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죽으면 누가 분해해서 거름으로 되돌릴까요? 분해자 대부분도 곤충입니다. 곤충이 죽은 식물을 먹으며 잘게 분해해 다른 식물을 위한 거름으로 되돌려놓습니다. 곤충이 없으면 식물도 지구에서 사라집니다.”
40살이 넘은 나이에 곤충에 관심을 가지고 국내 최고의 곤충학자가 된 정부희 박사가 저서 <곤충은 남의 밥상을 넘보지 않는다>(김영사 펴냄)에서 펼쳐놓은 곤충 예찬이다.
정부희 박사는 독박육아로 인한 우울증과 건강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아이들과 전국 곳곳을 돌며 4년여간 유적답사를 하다가, 유적지 주변에 피어 있는 야생화들에 눈길을 빼앗긴다. 정 작가는 야생화 공부를 시작하면서 식물의 종에 따라 찾아오거나 살아가는 곤충이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무척 궁금하게 여기면서 본격적으로 곤충학도의 길로 뛰어들게 된다. “어느 날 곤충이 운명처럼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사람 대부분에게 곤충은 그저 사소하고 하찮은 미물로, 곤충에 대해 깊이 생각할 일이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가끔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곤충을 이른바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벌레로 여기고, 사람에게 그리고 사람이 아끼는 식물에 피해를 주는 해로운 존재라는 이미지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사람들은 곤충의 목숨을 쉽게 생각한다.
곤충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유지하는 데, 특히 인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전체 식물의 약 87%를 동물이 중매를 서고, 그 대부분은 곤충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곤충은…>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하루살이, 벌, 매미, 메뚜기, 잠자리, 나비뿐만 아니라 특수한 환경에 살거나 너무 작아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수많은 곤충이 등장한다. 그들이 어떻게 사랑을 하는지, 어떻게 자식을 낳고 키우는지, 천적과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항하는지,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 다양한 곤충의 삶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또한 하찮은 미물에 불과해 보이는 곤충들이 지구 환경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기후 온난화가 곤충의 생존 나아가 인류의 생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등 우리가 놓치고 있던 곤충의 위대함을 일깨운다. 또한 다분히 인간중심주의에 사로잡혀 곤충과 상생·공존하는 법을 잊어버린 현대인에게 우리가 가져야 할 세상에 대한 태도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도록 경종을 울린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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