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혈압과 혈당 자가관리 능력 높였어요”
성동구,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 운영 10주년 맞아
등록 : 2024-06-20 14:45
질병청 지역기반 관리사업에 선정돼
약 1만3천 명, 지정 동네의원서 등록
97%가 65살 이상, 대부분 재등록해
개별 진료 일정·치료 누락 안내받고
연 4만~6만원 진료·약제비 경감 혜택
질환·영양·운동 교육, 20대로 넓혀가
“도토리묵에 당질이 이렇게 많이 들었는지 몰랐는데, 깜짝 놀랐어요.”
5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은 이현규(72, 행당2동) 할머니가 지난 11일 혈당 자가 측정 체험을 하고 혈당 기록법을 배웠다. 당뇨 관리와 영양교육에 참여한 뒤 할머니는 “식탐이 있어 식습관 개선이 잘 안 되지만, 교육을 듣고 나면 조심하려고 애쓰게 된다”고 했다. 이날 열린 당뇨병 교실은 성동구보건소 금호분소에 있는 ‘성동구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의 상설 프로그램이다. 2시간씩 이틀 동안 참여해 이수증을 받으면 무료검사 혜택이 생긴다. 이 할머니는 동네병원에서 등록한 뒤 지난 4년 동안 병원 예약일 3일 전 확인 문자를 받고 매달 진료비와 약제비를 지원받아왔다. 고혈압·당뇨병 등록은 질병관리청이 2007년부터 해온 지역 기반 관리 사업이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선행 질환’인 고혈압·당뇨병 치료율을 높이고, 금연·절주·운동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녀 합병증 발생을 지연시키기 위해서다. 지역의 1차 의원과 약국, 보건소 등록·교육센터가 민관 협력체계를 갖춰 환자의 혈압·혈당 자가관리 능력을 키워주는 데 중점을 둔다. 사업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30살 이상 환자는 지정 동네의원을 찾아 동의서를 작성하고 등록하면, 혈압·혈당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진료 일정을 안내하는 리콜·리마인드)와 교육,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다. 65살 이상 환자에게는 의료비 일부를 지원해준다. 월 1회 진료비 1500원, 약제비 2천원으로 연간 4만2천원, 고혈압, 당뇨병 둘 다 있는 경우는 월 약제비 4천원으로 연간 6만6천원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의 고혈압·당뇨병 등록 사업에는 현재 전국 19개 시·구·군가 참여하고 있다. 성동구는 2011년 신규 지역에 선정돼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해왔다. 서울에서는 성동구가 유일하다. 수도권에서 5곳(광명·남양주·부천·안산·하남시)이 있다. 성동구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 운영은 위탁 방식으로 하며, 현재 한양대병원이 맡고 있다. 센터장직은 내분비대사내과 전문의인 박정환 교수가 겸하고 있다. 간호사 2명과 영양사가 직원으로 일한다. 초창기 부터 일해온 박경옥 팀장은 “100세 시대에 만성질환자가 증가하며 사회경제적 부담도 늘고 있어, 성동구가 발 빠르게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 사업에 나선 것이다”라고 했다. 지난 10년 동안의 성동구 센터 사업 추진은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졌다. 등록환자수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3년 첫해 637명으로 시작해 현재(5월 말 기준) 약 1만3천명이다. 65살 이상이 1만12651명으로 97%를 차지한다. 성별 비중은 여성(58%)이 남성(42%)보다 16%포인트 컸다. 매해 재등록자 비율은 70~80%를 유지해 대부분의 환자가 사업에 참여하며 계속 이어가고 있다. 등록환자의 혈압·혈당 조절률은 유지와 향상의 결과를 보였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률은 2013년 63%에서 2022년 73%로 10%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환자의 혈압 조절률은 같은 기간 89%로 유지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코로나19로 관리가 어려운 시기에도 혈압·혈당 조절률은 유지·향상되는 결과를 나타냈다. 교육 이수율은 거의 100%에 이를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김홍선(76, 용답동) 할머니는 “무조건 먹지 말라가 아니라 양을 줄이는 방법을 알려줘 식단 교육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 할머니는 10년 넘게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다. 병원에 다니며 약을 먹고 있지만, 혈당 조절이 안 될 때가 있어서 고민이다. 