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정서적 지지 덕에 안정감 높아졌어요”

개관 2주년 맞은 성동구 1인가구지원센터…중장년 참여 끌어내

등록 : 2024-08-01 16:12
2022년 7월 개관한 성동구 1인가구지원센터는 독립형으로 운영한다. 센터는 청년층이나 노년층에 견줘 지원기관이 많지 않은 중장년 1인가구를 주 대상으로 프로그램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로비 공간에서 이용자들이 컬러링 체험을 하고 있다.

상담과 컬러링 등 체험하며 마음 치유

지원연계로 생활 안정·행복감 느껴

노숙인쉼터서 상담받아 참여하기도

“조직 안정 위한 설치근거 법 필요해”

40대 초반 1인가구 윤수아(가명·여)씨는 독립한 지 6년이 넘었다. 몇 년 전부터 집에서 심심하면 ‘혼술’ 하는 일이 잦아졌고, 무기력감도 느꼈다. 지난해 우연히 성동구 누리집에 들어갔다 알코올 사용장애 자가진단 테스트를 보고 ‘혹시’ 하는 마음에 해봤다. 얼마 뒤 성동구 1인가구지원센터에서 연락받아, 멘토링 상담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멘토와 일대일로 맺어져 정서·심리적 어려움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정신건강을 위해 도움받는 프로그램이었다. 6개월 동안 멘토와 함께 독서 토론, 탐방 활동 등을 하고 난 윤씨는 “정적이었던 삶이 프로그램 참여 뒤 바뀌었다”며 “활력이 생기고 뭔가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윤씨는 거의 주말마다 센터를 찾아 공예 체험, 미술 치유, 명상 등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심심하지 않으니 혼술도 하지 않게 되고, 우울한 기분도 덜 느끼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나아졌다. 처음엔 흥미 위주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하는 프로그램을 고르게 됐다. 그는 “이런 과정에서 취미도 생기고 환경보호 동아리 활동도 시작했다”며 “(삶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데 센터 프로그램이 큰 도움을 줬다”고 했다.


50대 중반 조이수(가명·남)씨도 1인가구다. 10여 년 전부터 혼자 살아왔다. 경제적인 문제로 가족과 헤어져 노숙도 하고 이런저런 일을 하며 고시원, 쉼터 등에서 지내기도 했다. 지난해 노숙인쉼터에서 성동구 1인가구지원센터의 상담 안내를 받았다. 조씨는 한동안 매일 센터에서 두세 시간씩 보내며 점차 안정을 찾았다. 센터 로비 공간에서 컬러링을 하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경험을 했다. 집에서 플러스펜으로 그림 그리기도 하고 미니어처 만들기도 한다. 시설 생활이 힘들다는 그의 사정을 들은 센터 직원들이 지원제도를 알려주고 진행을 도왔다. 쉼터를 나와 고시원으로 옮기고, 조건부 수급자가 되고 자활근로도 할 수 있게 됐다. 조씨는 “기본적인 생활이 안정되고 마음 치유가 이뤄지면서 행복감도 느낀다”며 “여기까지 오는 데 센터의 도움이 정말 컸다”고 했다.

상담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을 덜어주기 위해 미술치료 기법을 활용하는 모습.

서울의 1인가구지원센터는 현재 자치구에서 1인가구의 일상을 돕는 프로그램과 사업을 펼치고 있다. 5개(상담, 교육·여가문화, 사회관계망 지원, 재무 교육, 부채관리) 분야는 공통 프로그램으로, 이 밖에 자치구 자율 프로그램들을 운영한다. 자치구별 여건과 특성을 반영한 사업도 추진한다. 운영 형태는 독립형(별도 법인, 자치구 5곳)과 통합형(가족지원센터 산하)으로 나뉜다.

2022년 7월 개관한 성동구 1인가구지원센터는 독립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센터는 그동안 정서적 지지를 받는 중장년 1인가구 사례가 나올 수 있게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중장년 1인가구는 청년층이나 노년층에 견줘 지원받을 곳이 적기 때문이다. 센터는 우선 운영시간을 평일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토요일 오후 5시까지로 정해 일하는 중장년 1인가구의 접근성을 높였다. 미술 상담, 컬러링 체험 등 미술 연계 프로그램으로 상담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도 줄였다.

운영 방식에서는 연령대별, 성별 등에 따른 다양성을 고려하며 작은 욕구라도 채워질 수 있게 최대한 빠르게 대응해왔다. 예컨대 자전거를 배우고 싶다는 참여자가 서너 명이 있어 프로그램 기획(세이프라이딩·자전거 안전 이론 교육 및 실습) 과정을 거쳐 구청과 협의한 뒤 25명을 모집해 진행했다. 김요한 센터장은 “욕구를 빠르게 파악해 기획하고 실행에 옮겨 효능감을 느낄 수 있게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고립이나 외로움, 안전에 문제를 겪는 중장년 1인가구를 최우선으로 끌어내는 걸 센터의 과제로 삼고 실행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장년들이 거주할 만한 마을버스 노선 주변 주택가, 아파트 단지 등을 찾아 한 집 한 집 돌아다니며 문고리에 초대장을 걸어둔다. 초대장에는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여럿이서 건강한 반찬을 만들어 나누고 가볍게 걸으며 대화하는 모임으로 초대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센터의 프로그램(신체·마음·관계·건강 등) 소개 글이 적혀 있다.

김 센터장은 “뉴딜일자리 인력(2명)을 활용해 지난해 1500가구를 방문했고 올해도 이어가고 있다”며 “초대장을 통해 센터를 찾는 월평균 두세 명도 충분히 의미 있는 숫자라고 본다”고 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1인가구 명단 확보가 어려운 점을 아쉬워하며 그는 “1인가구에 대한 정보 접근성의 제약이 적극적인 발굴 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사례자는 “센터에 오면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주는 게 좋았다”며 “환영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든든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들은 “더 많은 사람(중장년 1인가구)이 도움받을 수 있게 직원들이 지치지 않고 꾸준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독립형 1인가구지원센터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설치 근거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독립형 센터는 조례에 근거해 만들어진 비법정 사회복지시설이기에, 복지사인 직원들이 근무 경력 80%만 인정받는다. 때론 직원들의 이직 사유가 되기도 한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센터 설립 근거 마련 조항이 들어간 건강가족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김요한 센터장은 “1인가구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 사회가 함께해야 할 부분이 더 많아지고 있다”며 “독립형 1인가구지원센터가 이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선도적으로 할 수 있게 설치 근거 법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