 내 에너지 소비를 줄여갈 계획이다. 서 센터장은 “태양광닥터를 시범 운영하면서 정책화해나가면 안정적 일자리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55~65살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 주민들에게 인기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또한 금천에코·에너지센터는 지은 지 30년 가까이 된 주택을 대상으로 문이나 유리창 등 단열 환경을 점검하고 보완해 ‘에너지 효율’을 높여갈 계획이다. 서 센터장은 “이렇게만 해도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지역 주민들에게 꾸준히 알려나가겠다”고 했다.

“최근에는 ‘불편한 생활’을 견딜 수 있는 실질적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서 센터장은 “불편한 생활은 사실 거창한 게 아니라 조금 더워도 혼자 있을 때는 에어컨을 켜지 않거나 가까운 층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걸어가는 마음가짐”이라고 설명했다. 서 센터장은 “주위에서 찾아보면 이런 것은 수없이 많이 발견할 수 있다”며 “금천에코·에너지센터가 불편한 삶을 인식하고 생활 속에서 작은 것을 실천하는 계기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