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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등급 판정…철거 대신 사람길로 발상 전환

등록 : 2017-05-18 15:18 수정 : 2017-05-18 15:43
1970년 서울역 고가도로 모습. 서울시 제공
‘서울로 7017’의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감사원은 서울역 고가를 대상으로 정밀안전진단을 벌여 철거가 불가피한 D등급 판정을 내렸다. 1970년 개통된 이 고가의 안전성 문제는 이미 1990년대 말부터 끊임없이 제기돼온 터였다. 그 연장선에서 2007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낡은 고가를 철거하고 새 고가도로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오 시장의 후임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2013년까지는 이런 방침을 유지했다.

극적인 변화는 2014년 6월 실시된 민선 6기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나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핵심 공약으로, 철거 대신 보행로와 공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안전성의 원인이 하중 때문이라면 차량길을 사람길로 바꿔 해결하자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박 시장은 이듬해 1월 서울역 고가를 보행친화적 고가공원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을 뼈대로 한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프로젝트의 가장 큰 숙제는 달라진 고가의 콘셉트를 정하는 일이었다. 서울시는 콘셉트를 찾는 국제 현상 설계 공모를 진행했고, 2015년 5월 글로벌 건축회사 ‘엠베에르데베’(MVRDV)의 대표인 네덜란드 건축·조경가 비니 마스가 제안한 ‘서울수목원’(The Seoul Arboretum)이 당선작으로 뽑혔다.

비니 마스는 서울역 고가를 하나의 큰 나무로 상정해 다양한 종류의 수목을 심고, 17개의 보행길이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가 인근 건물·지역과 고가를 연결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는 당선작 설명회에서 “서울역 고가는 광장이자 공원”이라며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고, 동네에서 다른 동네로 가는 과정으로서의 의미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물론 서울시의 구상은 ‘공중정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서울로 7017의 개통을 계기로 낙후된 서울역 일대의 활력도 꿈꾸고 있다. 차량길로 단절됐던 서울역 일대를 통합 재생해 지역을 활성화하고 도심에 새 기운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서울로 7017 주요 일지
서울로 7017이 도로와 철로로 끊겨 있던 회현역 일대와 서울 서부 지역(중림동, 만리동 일대)을 연결하면서 남대문시장과 명동, 서울역 북쪽, 서부역, 서계동, 중림동, 청파동 등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서울로 7017의 17개 보행길은 남산, 만리동, 청파동 등 7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이충열 서울역일대종합발전기획단장은 “실핏줄 같은 길들이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면서 활력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한편으로 서울시가 신경을 쓴 것은 시민들의 참여였다. 서울시는 ‘서울역 7017 시민위원회’를 구성했고, 600여 차례의 시민·전문가 의견 수렴과 관계기관 협의 등 소통을 추진했다. 그리고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서울역 일대 종합발전 계획’을 2015년 5월 내놓았다.

서울시는 2015년 12월13일 서울역 고가의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다리 바닥판 철거와 다리 보수·보강, 조경 공사를 했다. 통행이 불가능했던 D등급 다리는 B등급의 보행 가능한 다리로 변모했다. 525일간의 공사 끝에 이달 20일 시민들은 도심의 새로운 명물과 만나게 됐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