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10만원 기부’ 85%로 최다, 답례품은 95%가 ‘사랑상품권’ 선택

서울 25개 자치구 2023년 ‘고향사랑기부금’ 총 21억8천만원 모금
은평구, 가장 많은 2억5천만원 모아 첫 사용…올해 지정기부도 받아

등록 : 2024-08-22 14:41 수정 : 2024-08-22 15:38
“10만원 기부하면 100% 세액 공제 혜택에 기부금 30% 상당 답례품 받아 가장 ‘쏠쏠’”

‘서울이 고향 생각 희박’ 모금 어렵지만

지정기부·답례품 발굴이 활성화 과제

자치구, ‘문화·보건 등 사업 발굴’ 노력

서울 25개 자치구는 고향사랑기부 답례품으로 생활용품, 식료품, 공산품, 수공예품 등 다양한 물품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기부자 대부분은 지역 상품권인 ‘사랑상품권’을 답례품으로 선택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고향사랑기부금법)을 시행하고 1년6개월이 훌쩍 지났다. 고향사랑기부금법은 고향에 대한 기부 문화를 조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해 지역균형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지자체 주민이 아닌 개인한테 기부금을 받아 주민복리 증진 등을 위해 사용할 수 있어, 지자체와 주민 모두에게 유익한 제도다. 9월4일 고향사랑의 날을 앞두고 서울 자치구의 고향사랑기부금 ‘성적’이 어떤지 알아봤다.

지난해 서울 25개 자치구는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총 21억838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 자치구 ‘2023년 고향사랑기부금 접수·운용 현황’을 살펴보면, 은평구가 2억5225만원으로 기부금을 가장 많이 모금했고, 강북구가 3230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기부금을 2억원 이상 모금한 곳이 1곳,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을 모금한 곳이 7곳,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을 모금한 곳이 11곳, 5천만원 미만을 모금한 곳이 6곳이었다.

하반기 성적이 상반기보다 좋았다. 서울 25개 자치구는 하반기에 총 18억4350만원을 모금해 상반기 3억4027만원보다 5.5배나 많았다. 특히 12월에 전체 기부금의 70% 이상을 모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서울 25개 자치구 기부금은 총 2억9742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억4027만원을 살짝 밑돌았다.

은평구가 모금한 고향사랑기부금은 종로구 1억5757만원, 강남구 1억5754만원보다 1억원 가까이 많다. 서울시 기부금 2억9700만원과 견줘도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금액이다. 은평구가 서울시와 비슷한 기부금을 모금한 데는 시행 초기부터 부서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창헌 은평구 주민참여협치과 주무관은 19일 “참여를 높이기 위해 영상 제작, 라디오 방송, 대중교통을 이용한 알림, 홍보부스 운영, 다양한 행사 등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알렸다”며 “고액 기부 활성화를 위해 구청 본관 1층과 구 누리집에 명예의 전당을 설치해 100만원 이상 고액 기부자에 대한 예우와 감사의 마음을 알린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출향인들이 은평구에 대한 애향심이 다른 자치구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서울 25개 자치구가 기부받은 건수는 모두 2만3590건이었다. 10만원 미만이 3384건에 4291만원, 10만원이 2만15건에 19억9880만원, 10만원 초과~100만원 미만이 130건에 3272만원, 1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이 40건에 5200만원이었다. 기부 상한액인 500만원이 11건에 5500만원이었는데, 은평구가 10건이고 강남구가 1건이었다.

10만원 기부 건수가 전체 기부 건수의 85%를 차지할 만큼 가장 많았고, 전체 기부금액의 91%를 차지했다. 이처럼 10만원 기부 건수가 많은 이유는 혜택이 생각보다 ‘쏠쏠’한 데 있다. 기부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20~50대는 대부분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고향사랑기부는 기부금의 10만원까지 100%, 10만원 초과분부터 16.5%의 세액 공제 혜택을 준다. 게다가 기부 총액의 30%를 답례품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10만원을 기부하면, 100% 세액 공제 혜택과 3만원에 상당하는 답례품까지 받아 ‘가성비’가 가장 좋은 셈이다.

