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에서 출발해 아차산으로 향하는 길은 예쁘다. 사람이 적고 식물이 많다. 갖가지 나무와 꽃이 우거졌다. 숲이 만들어준 그늘로 더운 날에도 부채 없이 다닐 수 있다. 운치가 있고 기분이 좋아지는 길이다.
아차산성은 사적 제234호로 지정된 국가문화재다. 해발 285m의 아차산 중턱에 위치한 삼국시대 산성이다. 성벽 높이는 약 8m이고 잘 다듬어진 돌로 쌓았다. 둘레는 1㎞가 조금 넘고, 내부 면적은 6만3천여㎡에 달한다. 산성 중 가장 높은 곳은 북쪽의 망대지로 203m이고, 가장 낮은 남문지 일대는 122m다. 골짜기를 끼고 있는 육각형 모양으로 항공사진으로 보면 그 형태가 확연히 드러난다.
아차산성 앞쪽에는 한강이 내려다보이고 뒤에는 아차산 봉우리가 솟아 있다. 한강 넘어 동쪽에는 검단산, 남쪽엔 남한산성, 서쪽에는 관악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삼국시대에 중요한 전략 요충지로 고구려, 백제, 신라가 자주 충돌했던 곳이다.
아차산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아차산성을 아는 사람은 적다. 성 주변을 울타리로 막아놓아 저지대인 등산로에서는 아차산성을 볼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여기서 출토된 유물이 산을 이룬다. 기와 수천 점, 토기 945점, 철기류 88점이 나왔다. 출토된 토기 그릇 중에는 우물 문양(#)이 새겨진 유물도 있다.
아차산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온달장군과 평강 공주의 동상이 반긴다. 어렸을 때 동화로 접했던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다. 온달 장군의 이름은 온달이 맞지만 평강 공주의 이름은 평강이 아니었다. 고구려 평원왕의 딸로 이름은 알 수 없고, 삼국사기에 설화로만 전해진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아차산 동행숲길을 따라 올라간다. 오른쪽에 아차산 숲속도서관이 보인다. 쉼터 옆에는 소나무 숲이 멋지다. 조금 더 올라가니 맨발황톳길이 나왔다. 10분쯤 더 올라가니 아차산성의 끄트머리가 살짝 보였다. 철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마치 감옥에 갇힌 것처럼 울타리에 둘러싸인 모습이었다.
철문을 열고 30여 개의 돌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햇빛이 찬란하게 비치며 이름 모를 풀들로 뒤덮인 광장을 보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제주도의 오름을 보는 것 같았다. 초록색 풀과 노란 꽃들,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이 조화를 이뤘다. 한쪽에는 깨진 토기와 기와 조각이 1m가 안 되는 높이로 시루떡처럼 보기 좋게 쌓여 있었다. 한강에 가까운 쪽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바다를 보는 것 같았다. 한강 위로 광진교와 천호대교, 올림픽대교가 한눈에 들어왔다. 강 건너 풍납토성, 몽촌토성도 볼 수 있었다. 마른 풀 냄새가 진동했다.
높은 지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망대지에 올라섰다. 아차산성 안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여기서 수많은 장군이 진두지휘했으리라. 동서남북, 사방팔방 다 보인다. 잠시 온달 장군이 되었다. 그 아래 왕벚꽃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예의를 갖춰 인사를 하고 철문을 닫았다.
산성 주변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어 평소엔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다. 문화재 훼손과 안전사고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광진구에서 운영하는 ‘아차산 역사문화투어’ 프로그램(2시간)을 통해서 아차산성을 만나볼 수 있다.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에서 원하는 날짜를 신청하면 한다.
왕정수 광진구 홍보담당관 언론팀 주무관
사진 광진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