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3층 정원에서 김민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대표(왼쪽부터), 김경희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 이우성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활동가가 밝게 웃고 있다. 3명의 활동가는 이날 진행된 ‘청년 활동가와 우리 사회의 미래’ 주제 좌담회에 패널로 참석해 청년 활동가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보람과 어려움 등을 함께 나누었다. 참석자들은 많은 청년 활동가가 오랜 세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역량을 키울 때 “우리 사회는 사회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며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청년 활동가 존중받을 때 ‘인간다운 사회’ 가능성 높아져”
김경희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
청년 활동가 ‘안착과 성장’에 교육 중요
김민 ‘빅웨이브’ 대표
직장인도 ‘활동가 정신’ 있으면 ‘활동가’
이우성 평통사 활동가
‘사회 변화 대의’가 활동의 원동력 돼줘
지난 21일 오후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3명의 시민단체 청년 활동가가 ‘청년 활동가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주제로 좌담을 진행했다. 김경희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와 김민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대표, 그리고 이우성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활동가가 참여한 이날 좌담회는 지난 1월부터 ‘서울&’에 연재해온 ‘청년, 사회 앞에 서다’ 시리즈의 마무리 성격을 띠었다. ‘청년, 사회 앞에서다’에서는 청년 활동가 10명을 인터뷰했는데, 활동가가 된 이유와 활동 등 개인적인 질문이 중심이었다. 이번 마무리 좌담은 청년 활동가들이 같은 청년 세대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편집자
“젊은 청년들에게 활동가의 삶을 적극 추천합니다. 조금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이 사회에 참여하고 활동하는 삶이기 때문입니다.”(김경희 활동가)
“모두가 전업활동가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내가 활동가’라는 정신을 가지고 있으면, 자기 영역 또는 지역에서 충분히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김민 대표)
“청년들이 활동을 통해 자신의 성장을 경험하고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활동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이우성 활동가)
이날 좌담회에서 청년 활동가 3명은 모두 청년 활동가로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청년 활동가들은 이렇게 판단한 이유로 크게 ‘대의’와 ‘동료’를 꼽았다.
시민평화단체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이우성(30) 활동가는 시민단체 활동 계기를 ‘내가 원하는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 활동가가 평화시민단체인 평통사를 ‘활동 무대’로 택한 것 도 “이 단체의 ‘대의’가 나 자신이 ‘우리 민족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평화와 통일’ 을 지향하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그 ‘대의’는 “시민단체 활동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동력”이다.
시민단체에서 함께 활동하는 ‘동료’들도 활동가의 삶을 보람되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김민(32) 빅웨이브 대표는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환경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환경 문제에 대한 약간의 책임감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결국 활동을 이어가는 데는 동료들이나 사람들로부터 받는 긍정적 영향이 굉장히 큰 것 같다”고 했다. “동료들이 대부분 좋은 사람이니까, 이들과 상호작용을 하다보면 나도 좋은 사람이 돼가는 것 같다”는 것이다.
김경희(33)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도 “‘기업에서 돈 많이 버는 사람으로서 내가 존재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도 물론 있었다”며 “그러나 ‘저랑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 주체적으로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실천하려는 사람들 속에 같이 있는 것을 내가 정말 좋아하는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시민단체의 수평적인 조직문화도 제가 계속 활동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물론 활동가로 살아가는 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김경희 활동가는 “정체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외로움”을 꼽았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문제가 다른 시민들에게는 그것이 일순위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김 활동가는 “그 순간 내가 하는 활동이 시민들에게 닿지 않고 ‘정체돼 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시간조차도 어떤 변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순간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사회를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 더욱 공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우성 활동가(왼쪽부터), 김민 대표, 김경희 활동가가 지난 21일 마포구 한겨레 회의실에서 ‘청년 활동가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주제로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민 대표도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효능감’을 높일 제도들이 좀더 갖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효능감은 ‘어떤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신념’이다. 이 효능감은 “청년 활동가 입장에서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활동가가 맡은 사업이나 캠페인은 대부분 단기간에 성과를 보는 게 어렵고, 또 대외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일”이다. 그러므로 ‘효능감’을 자주 느끼기 어려운 구조다. 김 대표는 “어떻게 하면 효능감을 계속 느낄 수 있게 할지 시민단체들이 더욱 고민했으면 한다”며 “우리 안의 작은 성공이 뭔지 정의하고 우리가 성공했을 때 서로 격려하고 축하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정체감’이나 ‘효능감’ 문제는 시민사회의 활동이 우리 사회에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김경희 활동가는 “그것은 출퇴근 시간이나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담하기 어려운 주거비로 일하는 곳 근처에서 살기 어렵고 노동시간이 너무 길어서, 자기 지역의 현안 등을 잘 알기 어렵고 알더라도 참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우성 활동가는 “외교·안보 사안의 경우 합리적 근거를 갖춰서 얘기하더라도 가짜 뉴스인 것처럼 왜곡하는 정부나 일부 사회 세력”들을 걸림돌로 꼽았다.
