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자가주택을 아시나요?

기고 | 변창흠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등록 : 2017-04-27 14:20
창신동 협동조합 공공임대주택 조감도. SH서울주택도시공사 제공
공공임대주택은 어느 나라에서나 주거 안정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주거복지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공임대주택은 진보와 보수 구분 없이 가장 인기 있는 선거 공약 중의 하나였다. 2000년대 초 어떤 정당은 국내 전체 주택 수의 30%까지 공공임대주택으로 확보하자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 채당 1억원만 잡아도 400조원이 훌쩍 넘는 재원이 드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주거 안정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공공임대주택 말고도 다양하다. 임대료 보조 제도인 주거급여 지급, 리모델링 비용 지원, 저금리 대출 등도 유용한 정책 수단이다. 여러 정책 수단을 지역별로, 개인별로 맞춤형으로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이 공급하는 주택으로는 공공임대주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6년 주택 가격이 폭등하던 시기에 치러진 제4회 지방선거에서는 이른바 ‘반값 아파트’가 선거의 쟁점이 되었다.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 중 어느 제도가 적절한가에 대한 논쟁이었다. 두 가지 유형은 2007년 주택법에 반영되었고, 군포 부곡지구에서 시범 사업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행복주택, 뉴스테이, 준공공임대주택 등 다양한 임대주택 유형이 개발되었지만, 여전히 저렴한 자가주택 구상은 유효하다. 공공성을 띠고 있지만 자가주택이란 점에서 공공자가주택이라 할 수 있다. 공공자가주택 중 토지임대부 주택은 군포 부곡지구와 우면지구에서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사회주택으로도 되살아났다. 서울시가 SH서울주택도시공사에 출자한 토지를 저리로 임대하면 사회주택사업자가 투자해서 40년간 임대하고 관리하면서 투자비를 회수하는 토지임대부 임대주택이 그것이다. 만약 토지만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토지임대부 주택은 분명 민간분양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의 장점을 결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국공유지, 공기업의 미매각 토지, 재개발·재건축사업의 공공 기여 토지를 활용한다면 지금도 토지임대부 주택은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끝내 시범 사업으로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서울의 세곡, 내곡 지구에 공급되었던 보금자리주택 가격이 애초 분양가보다 갑절 이상으로 뛰어 최초 분양자가 수억원의 자본이익을 사유화한 현실을 보면, 환매조건부 주택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만일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하되, 매각 시에는 반드시 공기업에 최초 분양가격에 이자율만 덧붙인 가격으로 되팔게 하는 환매조건부 주택 제도를 도입했더라면 막대한 자본이익을 더 많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 주택 문제는 단순히 공공임대주택 공급만으로 해결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다. 또한 무한대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만큼 정부나 공기업의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공공임대주택 외에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서라도 공공성을 지닌 주택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완전하게 공공성을 지닌 공공임대주택부터 민간임대주택이지만 공공이 임대료와 임대 조건을 규제하는 공적 지원형 임대주택인 준공공임대주택, 공공성을 지닌 자가주택인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 개인이 아닌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이 소유권을 가지고 지분을 매매하는 조합형 주택이 다양하게 활용될 필요가 있다. 새로 출범할 정부가 정책으로 채택하길 기대해본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