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라이더 ‘보험 사각’ 탓에 보행이 무섭다

박영희 ㅣ 소비자와 함께 공동대표 동국대 명예교수

등록 : 2024-07-25 16:43 수정 : 2024-07-26 16:50

최근 길을 가다가 어이없는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는 사건들이 무척 빈번하다. 자동차 사고뿐 아니라 배달 라이더들의 오토바이 사고도 자주 일어나 길거리를 다니기가 무척 겁이 난다.

요즘은 자동차 사고가 날 경우 서로 보험이 가입돼 있으니 피해자나 가해자가 보상을 못 받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과잉 피해 보상 때문에 보험료가 올라갈까봐 걱정되기도 하지만, 배달 라이더들과 관련된 사고를 당할 경우 무보험이나 한정된 보험 때문에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들조차 보험으로 해결되지 못해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 같아 더 겁이 난다. 많은 배달 라이더가 위험에 노출돼 있고 라이더들의 50%가량이 사고를 경험한다고 한다.

플랫폼 기업들은 회사 차원에서 단체 보험을 들고 있으나 비정규직 라이더들에게는 그렇지 못하다. 상해보험, 산재보험, 자동차보험 등이 있고 라이더들이 일하는 시간에 따라 시간제 보험이 개발돼 있으나 시간제의 경우 단가가 비싸 장시간 배달하는 라이더들에게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시간제 보험의 경우 사고 시간과 보험 가입 시간의 시차 문제로 보상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배달 라이더의 이륜차 책임보험 가입에 관해서는 오랫동안 논란이 돼오다가 3년 전에 겨우 법적 제도가 마련됐다. 자동차 손해 배상법에 오토바이도 책임보험을 의무 가입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그러나 그 실행과정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가입자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사고를 당할 경우 절반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됨으로써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그 이유는 배달 라이더 사고가 잦아, 사고 유경험자의 경우 보험사 가입이 거부되거나 지나치게 비싼보험료로 인해 가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배달 라이더의 절반은 무보험 상태로 다니고 있는 셈이다. 오토바이의 책임보험료의 경우 유상 운송용 상업용 차량에 비해 두 배, 개인 오토바이 보험료의 10배 이상 비싼 탓에 보험료를 감당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국토교통부의 허가를 받아 이커머스 온라인 플랫폼 기업 8개사가 공동출자한 비영리 법인인 배달 서비스 공제 조합에서 저렴한 상품이 출시되고 7월 중 시행된다고 한다.


사고 이력, 연령에 따라 보험 가입을 거절당했던 배달 종사자도 누구나 가입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 하지만 제대로 실행될지 알 수 없다 시급히 보험 가입을 끌어올려야 하나 정부 계획 자체가 5년 내에 배달 종사자의 보험 가입을 8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 하니 앞으로 5년이나 소비자들은 계속 불안에 떨며 길거리를 다녀야 한단 말인가?

자동차 도로에는 오토바이 때문에 겁나는데 산책로와 보도에서도 더 겁나는 상황이 됐다. 전동킥보드의 질주 때문이다. 이제 차도와 인도 어디도 안전하지 못해 더 겁이 난다.

전동킥보드는 지난 6년 동안 사고가 20배 증가했고 최근 3년간 사망자만 55명에 달한다. 전동킥보드의 경우 의무가입도 되어 있지 않아 보험 가입률은 더 저조하다니 소비자의 안전은 누가 보장해줄 것인가? 법적 장치조차 마련돼 있지 못하니 소비자는 각자도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무섭다.

인공지능(AI)시대에 새로운 기술의 빠른 도입에 비해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정책들은 왜 이리 늑장을 부리는지 안타깝다.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노동희망찾기’ 회원들이 2022년 9월28일 오후 국회 앞에서 ‘접속! 플랫폼월드, 우리의 노동을 잇다’라는 주제로 플랫폼노동자대회를 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플랫폼기업에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 등을 요구했다. 배달 라이더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바로 시민이 안전하게 거리를 오갈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