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서울 쓰레기 갈 곳이 없다고요?
2026년부터 쓰레기 직매립 금지
서울시, 상암동에 추가 소각장 건설 추진
마포구 “쓰레기 줄이면 추가 건설 필요 없다”
등록 : 2024-11-15 14:26
하늘공원에서 보이는 마포 광역소각장 굴뚝. 마포구 제공
마포구, 긴급 토양오염 조사 실시 여의도 쪽에서 승용차로 올림픽대로를 타고 월드컵대교를 지나 가양대교 쪽으로 가다보면 한강 건너 멀리 두 개의 높은 ‘산’이 보인다. 난초와 영지가 자라던 마포구 상암동의 섬 ‘난지도’다. 산이라 부르기에는 모호한 약 100미터 높이의 이곳 이름은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다. 서울 인구가 폭증하면서 쓰레기도 함께 늘자 서울시는 1977년 시 전체 쓰레기를 몽땅 여기에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난지도는 이듬해부터 1993년까지 15년간 서울과 경기 북부의 쓰레기 9200만t을 떠안았다. 악취와 먼지, 파리로 몸살을 앓던 난지도는 1997년 상암동에서 2002 한·일 월드컵을 개최하기로 결정되면서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서울 쓰레기’에 이목이 쏠린 건 2022년 8월 서울시가 쓰레기소각장을 추가 건설한다며 마포구 상암동을 최적 입지로 선정하면서부터다. 현재 서울에는 쓰레기를 소각 처리하는 광역 소각장은 상암동 마포 소각장(마포광역자원회수시설)을 포함해 네 곳 있다. 시는 현재 운영 중인 마포 소각장 바로 아래 새로운 소각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시가 추가 소각장을 만들려는 건 2021년 환경부가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하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시행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서울시가 난지도 대신 조성한 김포매립지로 보내던 하루 약 900t의 쓰레기를 서울 안에서 소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환경부가 내놓은 ‘2022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 전체 폐기물 규모는 1억8645만t이다. 최근 2년간 약 8% 줄었다. 폐기물 대부분은 사업장 배출(43.5%)과 건설폐기물(40.9%)이다. 생활계 폐기물 즉, 쓰레기는 2304만t으로 전체 폐기물의 12.4% 정도다. 서울 지역 쓰레기는 1590만t으로 전체 폐기물의 8.5%를 차지한다. 지난 2년간 약 17% 감량됐다. 이 중 생활쓰레기는 291만t을 차지하는데 재활용 178만t(61.1%), 소각 81만t(27.8%), 매립 32만t(11.1%) 등으로 처리됐다. 고석영 서울시 자원순환회수시설과장은 “현재 운영 중인 강남구 일원동, 노원구 상계동, 마포구 상암동, 양천구 목동 등 4곳의 소각장에서 하루 약 2200t 소각하고 있고 가동률은 약 80%”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2023년 8월 마포구 상암동을 추가 소각장 입지로 결정 고시했다. 주요 시설 지하화, 첨단기술 도입 등으로 친환경 시설로 조성할 계획이다. 시는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법적 허용기준보다 10배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5월 후보지 주변의 환경·기후변화영향평가도 했다. 시는 평가 결과 주변 대기질·악취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신규 시설 운영 후에도 환경상 영향이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포구와 소각장 건립 예정지 주변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구는 가동률이 약 80%인 광역소각장들의 시설을 개선하면 하루 575t의 추가 소각이 가능해 새로운 소각장을 짓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구는 지난 6일 추가 소각장 건립을 막기 위한 정책자문단을 꾸렸다. 마포구 관계자는 “상암동 주민들은 주변에 이미 난지도 매립지와 기존 소각장 탓에 피해의식이 큰데 시가 이런 주민들의 감정과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1천억원 투자, 해마다 100억원 지원, 대관람차’ 같은 것들을 강조하며 주민을 설득하려는 건 성급한 처사”라고 말했다. 성은경 마포소각장 추가 백지화 투쟁본부 대표는 “환경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도 없이 누구의 조언도 듣지 않고 대규모 소각장 추가 건설을 고집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고석영 과장은 “(상암동으로) 입지가 결정된 후 주민과 소통 노력을 해왔으나 건립 자체를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하고 만남을 거절해 제대로 설명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 가동 중인 마포 소각장은 2035년 운영 종료되기 때문에 새로 짓는 소각장은 이를 대체하기 위해 필요하며 강남, 노원, 양천 등 세 곳은 현대화를 추진해 소각 능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쓰레기 감량 정책에 대해 정미선 서울시 자원순환과장은 “시는 지난해에 이어 지난달도 계속 미뤄지고 있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정부가 전국 단위에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환경부에 전달했다”며 “시 차원에서는 다회용컵, 개인컵(텀블러)을 적극 장려하고 장례식장이나 스포츠경기장, 야외 축제 등에서 음식용기를 다회용기로 전환하는 사업과 비닐·플라스틱류, 원단 조각, 커피 찌꺼기를 따로 모아 재활용하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고 구별 평가와 시상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포구는 정부의 쓰레기 정책이 ‘소각’이 아닌 ‘규제’에 맞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알리기 위해 지난 5일 세계소각대안연맹(GAIA)과 공동으로 ‘폐기물 소각 반대를 위한 국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자원순환 운동가인 폴 코넷 명예교수(세인트로런스대학)는 “198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35개 소각장을 지으려 했으나 주민 반대로 3개만 지어졌고 이후 다양한 문제로 모두 폐쇄됐으며, 1997년 이후 미국 전역에서 단 하나의 소각장만이 건설됐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소각은 아주 후진적인 정책”이라며 “좀 더 강력한 법을 만들어 대응하면 서울 쓰레기 추가 소각장은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마포구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쓰레기를 감량하려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 먼저 지난 3월 ‘서울특별시 마포구 폐기물 감량에 관한 조례’를 만들고, 6월에는 “올해 생활폐기물 1만862t을 감량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마포구에서 발생한 쓰레기 총량의 21.4%에 해당한다. 이를 위해 핵심 사업으로 사업장폐기물 배출자 신고 처리 강화, 커피 찌꺼기 및 폐봉제 원단 재활용, 의류 등 재활용 확대, ‘소각제로가게’ 확대 운영을 추진 중이다.
마포구는 지난 8일 추가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설 곳에서 다이옥신과 불소 등 유해물질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긴급 2차 토양오염도 조사’를 실시했다. 마포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