청년 활동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더욱더 청년들의 시민단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 대표는 “청년들이 시민단체 활동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청년들 자신에게 피해가 온다”고 말했다. 연금 문제나 대선·총선 등에서의 투표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또 미래의 주인인 청년들이 시민단체 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때 사회 변화의 힘도 커진다. 김 대표는 이에 따라 “시민단체가 청년들의 3가지 니즈인 ‘지식, 커리어, 네트워크’가 충족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희 활동가도 “활동에 관심을 갖고 시민단체에 들어온 청년들이 지식, 네트워크 등을 체계적으로 학습해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대기업에서는 신규 직원을 빠르고 체계적으로 돈을 잘 벌 사람으로 역량을 갖추게 한다”며 “사회단체가 스스로의 역량 강화를 고민하고 ‘돈 잘 버는 것’을 넘어서는 가치를 학습하고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활동가가 속한 인권재단 사람에서는 몇 해 전부터 개별 단체를 뛰어넘어선 ‘시민단체 전체를 대상으로 한 활동가 교육’에 주력해오고 있다. 시민단체 전체를 대상으로 한 활동가 교육은 또한 개별 활동가의 네트워크 능력도 높여준다.
이우성 활동가는 우선 시민단체 활동에 관심 있는 청년들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평통사에서는 청년들을 찾아가는 교육과 청년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온라인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며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평화와 통일에 대해 이야기해주면 공감하고 이해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나아가 청년들이 가진 인식 수준이 다양하므로, 그 인식 수준에 맞춰 눈높이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렇게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한 청년들의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활동가들은 모두 ‘장기근속이 가능한 시스템’을 성장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김민 대표는 “어떤 활동가가 5년차, 10년차 활동가로서 성장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 사람의 고용 보장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그것은 시민단체 안에서 사람이 길러지고 성장하는 것을 통해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경희 활동가는 “활동가의 성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과 네트워킹”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의 경우 활동가 스스로도 ‘내가 활동가라고 불려도 되나’ 하는 고민을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저는 이런 고민을하는 활동가들이 교육을 통해 서로 교류하며 배우고 인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시민단체에서 성장한 청년 활동가들은 ‘전문성·운동성·대중성’을 갖춰나가게 된다. 청년 활동가들은 자기분야에서 전문성을 획득하기 위해 꾸준히 학습하지만, 활동가의 학습은 학자들의 그것과 다르다. 전문성에 더해 운동성과 대중성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김민 대표는 “정부나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시민단체가 목소리를 내려면 전문성이 필요하다”면서도 “시민들, 즉 당사자들하고 같이 호흡하면서 우리가 어떤 해답을 가졌는지 시민들한테 보여줄 수 있는 게 시민단체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활동가도 “이해관계 당사자의 대표성을 더 중시하는 게 시민단체의 힘”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문제를 예로 들면서 “정부는 예산에 맞춰 기초보장제도 급여의 근거를 만든다면, 시민단체에서는 수급 당사자들과 직접 만나서 그들의 삶을 근거로 제시한다”며 “정말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수급액이 적정한지는 당사자와 그들과 함께 연대하는 활동가들이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우성 활동가는 “대중성과 운동성도 전문성에 기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너무 전문가주의로 빠지는 점도 당연히 경계해야 하겠지만, 높은 전문성을 갖출 때 대중성도 강화된다”고 지적했다.
세 활동가는 이렇게 시민단체가 청년 활동가들의 좋은 삶터가 되고 많은 청년 활동가가 오랜 세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역량을 키울 때 “우리 사회는 사회문제 해결능력을 높이며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가올 그 시점에는 시민사회 활동가가 지금보다 훨씬 더 사회적으로 평가받는 존재가 돼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끝>
글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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