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영등포구 대림동 와이디피(YDP)미래평생학습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어르신들과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앞줄 왼쪽 셋째)이 함께했다. 영등포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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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2시 영등포구 대림동 와이디피(YDP)미래평생학습관 5층 강당에서는 약 100명의 참석자가 모인 가운데 행사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정면에 설치된 스크린에 뜨는 출제 문제를 보며 스마트폰에서 답을 선택한 뒤 ‘전송' 버튼을 능숙하게 누르는 가운데 퀴즈대회가 진행됐다. 참석자들이 인공지능을 다루는 실력을 뽐내며 미리 만든 독특한 그래픽 작품들이 행사장 한쪽에 전시되고 있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이었다.
이날 행사는 영등포구(구청장 최호권)가 주최한 ‘시니어 디지털 예술과 아이티(IT) 경연’ 행사로, 구가 ‘디지털 정보화 교육' 참석자를 대상으로 매년 연말 치르는 행사다. 디지털 정보화 교육에 대해 구 홍보미디어과 백지선 주무관은 “한글문서 작성 기초와 활용, 국가공인 정보기술자격(ITQ) 자격증 엑셀 2개월 과정처럼 난도 높은 교육부터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진이나 영상 만들기와 같은 최신 과정에 이르기까지 매월 14개 과정 360명 수강생을 모집해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며 “연간 4천 명에 이르는 참여자의 상당수는 어르신들로 교육 열기 또한 무척 뜨겁다”고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지난해 서울시가 시작한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시설 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끈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나서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적응해 살아가야만 인생이 더 풍부해지고 보람도 있으니 어르신들께서도 디지털 기기 다루는 기술을 더욱 열심히 배워 즐기면서 살아가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이현열(77) 어르신은 5년 전 얻은 병으로 인한 통증을 잊을 목적으로 정보화 교육 과정에서 한글, 파워포인트, 엑셀 등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한동안 전동휠체어 신세를 지면서도 정보화 교육 수업에 빠짐없이 참석했다”며 “공부에 집중하는 동안 아픔을 잊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몸과 마음이 젊어지면서 자격증도 17개를 딸 수 있어 무척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연환(77) 어르신은 “공직에서 퇴직한 뒤 부동산중개사 과정도 다녀봤지만 지루하길래 3년 전 어느 날 구청 소식지에서 정보화 교육 알림을 본 뒤 이거다 싶어 정보화 교육에 참여해 계속 배우고 있다”며 “한글문서 작성은 물론 신문 대신 컴퓨터에서 세상사를 파악하고 이동 중엔 스마트폰을 통해 유튜브와 지도앱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YDP미래평생학습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한 어르신들.영등포구 제공
YDP미래평생학습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한 어르신들.영등포구 제공
이처럼 영등포를 비롯한 서울 자치구는 물론 복지관·주민센터·평생학습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65살 이상 고령자를 위한 디지털 배움의 기회가 늘어남에 따라 디지털기기를 적극 활용하려는 고령층도 증가하고 있다.
우선, 각 가정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한 인프라에 해당하는 인터넷 이용률도 65살 이상 고령자층에서 증가 추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살 이상 인터넷 이용률은 2020년 55.2%에 그쳤으나 2023년 74.0%로 크게 늘었다. 2023년 65살 이상 인터넷 이용률을 연령별로 쪼개 보면 80살 이상에서는 34.2%에 불과했지만 75~79살은 62.4%, 70~74살 78.7%, 65~69살은 91.9%로 나타나 젊은 어르신일수록 인터넷 이용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이른바 ‘디지털어르신'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려움이 있다. 젊은 세대와 달리 급격히 변화하는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활용법을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수행해 올해 발표한 ‘2023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이런 문제가 잘 드러난다.
65살 이상 고령층 디지털 정보화 종합수준은 매년 꾸준히 늘어 2023년 현재 70.7%로 조사됐다. 종합수준은 접근, 역량, 활용 등 세 지표를 반영해 결정된다. 접근은 회선이나 기기 보유 여부, 역량은 디지털 기기 사용 능력, 활용은 실제 서비스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다. 이 조사에 따르면 65살 이상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접근 95.3%인 데 반해 역량은 55.3%, 활용은 73.8%로 조사됐다. 즉 접근성은 높지만 기기를 다루는 능력이나 실제 서비스를 활용하는 능력은 크게 뒤처져 있는 것이다. 다른 정보 취약계층인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들에 비해서도 고령층의 역량과 활용 수준은 많이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2020년부터 고령자를 포함해 국민 누구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디지털배움터(누리집 주소 www.디지털배움터.kr, 상담전화 1800-0096) 사업을 적극 추진 중에 있다. 첫해인 2020년 42만8천 명에서 2021년 65만6천 명, 2022년 79만3천 명에 이어 2023년 99만6천 명으로 교육 인원도 크게 늘려가고 있다. 디지털배움터를 운영중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 관계자는 “전체 이용자중 어르신 비중이 60% 정도로 고령층의 참여가 많다”며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실생활 활용 중심 교육, 인공지능 체험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하고 있으니 보다 많은 어르신들이 활용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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