센터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저녁마다 발 관리도 하는 등 건강한 생활을 하려 노력한다. 김 할머니는 “3개월마다 교육받는데, 식습관을 고치기 위해 열심히 참여하려 한다”고 했다. 교육에는 등록 환자가 아닌 일반인도 원하면 전화로 예약해 참여할 수 있다. 고혈압과 당뇨병의 경계나 주의 단계에 있는 주민은 12주 건강행태개선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박 팀장은 “처음엔 참여를 주저했지만 막상 와서 교육받고 자가관리 방법 등을 체험한 뒤 도움이 됐다고 좋아하는 분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올해부터는 교육·상담 대상을 20대 이상으로 확대한다. 청년층에서의 고혈압·당뇨병 환자 증가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젊은 환자들은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게 중요한데 본인이 당뇨·고혈압인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귀찮아서 치료를 미루고 방치하는 환자도 많다. 센터는 젊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압·혈당 측정기 무료 대여와 온라인 교육 등을 하고 있다. 박 팀장은 “인센티브나 직장인 법정 의무교육 포함 등 좀 더 적극적인 방안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오는 8월부터는 지역 1차 의료기관인 의원에서 제공하는 고혈압·당뇨병 통합관리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변화가 예상된다. 보건복지부가 2019년 1월부터 실시해온 ‘1차 의료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기존 109개 지역 실시)을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는 데 따른 것이다. 고혈압·당뇨병 환자가 동네의원에서 통합관리서비스를 신청하면, 의원은 환자 맞춤형 관리계획을 세우고 질병 관리, 생활 습관 개선 등 교육과 주기적인 환자 관리 서비스(1년 주기)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질병관리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기존 고혈압·당뇨병 등록사업은 그대로 유지하며 내실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고혈압·당뇨병과 같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은 지역사회가 중심이 돼 앞장서야 한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지난 11일 성동구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 교육장에서 당뇨병 교실 참가자들이 혈당 자가 측정 방법과 기록법을 배우고 있다.
5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은 이현규(72, 행당2동) 할머니가 지난 11일 혈당 자가 측정 체험을 하고 혈당 기록법을 배웠다. 당뇨 관리와 영양교육에 참여한 뒤 할머니는 “식탐이 있어 식습관 개선이 잘 안 되지만, 교육을 듣고 나면 조심하려고 애쓰게 된다”고 했다. 이날 열린 당뇨병 교실은 성동구보건소 금호분소에 있는 ‘성동구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의 상설 프로그램이다. 2시간씩 이틀 동안 참여해 이수증을 받으면 무료검사 혜택이 생긴다. 이 할머니는 동네병원에서 등록한 뒤 지난 4년 동안 병원 예약일 3일 전 확인 문자를 받고 매달 진료비와 약제비를 지원받아왔다. 고혈압·당뇨병 등록은 질병관리청이 2007년부터 해온 지역 기반 관리 사업이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선행 질환’인 고혈압·당뇨병 치료율을 높이고, 금연·절주·운동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녀 합병증 발생을 지연시키기 위해서다. 지역의 1차 의원과 약국, 보건소 등록·교육센터가 민관 협력체계를 갖춰 환자의 혈압·혈당 자가관리 능력을 키워주는 데 중점을 둔다. 사업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30살 이상 환자는 지정 동네의원을 찾아 동의서를 작성하고 등록하면, 혈압·혈당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진료 일정을 안내하는 리콜·리마인드)와 교육,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다. 65살 이상 환자에게는 의료비 일부를 지원해준다. 월 1회 진료비 1500원, 약제비 2천원으로 연간 4만2천원, 고혈압, 당뇨병 둘 다 있는 경우는 월 약제비 4천원으로 연간 6만6천원 수준이다. 질병관리청의 고혈압·당뇨병 등록 사업에는 현재 전국 19개 시·구·군가 참여하고 있다. 성동구는 2011년 신규 지역에 선정돼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해왔다. 서울에서는 성동구가 유일하다. 수도권에서 5곳(광명·남양주·부천·안산·하남시)이 있다. 