강남구의 경우 지난해 기부자 연령대를 보면 30대가 52%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21%, 20대가 16.7% 순이다. 기부자 거주지는 강남구 외 서울 지역 64.7%, 경기 지역 26.7%로 서울·경기 지역 거주자가 전체 기부자 거주 지역의 91.4%를 차지했다. 민청 강남구 주민자치과 자치행정팀 주무관은 “강남구에서 태어나 살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 사람이 많지 않지만, 강남구에 직장을 둔 사람이 많아 세액 공제와 강남사랑상품권 사용을 위해 고향사랑기부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자치구도 이와 비슷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 자치구 모두 답례품으로 자치구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사랑상품권(지역상품권)을 제공하고 있다. 답례품을 받은 기부자 95%가 사랑상품권을 받아갈 만큼 인기가 높다.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할 뿐만 아니라, 자치구 내 소상공인의 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자치구 7곳에서는 기부자들이 답례품으로 사랑상품권만을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자치구는 사랑상품권 외에도 자치구 내 기반을 둔 기업에서 만든 생활용품, 식품 등을 비롯해 자치구 내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관광 이용권을 답례품으로 준다.

대부분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역 특화 상품이거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소상공인이 제조·생산한 제품이다. 하지만 기부자들이 사랑상품권 외 다른 답례품을 선택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답례품을 받은 기부자들이 선택한 특화 상품 중에서 0건이 넘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은평구의 은평구석1열 관람권, 노원구의 김치, 동대문구의 켜 약과, 강서구의 경복궁쌀, 광진구의 고은별 수제 그래놀라, 중랑구의 황실배, 성동구의 손목시계 정도다.

자치구들은 앞으로 기부자의 선호도나 지역경제 활성화 정도 등에 따라 답례품을 다양화해 기부자가 답례품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힐 계획이다. 하지만 기부 유인 효과가 있는 답례품을 발굴하기가 만만찮다.비수도권 지역은 해당 지역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특산물이나 특산품이 있지만, 서울 자치구는 그렇지않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 내에서 생산부터 제조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답례품 선정 기준에 들어맞는 품목을 발굴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지난해 받은 기부금을 올해 사용한 자치구는 한 곳 이었다. 은평구는 ‘청소년 해외 한국역사 탐방 사업’에 4천만원을 사용했는데, 이 사업은 문화 소외 계층 청소년이 외국에 있는 한국 역사 유적지를 방문해 자긍심과 애국심을 높이는 사업이다. 지난 6월 3박4일 동안 중국 상하이와 항저우를 돌며 항일 유적지 등을 방문했다. 은평구 외 자치구는 지난해 기부금을 아직 사용하지 않고 적립하고 있다. 강서구와 양천구 등은 기금 사업을 선정해 2025년도 예산에 반영할 예정이다.

올해 2월 법 개정으로 여러 자치구가 일반기부 외 지정기부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정기부는 기부자가 미리 정해진 지자체 사업 중에서 기부금이 사용되기를 원하는 사업을 지정해 기부하는 방식이다. 은평구는 올해 상반기 서울 자치구 중에서 유일하게 지정기부금을 받았는데, ‘소아 암환자 의료용 가발 지원사업’ 기부금으로 465만원을 모았다. 목표 금액은 2천만원이다.

성동구는 아동양육시설 퇴소 및 가정위탁 종료로 첫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을 위한 사업을 지정기부 사업으로 지정해 성공적인 자립을 도울 수 있도록 하거나 문화와 예술, 보건 등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사업 등을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중랑구는 장미 도시 조성, 망우역사문화공원 자연 힐링 공간 조성 등을 지정기부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성북구도 하반기 지정기부 사업 제안 주민 공모를 한 뒤 2025년 상반기부터 지정기부를 받을 예정이다. 강동구도 지정기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자치구는 비수도권 지역 지자체만큼 고향사랑 기부를 활성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의식이 강하지 않은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또한 자치구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홍보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는데, 자치구 외 지역에 홍보할 뾰족한 수단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자치구에 직장이 있는 생활권자 등을 대상으로 홍보하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이도 각 자치구 여건에 따라 차이가 크다. 그래서 유동 인구가 많이 몰리는 곳을 중심으로 홍보 효과를 높이려는 자치구도 있다.

올해 2월 법 개정으로 8월부터 기존에 금지됐던 문자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메시지, 사적 모임 등을 통한 기부 권유와 독려가 가능해졌다. 내년부터는 1회 기부금 상한액이 500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바뀐다.

각 자치구는 이에 맞춰 고향사랑기부를 활성화하기위해 다양한 형태의 행사와 홍보 강화, 지역 자원과 연결한 답례품 발굴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성동구는 문화관광 기반과 답례품을 연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답례품을 성수동을 비롯해 성동구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매개체로 삼아 지역경제활성화를 이끌어갈 계획이다.

홍희선 성동구 고향사랑기부제 기획운영단장은 “성동구 지역 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성동구만의 문화관광 특성과 연결해 답례품으로 개발하고, 지정기부 사업을 잘 발굴하는 것이 고향사랑기부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각 자치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