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복잡한 정비사업 알기 쉽게 설명해줘”

성북구, 주민 이해 돕기 위해 정릉동 등서 ‘찾아가는 정비사업 아카데미’ 진행

등록 : 2024-08-08 16:06 수정 : 2024-08-08 16:09
성북구는 전국에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가장 많은 곳이다. 구는 올해부터 주민 갈등을 줄이기 위한 ‘찾아가는 정비사업 아카데미’를 확대개편해 운영한다.7월11일 저녁 정릉동 참석 주민들이 정릉중앙교회 비탈길을 오르고 있다.

‘신통기획’ 후보지 선정 뒤 관심 높아져

구, 동네 교회에서 ‘저녁 맞춤강의’ 진행

혼선 없도록 추진 절차 정확하게 알려

주민들 “현재 상황과 일정 확인해 도움”

“후보지로 선정되면 다 된 거라 여겼는데, 알아야 할 게 많네요.”
성북구 정릉동에 사는 강영국(56)씨가 지난 7월11일 ‘찾아가는 정비사업 아카데미’ 강의를 이웃들과 함께 듣고 이렇게 말했다. 정릉동(898-16번지 일대 3·8구역, 5만3971㎡)은 지난 3월 말 서울시의 신속통합(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되었다. 자연경관지구로 구릉지에 산비탈을 따라 노후 주택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주민들은 길이 좁고 경사가 급해 오가는 데 힘들어하고 자연재해 피해도 우려해 왔다. 이번 신통기획 후보지 선정으로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이 커졌지만,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주민마다 달라 갈등을 일으킬 여지도 있다.


성북구의 ‘찾아가는 정비사업 아카데미’는 정릉동처럼 재개발·재건축 등이 추진되는 구역의 주민 갈등을 줄이기 위한 교육사업이다. 구는 더 많은 지역 주민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교육의 형식과 운영 방식을 새롭게 바꿔 추진에 나섰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강의에 앞서 참석 주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정비사업 관련 주민 교육은 50여명을 대상으로 구청에서 평일 낮 진행했다. 올해는 100여명으로 참석자 수를 늘리고 동네에서 저녁 맞춤형 강의로 6월부터 열어왔다. 개최 햇수도 2회 늘려 연말까지 8회 진행한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125개 구역) 정비사업이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다”며 “관련 지역 주민들에게 꼭 알아야 할 사항과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주기 위해 교육을 확대 개편해 운영한다”고 했다.

3회차인 ‘정릉동 찾아가는 정비사업 아카데미’는 정릉중앙교회 대예배실에서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동네 교회가 주민들을 위해 공간을 기꺼이 내줬다. 참석자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어르신부터 중장년, 어린 자녀와 함께 온 젊은 부부 등이 자리했다. 동주민센터에서 안내 문자를 받고 참석한 강영국씨는 “동네에서 저녁에 열리니 어르신들도, 직장 다니는 사람들도 두루 올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날 강의는 서울시 건축위원회위원으로 활동한 허경원 예시건 종합건축사무소 대표가 맡았다. 강의에선 신통기획 정비사업의 특징과 추진 과정에 관해 설명했다. 허 대표는 “구역 실정에 맞는 재개발 계획을 공공의 예산으로 전문기관이 용역을 받아 세운다”며 “계획 세우기에 4~5년 걸리던 걸 2년, 빠르면 1년 반 정도로 줄일 수 있는 게 특징이다”고 했다. 서울시 자문단을 거쳐 주민 설명회에서 계획안을 공개하고, 추정분담금을 안내한다. 토지 등 소유자 50% 이상이 정비계획 입안에 동의하면 자치구에서 인가 신청하고,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통합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이 정식으로 지정된다.

강의 진행 도중 일부 참석자들이 손을 들고 “우리 동네에 아파트 몇 층을 지을 수 있다는 건지부터 얘기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여 요구했다. 다른 참석자들의 웅성거리는소리도 들렸다. 허 대표는 “경관지구의 높이규제 완화는 사업지별 관련 법에 근거해, 오는 9월 서울시가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알려주며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비계획안에 가능한 층수를 제시하고, 이를 근거로 추정분담금이 나오기에 전체사업 과정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강의를 이어갔다. 참석자 대부분은 허 대표의 강의 내용을 귀 기울여 들으며, 때때로 고개를 끄떡이기도 했다.

정릉동 정비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는 사회를 맡은 이현화 성북구 도시정비신속추진단 공공사업팀장이 답했다. 후보지 선정 뒤 현재까지 진행 상황과 향후 추진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이 팀장은 “용역 진행을 위해 계약심사, 시비 보조금 교부 등 행정절차를 마치고(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 진행하고 있다”며 “업체 선정 뒤 1년 이내에 대략 계획을 세워 주민들에게 추정 분담금을 안내하고, 사업추진 의사를 물을 예정이다” 고 했다.

동네 소규모 재건축 조합과 통합개발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이 팀장은 “현재 추진 단계가 달라 통합개발에는 무리가 있다”고 정리해 말했다. 재건축 쪽은 현재 건축심의 단계가 끝나 착공이 얼마 남지 않았고, 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는 계획 수립 뒤 주민들 의사를 물어 사업추진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100여분의 교육이 끝난 뒤 참석자 강영국씨는 “강의를 듣고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알게 됐고, 앞으로 어떻게 추진되어 가는지를 알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날 참석자 중에 여느 정비사업 교육장에서 보기 드문 대학생 대여섯 명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지역에 있는 국민대 신문·방송사의 기자와 피디(PD), 건축학과 학생들이다. 대학 정문 맞은 편에 있는 정릉동은 학생들에게 ‘지하세계’로 불린다. 육교를 건너 계단으로 한참을 내려가야 나오는 낮은 지대라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대학생 대상 음식점과 주점 등이 몇 곳 있지만, 대학가라 부르기엔 부족해 아쉬워하는 학생들이 적잖다.

김하연(20) 국민대 신문사 기자는 “주거환경 개선과 상업시설 정비로 지역의 변화가 있길 기대하는 친구들이 많아 기획보도도 하게 됐고, 이번 아카데미에도 참석했다” 고 했다. 건축학과에 다니는 진동혁(28)씨는 “건축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고층 재개발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주민들과 함께 토론해 보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반기에도 성북구는 찾아가는 정비사업 아카데미를 이어간다. 이번에는 재개발과 재건축을 담당하는 주거정비과에서 5회 진행할 계획이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정비사업에 관심 있는 주민들이 사업 과정을 정확하게 알고,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며 “주민들이 동네에 맞는 정비사업 방식을 찾는 데 더 필요한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고 밝혔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성북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