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26년, 시민과 소통을
긍정적 성과 더 쌓고 시민 소통에 적극 나서야
지방의회 26년 ❶ 의정활동 내실화 과제
등록 : 2017-05-11 15:21 수정 : 2017-05-25 17:06
‘반쪽짜리 지방자치’ 어려움 호소 조례 중에서도 정책 결정 관련 의안 처리 건수도 크게 늘었다. 민선 5기 전반기에는 무상급식 문제로 이명박정부뿐만 아니라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도 시의회가 대립하느라 결의안 채택이 많았다. 민선 6기 전반기에 동의(승인)안 처리 건수가 5기보다 2배 가까이 높아진 건 박원순 2기 시장 취임 뒤 각종 동의나 승인 관련 사안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견제와 감시의 기능으로 이뤄지는 행정사무 감사와 조사, 현장시찰 등은 민선 기수를 거듭할수록 늘어났다. 감사해야 할 기관은 2배 가까이 늘었고, 감사 결과로 나타나는 시정 요구와 개선 건의도 민선 3기에 견줘 6기에는 3배 이상 많았다. 주민을 대표하는 의정활동의 하나인 건의안은 같은 기간에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청회나 정책토론회도 비슷한 수준으로 늘었고, 5분 자유발언 횟수는 12배 이상 늘었다. 내실 있는 의정활동에 대한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지방의회는 ‘반쪽짜리 지방자치’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조례 제정에 법적 제한이 있고, 실효성을 높이기가 어렵다는 점을 꼽는다. 현행 헌법(117조)과 지방자치법(22조)에 따르면 조례를 만들거나 고칠 때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리 제한, 의무 부과나 벌칙을 정할 때도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 서울시의회가 1년의 논란 끝에 지난 4월28일 가결한 ‘서울특별시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김구현 의원 대표발의)도 자치입법권 제한의 영향을 받았다. 도시공원과 어린이 놀이터를 ‘음주 청정지역’으로 지정한 이 조례는 상위법인 국민건강증진법에 음주에 관련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제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의원들의 적극적인 의지로 조례가 만들어졌지만 처벌 규정이 모호해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제도 개선에 대한 시민 지지 얻어야 지방의회 의정활동의 어려움이 자치입법권 제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의정활동이 활성화되는 만큼 의원들에 대한 지원도 절실해지기 마련이다. 서울시의회는 그간 의정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목소리를 높여왔다.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방의회가 견제와 감시의 적절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정책 보좌관제 도입, 의회의 인사권 독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방의회 전문가들도 지방의회의 입법활동 여건이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개선을 강조한다. 이기우 인하대 교수는 “법률과 행정명령 등의 상위 법규 안에서만 입법 활동을 해야 하는데, 이런 제한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지방의회가 결정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며 자치를 보장한다면서 자치를 제한하는 것은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임승빈 한국자치학회장 역시 “현재 자치단체의 입법권을 법령의 범위 안으로 제한하는 지방자치법 22조를 개정해 지방의원들의 활동 가능 영역을 넓혀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방의회의 제도 개선 요구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여전히 적지 않다. 지방의회 전문가들도 이런 현실을 고려해 지방의회의 전략적 접근을 조언한다. 이승종 서울대 교수(행정학)는 “지방자치에 대한 긍정적인 성과를 쌓아가며 제도 개선에 대한 시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지방의회가 지방자치의 기본 정신을 살려 시민 중심으로 시스템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의회가 시민들과 소통에 더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