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예능

관계마저 비즈니스?

등록 : 2017-04-13 14:22
가수 리쌍 멤버 개리와 길 사이가 틀어졌다. 2002년 데뷔해 15년 된 사이로, 최근까지도 ‘절친’으로 알려졌다. 개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결혼 소식을 알렸는데, 길도 몰랐다는 얘기가 더해지면서 리쌍 해체설로 옮아갔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2011년부터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다고 한다. 지금껏 ‘비즈니스 관계’로 노래만 발표하고 활동한 셈이다.

‘비즈니스 절친’이 놀랄 일은 아니다. 연예계에는 많다. 특히 그룹 내 멤버 사이가 그렇다. 함께 활동은 해야 하니 친한 척은 하지만, 노래할 때만 만나는 업무적 관계인 이들이 꽤 있다. 멤버 수가 많은 그룹은 끼리끼리 놀기도 하고, 특정 멤버만 소외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다들 친한 척하며 함께 기뻐하고 슬퍼한다. “우리는 영원히 하나입니다”는 그들의 고정 레퍼토리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문화방송)처럼 인기를 위해 전략적으로 연인 사이도 된다.

최근에는 ‘비즈니스 솔로’가 늘었다. 솔로인 척하며 관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들을 두고 나온 말이다. 아나운서 조우종은 혼자인 척하며 <나 혼자 산다>(문화방송) 등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외로움을 호소하며 인기를 얻었는데, 알고 보니 몇년 된 연인이 있었고, 또 최근 결혼도 했다. 배우 이준기도 <내 귀에 캔디>(티브이엔)에서 배우 박민영과 달콤한 로맨스를 연출하며 여자친구가 없다는 걸 암시했다. 최근 배우 전혜빈과 연인 사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략적 솔로 행세’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배우 한채아는 방송에서 다른 연예인한테 관심을 두는 내용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남자친구가 있었다.

어차피 좋자고 보는 연예인이고, 웃자고 보는 예능인데 뭐가 문제인가 싶지만, 굳이 ‘척’할 필요도 없다. 애인이 있으면, 솔로가 ‘썸’ 타는 예능에 안 나오면 될 일인데, 굳이 나오는 이유도 투명하지는 않다. 진정성 문제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에도 피해를 준다. <내 귀에 캔디>는 이준기-전혜빈 연애 사실이 알려진 뒤 특집으로 편성했던 ‘이준기-박민영’ 편의 방영이 취소됐다. 과거 가상 결혼 프로그램인 <우리 결혼했어요>(문화방송)에서도 출연자가 애인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상대편 출연자와 동반 하차하기도 했다.

“얼굴에 분칠한 것들은 믿으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차피 이곳은 비즈니스로 똘똘 뭉쳐 있다. 아무리 그래도 ‘연애’ ‘우정’마저 굳이 비즈니스화할 필요는 없지 않나? 어쨌든 개리의 결혼 소식으로 <런닝맨>(에스비에스)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던 ‘월요 커플’도 결국 비즈니스 관계임이 판명됐다. “나한테 시집올래?” 역시 그냥 하는 말이었구나.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