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플리토 대표가 인사동 거리의 펼침막을 휴대전화로 찍자 그 내용이 앱 ‘플리토‘를 통해 곧바로 영어로 번역됐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
서울의 대표 관광지답게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복을 입고 이색적인 체험을 즐기는 외국인들이 눈에 띈다. “
저 펼침막의 뜻을 아는 외국인이 얼마나 될까요?” 이정수(35) ‘플리토’ 대표가 ‘한복을 입으면 음식값 10% 할인!’이라고 쓰인 펼침막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은 뒤 앱 ‘플리토'(flitto)로 번역에 나섰다. 이내 ‘If you wear your HANBOK, get a 10% discount on your food!’라는 영어 번역문이 뜬다. 내용이 정확하다.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는 물론이고 스페인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아랍어 등 모두 18개 나라말로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물론 외국어끼리도 번역이 되죠. 정확도요? 구글 자동번역기 같은 기계 번역보다 훨씬 뛰어나죠.”
통합 번역 플랫폼인 플리토는 언어를 이미지로 찍어 번역해주는 서비스도 한다. 1차로 자동 번역을 제공하지만, 만족하지 않으면 전 세계 170여개국 120여만명이 실시간으로 정확도를 높여준다고 한다. 일종의 ‘집단지성 번역'이다. 이 대표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번역이 이뤄지면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데이터화한 뒤 다음 이용자에겐 이 최적의 데이터를 자동으로 제공한다”며 “최적의 번역을 한 번역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네이버, 엔티티도코모 등에 판매해 수익을 만들어낸다.
번역의 정확성과 신속성, 언어의 다양성 등 여러 강점 때문에 플리토는 이달 초 서울시가 개최한 서울-관광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공개 오디션 ‘청년 창업가가 바꾸는 서울관광지도'에서 본선에 오른 8개팀 중 대상을 차지했다. 프로젝트 지원금으로 5000만원의 상금도 받았다. 이 오디션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관광 스타트업과 협력해 공공 분야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관광 서비스의 틈새를 메우고 관광객들이 서울을 더욱 편리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울시가 마련했다.
플리토는 영어, 중국어, 일어로 번역돼 있는 서울 시내 관광명소 유도 표지판 972개를 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 타이어로 번역해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 주요 관광지역 중 번역 안내가 미흡한 곳들을 ‘랭귀지 프리존’(Language Free Zone)으로 지정해 해당 구역 내 표지판 등을 촬영한 뒤 여러 언어로 번역할 방침이다. 외국 관광객들이 어려움과 불만을 크게 느끼는 영역이 의사소통이라서 플리토는 언어 장벽 해소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1년 사이에 방문율이 급증하고 있는 동남아 관광객과 최근 새로운 관광 수요로 떠오르고 있는 중동 관광객 등으로 관광시장을 다변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긴 상황이어서 관광객 다변화는 발등의 불이나 다름없다. 중국이 보복 조처를 본격화한 3월의 경우,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37만2000명에 그쳤다. 2016년의 같은 기간에 견줘 39.4%나 급감한 규모다. 그나마 일본 관광객이 22.4% 늘고, 타이·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6개국 관광객이 11.2% 늘어 ‘고사'를 면했다. 이 대표는 “다양한 나라의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소규모 점포 등은 미리 플리토를 이용해 메뉴나 화장실 안내문 등을 해당 언어로 번역해놓으면 당황하지 않고 손님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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