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10시 강서구 등촌3동 주민센터에서 조영길씨가 절주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음주 체험 고글을 끼고 바닥의 노란선을 따라 걷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어, 어질어질하네요!”
지난 6일 강서구 등촌3동 주민센터 3층에서 열린 절주교육에 참가한 주민 조영길(58)씨가 고글을 활용한 가상 음주 체험을 했다. 가상 음주 체험용 고글을 끼면 소주 반병 정도의 음주 상태로 시야가 보인다. 조씨가 바닥에 그어져 있는 선을 따라 한발 한발 천천히 걸어보지만 균형을 잡지 못해 비틀거린다. “평소 주량이 소주 한 병 정도라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음과 달리 똑바로 걸을 수가 없었다”며 “소주 서너 잔 마신 상태도 정상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고 조씨는 말했다.
체험 뒤 그는 절주 서약서를 썼다. 절주 서약서에는 ‘1차에서 끝내기, 2가지 이상 섞어 마시지 않기, 술 마신 뒤 3일은 금주하기, 4잔 적정 음주량 지키기, 술값으로 가족에게 선물하기’ 다섯 가지 건전 음주 실천 약속을 담았다. 조씨는 집 냉장고에 붙여놓고 실천해보겠다며 서명한 서약서를 접어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강서구는 생애주기별 절주교육 프로그램을 연령대별 특성에 맞춰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집 아이들에게는 동화 형식을 빌려 과음이 왜 나쁜지를 알리고, 청소년들에게는 성장에 필요한 영양과 술이 몸에 끼치는 영향 등을 함께 교육한다. 직장인들에게는 보건소 대사증후군 검사 때 절주교육을 병행하고, 지역 기업체 방문을 겸해서 절주 홍보와 서약서 작성을 독려한다. 어르신들에게는 과음에 따라 생기는 성인병과 연결해 교육하며 왜 절주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절주교육에서 ‘음주 고글 걷기 체험’은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단다. 백 마디 말보다 직접 느껴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어린이집 아이들, 초·중·고 학생들은 음주 고글을 끼고 걸으며 술을 마셨을 때 신체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느끼고 금세 절주 효과를 체감한다. 집에 가서 부모님께 술을 적게 마시라고 말했다는 아이들도 늘고 있다.
강서구는 절주 캠페인도 함께 펼치고 있다. 달마다 지하철역과 거리에서 절주 서약서를 작성하는 거리 캠페인을 벌인다. 강서구의 절주교육과 캠페인은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른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으로, 복지부와 서울시의 자치구 매칭 프로그램이다. 노말선 건강관리 과장은 “절주 프로그램과 캠페인은 예방교육으로 효과가 금세 나타나는 게 아니다. 인식 바꾸기 등 장기적 접근을 해야 하며, 생애주기별로 꾸준히 교육하면 변화가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서구가 과음 예방에 집중한다면, 금천구는 알코올의존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천구는 지난해부터 ‘건강음주 희망프로젝트’를 펼쳐왔다. 금천구 정신건강증진센터의 담당자 1명과 회복자 상담가 2명이 수요일마다 프로그램 참여자를 찾아간다. 회복자 상담가가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음주 문제에 대해 상담해준다. 회복자 상담가들은 알코올의존 진단 뒤 7년 이상 술을 마시지 않고 중독 관련 기관장의 추천을 받은 사람들이다.
건강음주 희망프로젝트 참여자는 매달 열리는 알코올 회복 자조 모임과 알코올중독 치료 집단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된다. 이 밖에도 금천구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선 알코올 위기 대응 사업, 알코올중독 사례관리 등도 운영하고 있어 센터(02-3281-9314)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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