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 동네 소공원을 사진 작품으로...마을기록은 왜 남기나

등록 : 2024-12-02 14:39 수정 : 2024-12-02 15:11
광진구 소재 67곳 공원을 평범한 주민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 작품 전시회 ‘광진의 공원을 남기다’가 11월 30일부터 12월 8일까지 열흘동안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팔각당전시장에서 열린다(관련기사 '광진구 67곳 공원을 주민들이 직접 기록한 사진 전시회 화제' 참조). 아래는 전시회를 주도한 강재훈 사진가의 기고문이다. 편집자.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공원이란 자연환경의 보호나 여러 사람의 휴식 및 여가를 위해 국가나 지방단체 혹은 민간에서 조성한 녹지공간을 말한다. 세분하면 자연공원과 도시공원이 있다. 자연공원은 본래 있던 산이나 바다 같은 곳을 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것이고, 도시공원은 도심 속에 있는 녹지를 가리킨다.

대개 공원이라고 하면 자연공원보다는 도시공원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공원은 문명이 시작하면서부터 함께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초기 공원의 개념은 국가의 탄생과 더불어 탄생한 권력자들의 성(궁궐)이나 사유지 안에 만들어진 정원이라는 의미가 컸다.

즉, 'public'을 내포하는 현대 공원 개념과는 달랐다. 이를테면 고대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park’라는 말도 본래 공공 장소를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고 사냥감 보호구역을 뜻하는 단어였다고 한다. 하지만 18세기 유럽을 변화시킨 시민혁명과 이어진 19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며 이런 정원들이 공공에 개방됐고 비로소 초기 도시공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어진 산업화와 함께 빠르게 진행된 도시화는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시민들의 휴양을 위한 공간이 필요해졌으며 그때부터 현대 도시공원 모습이 조금씩 틀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이용근 작 무궁화공원.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는 1850년대에 일어난 ‘공원 조성 운동’에 의해 세계 최초로 공공기관이 조성한 계획공원이다.

당시 맨해튼의 도시설계자였던 로버트 모지스가 본래 돼지농장과 판자촌 등이 있던 습지에 치열한 삶의 현장을 만들고자 설계에 매진하던 중,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라는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의 조언을 듣고 센트럴파크를 조성하기로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고단한 삶에 휴식공간이 없으면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질환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견과 그것을 받아들인 순간의 결정이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센트럴파크를 탄생시킨 것이다.

결국, 세상에서 가장 바쁜 도시인 뉴욕에 조성된 거대한 인공녹지 센트럴파크는 ‘도심에서 자연으로 최단 시간 내에 탈출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사람 중심의 자연철학적 교훈을 실천한 대표적인 사례로 전 세계 도시공원 설계의 전형적인 표본이 되고 있다.

정지현 작 긴고랑계곡.

맞다. 공원녹지는 도시 공간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된 지 오래다. 사람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광장 역할도 겸하게 된 도시공원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커뮤니케이션 장이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원 안에 각종 놀이시설과 운동시설을 겸비해 활용도를 높인 현대적인 도시공원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어떤 도시공원을 이야기할 때 그 도시의 녹지율을 소환해보게 된다. 현재 서울 도심의 공원‧녹지는 전체 면적의 3.7%(고궁을 포함할 때 8.5%)에 불과해 미국 뉴욕 맨해튼 26.8%와 영국 센트럴 런던 14.6% 등에 비해 무척 낮은 편이다. 도심의 마천루와 풍부한 녹지를 동시에 확보하는 밑그림을 가지고 도심 개발을 추진한 뉴욕과 런던에 비해 서울은 녹지 확보에 대한 고민 없이 개발이 이뤄졌기 때문인 듯하다.

그런데 서울 25개 자치구 중 광진구는 한강과 중랑천에 인접해 있으며 아차산과 뚝섬한강공원은 물론 어린이대공원, 건국대학교와 세종대학교 교정, 구의야구공원 등이 있어서 다른 자치구에 비해 공원녹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위에 열거한 곳 말고도 광진구 관내에는 68개 소공원과 어린이공원이 더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원 이름도 가중나무, 개나리, 금모래, 느티나무, 목련, 무궁화, 장미, 햇님, 산마루, 약초원, 언덕배기, 뻥튀기 등등으로 정겹고 자연친화적이다. 소공원들은 골목 끝 자투리땅에서 그 빛을 발할 뿐 아니라 어린이와 어르신들이 함께 나와 휴식과 놀이를 즐기며 정겨움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박종심 작 한마음공원.

마을과 마을 사이에서 주민들을 위해 환하게 웃고 있는 공원에는 놀이터와 운동기구 등 시설뿐 아니라 잔디밭, 생태 숲, 맨발 걷기장 등이 마련돼 '공원도시 광진'의 면모를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올 한해 남녀노소 누구나 안전하고 편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광진의 작은 공원들을 사진으로 주민들과 함께 기록했다. 공원이라는 시공간 안에 자연의 숨결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의 숨결이 겹친 사진들이 수북이 남았다.

많은 어려움 속에 열과 성을 다해 저와 함께 사진 작업을 해주신 기록자 열여섯 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작업이 매년 이어져 광진구가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선도하는 일등 자치구가 되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

광진구 사진기록 프로젝트 책임사진가 강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