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고사성어
소통하는 대통령
천지교태(天地交泰) 하늘 천, 땅 지, 나눌 교, 편안할 태
등록 : 2017-05-11 14:13
하늘과 땅의 기운이 크게 합하니 천하 만물이 안태(安泰)하다는 말이다. 새로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이 나라를 잘 이끌어가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골랐다. 출전은 <역경> 태괘 상전.
<춘추 좌전>에 ‘이불휼위(不恤緯) 우종주운(憂宗周隕)’이라는 말이 나온다. ‘과수댁이 베틀 북의 실 끊어지는 걱정은 하지 않고 주나라가 망할 것을 걱정했다’는 고사이다. 일반 백성이 생업을 제쳐놓고 나랏일부터 걱정했다는 이야기인데, 촛불이든 태극기든 평소 자신은 정치와 관계없다고 생각해온 많은 사람들이 지난해 이런 기분을 맛봤을 성싶다. 모름지기 좋은 지도자는 백성의 이런 마음을 정치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천지교태는 그런 마음의 밭이다. “하늘과 땅이 서로 교감하는 모습이 태의 형상이다(天地交 泰). 임금이 이를 보고서(后以) 하늘과 땅의 이치를 헤아려 실행하고(財成天地之道), 하늘과 땅의 일을 도와(輔相天地之宜) 백성들의 삶을 성취시켜준다(以左右民).”(이하 주역 풀이는 김기현의 <주역>에서 인용함)
천지교태가 가르치는 핵심은 ‘화합’이다. 음과 양, 소와 대, 상과 하, 안과 밖이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태(泰)라는 글자도 제사 지내는 사람과 하늘 사이의 통함에서 출발했다. 소통이 잘되면 사람과 귀신이 모두 편안한 것이다. 그래서 집단의 지도자에게 더욱 중요한 덕목이다. 태괘의 첫 효사는 그것을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다.
“뿌리가 얽혀 있는 띠풀을 뽑는다. 그 무리와 함께 가면 길하리라.”(拔茅茹 以其彙 征 吉)
잘 자란 띠풀일수록 뿌리들이 잔뜩 얽혀 있다. 그 뿌리들을 갈라내면 띠풀도 흩어지고 만다. 나라도 국민도 민중도 마치 ‘뿌리가 얽혀 있는 띠풀’과 같다.
공자는 이 효사를 이렇게 풀이했다. “뿌리가 얽혀 있는 띠풀을 뽑듯이 나서면 뜻을 이룰 수 있다.(拔茅征吉) 뜻이 밖에 있기 때문이다.(志在外也)” 뜻을 이루는 힘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리 속에 있다는 통찰이다.
주역으로 볼 때, 2017년 정유년은 귀매(歸妹)괘에 해당한다고 한다. 귀매는 여자를 시집보낸다는 말이니, 두 집안이 동맹을 맺거나 강화한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런 관계는 서로 잘 소통하면 복이 배가되지만, 의심하고 경원하면 오히려 불화가 배가된다. 태괘와 귀매괘의 가르침을 우리 정치에 적용하면? 두말할 것 없이 ‘협치’이다. 시세가 엄중할수록 독식은 독약이다. 한쪽 눈, 한쪽 날개로는 온전한 띠풀을 얻을 수 없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