성동구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 운영은 위탁 방식으로 하며, 현재 한양대병원이 맡고 있다. 센터장직은 내분비대사내과 전문의인 박정환 교수가 겸하고 있다. 간호사 2명과 영양사가 직원으로 일한다. 초창기 부터 일해온 박경옥 팀장은 “100세 시대에 만성질환자가 증가하며 사회경제적 부담도 늘고 있어, 성동구가 발 빠르게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 사업에 나선 것이다”라고 했다. 지난 10년 동안의 성동구 센터 사업 추진은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졌다. 등록환자수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3년 첫해 637명으로 시작해 현재(5월 말 기준) 약 1만3천명이다. 65살 이상이 1만12651명으로 97%를 차지한다. 성별 비중은 여성(58%)이 남성(42%)보다 16%포인트 컸다. 매해 재등록자 비율은 70~80%를 유지해 대부분의 환자가 사업에 참여하며 계속 이어가고 있다. 등록환자의 혈압·혈당 조절률은 유지와 향상의 결과를 보였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률은 2013년 63%에서 2022년 73%로 10%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환자의 혈압 조절률은 같은 기간 89%로 유지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코로나19로 관리가 어려운 시기에도 혈압·혈당 조절률은 유지·향상되는 결과를 나타냈다. 교육 이수율은 거의 100%에 이를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김홍선(76, 용답동) 할머니는 “무조건 먹지 말라가 아니라 양을 줄이는 방법을 알려줘 식단 교육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 할머니는 10년 넘게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다. 병원에 다니며 약을 먹고 있지만, 혈당 조절이 안 될 때가 있어서 고민이다. 센터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저녁마다 발 관리도 하는 등 건강한 생활을 하려 노력한다. 김 할머니는 “3개월마다 교육받는데, 식습관을 고치기 위해 열심히 참여하려 한다”고 했다. 교육에는 등록 환자가 아닌 일반인도 원하면 전화로 예약해 참여할 수 있다. 고혈압과 당뇨병의 경계나 주의 단계에 있는 주민은 12주 건강행태개선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박 팀장은 “처음엔 참여를 주저했지만 막상 와서 교육받고 자가관리 방법 등을 체험한 뒤 도움이 됐다고 좋아하는 분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올해부터는 교육·상담 대상을 20대 이상으로 확대한다. 청년층에서의 고혈압·당뇨병 환자 증가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젊은 환자들은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게 중요한데 본인이 당뇨·고혈압인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귀찮아서 치료를 미루고 방치하는 환자도 많다. 센터는 젊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압·혈당 측정기 무료 대여와 온라인 교육 등을 하고 있다. 박 팀장은 “인센티브나 직장인 법정 의무교육 포함 등 좀 더 적극적인 방안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오는 8월부터는 지역 1차 의료기관인 의원에서 제공하는 고혈압·당뇨병 통합관리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변화가 예상된다. 보건복지부가 2019년 1월부터 실시해온 ‘1차 의료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기존 109개 지역 실시)을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는 데 따른 것이다. 고혈압·당뇨병 환자가 동네의원에서 통합관리서비스를 신청하면, 의원은 환자 맞춤형 관리계획을 세우고 질병 관리, 생활 습관 개선 등 교육과 주기적인 환자 관리 서비스(1년 주기)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질병관리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기존 고혈압·당뇨병 등록사업은 그대로 유지하며 내실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고혈압·당뇨병과 같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은 지역사회가 중심이 돼 앞장서야 한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교육 이수증을 받은 참가자들이 체성분 검사 등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