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과 덕을 나누는 곳이라 과거 ‘복덕방’이라 했던 부동산중개업소. 최근 부동산중개업소들이 토지나 건물을 사고파는 곳에서 벗어나 주민 밀착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랑방으로 거듭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영등포구는 지난해 8월부터 부동산중개업소 18곳을 활용해 지역 주민들에게 망치, 전동 드릴과 같은 생활 공구를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기존 동주민센터에서 하던 생활 공구 제공 서비스를 주민들이 더욱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골목 안으로 확대한 것이다. 김창수 영등포구 부동산정보과 주무관은 “생활 공구를 이용하려는 주민들은 거의 주말이나 퇴근 후에 사용을 원한다. 서비스 시간이 제한된 동주민센터에 비해 동네 부동산은 평일 저녁과 주말에도 이용할 수 있고 접근성도 좋아 주민들에게 인기다. 이달부터는 택배 수령과 복사, 팩스 등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롱이 부동산 사랑방’을 추가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영등포구의 마스코트 이름에서 따온 ‘영롱이 부동산 사랑방’은 영등포구에 1인 가구가 많다는 지역 특성을 살펴 만든 정책이다. 영등포 지역 내 25곳 부동산중개업소가 참여해 주민생활 편의를 위해 복사·팩스 전송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택배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주민들의 택배도 이들 중개업소에서 대신 맡아주고, ‘민원24’와 ‘인터넷등기소’를 이용해 등기부 열람 또는 등초본 같은 민원서류도 발급해준다.
여의도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김승애 대표는 “여의도는 오피스텔이나 사무실이 많고 피시방이 많지 않아서 부동산에 팩스나 복사를 하려고 오는 주민들이 많은 편이다. 조금 번거롭기는 하지만 부동산중개업도 인맥이 중요한 사업이라 주민도 부동산중개업자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며 영롱이 부동산 사랑방 사업에 참여한 까닭을 밝혔다.
‘영롱이 부동산 사랑방’의 이용 시간은 중개업소가 문을 여는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로, 서비스 이용을 원하는 사람은 영등포구 부동산정보과 누리집(land.ydp.go.kr)에서 참여 부동산을 확인하면 된다.
이와 함께 서울시에서는 2008년 전국 최초로 외국인들의 주거 생활을 돕기 위해 ‘글로벌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서울 전역 211곳의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 영어·일어·중국어·스페인어 등의 언어로 무료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등포구 대림동 중한공인중개사의 이유나 대표는 “대림동은 한국 속의 중국이라 할 정도로 중국인이 많이 사는 곳이다. 한국에 오래 머무른 외국인이라도 부동산 거래에 필요한 법률적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한국어 의사소통이 서툰 이들에게 부동산 거래에 대한 정보와 절차를 주로 통역해주는데, 찾아오는 외국인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한다.
글로벌 부동산중개사무소는 서울시에서 1년 이상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사무소를 대상으로 언어 심사를 거쳐 지정하며,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누리집(land.seoul.go.kr)에서 현재 운영 중인 글로벌 부동산중개사무소를 확인할 수 있다.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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