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사람
10㎝ 보도블록의 비밀, ‘어도’를 걷는 듯
친환경 보도블록 특허낸 정현석 종로구 도로계획팀장
등록 : 2017-04-06 15:34
지난달 30일 정현석 종로구 도로과 도로계획팀장이 경복궁 돌담길에 깔린 정다듬 표면처리된 자연화강석 친환경 보도블록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10㎝ 친환경 보도블록은 다르다. 두꺼워서 잘 깨지지 않기 때문에 밑에 콘크리트 없이 흙과 모래만 깔아도 된다. 표면에 ‘잔다듬’이나 ‘정다듬’을 해도 화강석이 깨지지 않는다. 매설물 공사 때도 화강석만 그대로 들어내면 돼 재활용도 된다. 빗물이 보도블록 사이로 흡수돼 도시 홍수도 예방할 수 있다. 내구성도 길다. 조선시대 궁궐 안 어도에 깔린 돌이 600년을 버티고 있는 것이나, 로마시대 주도로인 아피아 가도를 23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다 바닥에 깐 돌이 두껍기 때문이다. 아피아 가도의 바닥돌은 무려 30㎝나 된다. 종로구는 건축사 출신인 현 김영종 구청장이 민선 5기로 구청장에 취임한 다음 해인 2011년 이런 친환경 보도블록 개념을 확립했다. 이후 종로구 여러 곳에 새 보도블록을 시공해왔다. 60년 보도블록 역사를 획기적으로 바꾼 시도였다. 정 팀장은 부임한 뒤 친환경 보도블록 개념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나갔다. 지난해에는 우리 전통가옥의 대청마루 문양을 활용한 친환경 보도블록의 디자인과 관련해 특허를 신청해 디자인 특허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친환경 보도블록 사용이 마냥 순조롭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서울시 관계자들의 반대가 심했다. 초기 자재비와 시공비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두꺼워진 만큼 화강석 구매 비용 등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종로구에서는 100년이 지나도 쓸 수 있는 친환경 보도블록이 멀리 보면 훨씬 경제적이라는 점을 끈질기게 설득해, 결국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를 받을 수 있었다. 정 팀장은 “현재는 전국에서 30여 곳이 넘는 지자체가 친환경 보도블록을 배우기 위해 종로구를 찾는다”고 말했다. 2015년에는 김 구청장이 중국 베이징에 친환경 보도블록을 소개하기도 했다. 정 팀장은 “보도블록은 도시의 얼굴이자 쇼윈도”라며 “친환경 보도블록이 확산돼 100년 뒤 서울의 모습이 더욱 품위 있게 변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글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조진섭 기자 bromide.js@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