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명예대장, 알고보니 ‘봉사왕’…“봉사 위해 자격증도 취득”

헌혈 200회 서대문구 청소행정과 홍경표 주무관

등록 : 2024-10-18 13:16 수정 : 2024-10-18 15:19
홍경표 주무관은 헌혈뿐 아니라 6년간 저소득 홀몸 어르신 가구를 위해 도배, 장판 교체, 전기 공사 등의 재능기부 활동을 해왔다. 쉬는 날엔 빵도 만들어서 어려운 이웃과 나눈다. 서대문구 제공

서대문구 청소행정과에 근무하는 홍경표(48)주무관은 지난 9월27일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명예대장’을 받았다. 명예대장은 헌혈 횟수가 200회인 사람에게 감사와 명예를 전하기 위해 대한적십자사가 수여하는 헌혈유공증인데 홍 주무관은 20년 만에 달성했다. 헌혈 횟수에 따라 30회 은장, 50회 금장,100회 명예장, 200회 명예대장, 300회 최고명예대장으로 구분된다.

홍경표 주무관은 “헌혈은 중고교 때부터 했지만 정기적으로 하기 시작한 건 구청에 입사한 뒤부터죠. 헌혈차가 구청에 왔어요. 혈액이 부족하다는 뉴스를 종종 봐왔던 터라 나부터 참여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죠. 벌써 200번이 되었네요”라며 웃는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200회 이상 헌혈한 국민은 약 4900명이다. 이 중 최고명예대장인 300회 이상 헌혈자는 903명이고, 400회 이상 헌혈자도 357명이나 된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헌혈은 심혈관 건강, 체중관리, 혈압관리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가 있다. 정기적인 헌혈자는 각종 바이러스 검사는 물론 간기능, 알부민, 총콜레스테롤 등 혈액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청 관계자는 홍 주무관이 헌혈 말고도 놀라운 선행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주무관은 서대문구청 자원봉사동호회 ‘나눔주리’ 회원으로 6년간 저소득 홀몸 어르신 가구를 위해 도배, 장판 교체, 전기 공사 등의 재능기부 활동을 해왔다”는 것이다.

홍 주무관은 봉사도 프로정신으로 무장했다. 봉사를 제대로 할 목적으로 기능사 자격증을 12개나 취득했다. 방수, 중식·일식 조리, 용접·건축도장, 온수온돌, 지게차 운전, 굴착기 운전, 제빵, 농기계 운전, 버섯종균 등 온갖 종류의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최근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머리 손질을 해줄 생각에 이용사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실습과정에 있다.


“동 주민센터에 근무할 때입니다. 어렵게 홀로 사는 어르신 집을 방문했는데 전등이 나가서 컴컴하게 지내시더라고요. 전등을 갈아드리니 어르신이 눈물을 흘리시면서 ‘내가 죽으려고 했다’ 하시더라고요. 어려운 분들에겐 우리의 작은 관심과 도움이 생명을 살리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가 그 뒤로 봉사에 더 매진하게 된 것은 물론이다.

“휴일이나 퇴근 뒤 시간 날 때마다 어르신들이 소모품 교체나 수도 배관 등 집수리 해달라고 하시면 바로 달려가죠. 장애인이나 홀로 사는 분들이 폐기물 버리기 힘들다 하시면 점심시간 때 가서 도와드리기도 하고요. 쉬는 날엔 빵을 만들어서 드리기도 합니다.” 홍 주무관이 ‘헌혈대장’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봉사왕’이었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