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성미산로에서 건강 간식류를 파는 ‘리얼씨리얼’과 송파구 양재도로 가락몰 지하 1층에 있는 채소가게 ‘친절한 채소씨’는 지난해 서울시가 처음 시행한 ‘우리가게 전담예술가’ 지원사업 덕분에 특색 있는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전담예술가와 가게 주인이 바뀐 외관에 만족하며 웃고 있다. 조진섭 기자 bromide.js@gmail.com
“가게가 예쁘다며 시민들이 자주 사진을 찍고 에스엔에스(SNS)에 올려주시네요. 덕분에 가게 홍보도 되고 손님도 늘었죠.”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에서 건강 간식류를 만들어 파는 ‘리얼씨리얼’의 가게 주인 김정관(34)씨는 요즘 일할 맛이 난다고 했다. 지난해 가게 디자인을 바꾼 뒤, 경기가 어려운데도 기대한 만큼 장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기 흉했던 에어컨 실외기는 벼 이삭 모양으로 장식하고, 지나다니는 시민과 눈이 자주 마주치는 바람에 민망했던 통유리에도 실외기 무늬와 맞춰 목조 가벽을 설치했다. 점포 외관의 절반을 차지한 셔터에는 흰색 바탕에 가게 주인 김씨의 캐리커처를 크게 그렸다. 이렇게 점포 외관을 완전히 바꾸는 데 목재와 페인트 등 재료비까지 포함해 모두 32만원이 들었다. 김씨는 “디자인과 시공을 맡은 예술가 해우씨의 인건비를 서울시가 대줬기 때문에 32만원으로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점포 미닫이문에 채소를 탐내는 토끼와 기린 등의 초식동물 그림이 시선을 사로잡는 송파구 양재도로 가락몰 지하의 채소가게 ‘친절한 채소씨’. 가게 주인 정재석(36)씨는 “손님들이 신기해하고, 주변 상인들도 부러운지 어떻게 하면 지원받을 수 있는지 알려달라고 한다”며 가게의 새 모습에 뿌듯해했다.
정씨의 채소가게 디자인 작업을 전담했던 권민지(22)씨는 “수십 개의 점포가 있는 가락몰에서 차별화하려니 어려움이 있었지만, 가게 주인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채소를 탐내는 초식동물’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며 독특한 디자인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점포 디자인 변경에는 페인트와 푯말, 모빌 등의 재료비를 포함해 모두 27만원이 들었다. 정씨는 “일반 인테리어 업체를 이용했다면 비용이 훨씬 더 들었을 테고, 점포를 색다르게 바꾼 디자인도 살리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두 점포의 변신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처음으로 시행한 ‘우리가게 전담예술가’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점포 외관을 개성 있게 꾸미고 싶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고 방법도 모르는 소상공인에게 전문 역량을 갖춘 청년예술가를 1대1로 연결해 점포 환경을 개선해주는 사업이다. 전담예술가는 아트월부터 간판, 벽화, 내부 인테리어, 명함, 머그잔 디자인 등 점포의 필요에 맞는 맞춤형 디자인을 제공하고, 서울시는 전담예술가에게 인건비를 지원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19명의 청년예술가와 함께 31개 점포에 맞춤형 디자인을 제공하고 변신을 도왔다. 한복집과 사진관, 맞춤 양복점, 게스트하우스, 카페 등 다양한 영역의 점포에 간판부터 로고까지 모두 109개의 디자인이 반영됐다.
시행 첫해지만 ‘우리가게 전담예술가' 프로젝트는 일단 합격점을 받은 듯하다. 곽종빈 서울시 소상공인지원과장은 “참여했던 소상공인의 81%가 결과물에 만족했고, 불만족은 한 명도 없었다”며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담예술가가 제시한 디자인을 적용한 점포의 견적을 서울시가 분석한 결과, 민간업체에 맡겼을 때보다 평균 70%가 넘는 비용 절감 효과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서울시는 올해도 ‘우리가게 전담예술가’ 사업에 참여할 소상공인을 다음 달 9일까지 모집한다. 함께할 청년예술가는 19명에서 30명으로 늘렸고, 지원 대상 점포도 50곳으로 확대했다. 서울 안에 있는 상시 근로자 5인 미만의 매장형 점포(주점과 유흥업소 제외)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이라면 누구나 전담예술가를 신청할 수 있다. 관련 공고는 서울시 누리집(www.seoul.go.kr)과 주관사인 ㈜에이컴퍼니 누리집(www.acompany.asia)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